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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교지 X 외대알리 공동 성명서 - '- 기다림의 결과로 돌아온 건 기만뿐 -'

외대교지 X 외대알리 공동 성명서

- 기다림의 결과로 돌아온 건 기만뿐 -

 

 

 지난 3월 13일, 김인철 총장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발표한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직 임명 철회 성명서’에 서신으로 답했습니다. ‘특별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 ‘과거는 잊고 다 함께 손을 잡아 미래로 나아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신의 마지막 부분에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김인철 총장의 이러한 답변은 사실상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직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대신 학생들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며 일종의 ‘협상카드’를 제시했습니다.

 

 학생들과의 소통은 한국외대를 대표하는 총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본분이지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직 유지에 대한 대가로 소통을 말한 총장의 생각은 학생들을 한국외대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여기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또한 소통을 운운하면서 박철 명예교수 임명 철회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과 사과를 내놓지 않은 채 모호하기 그지없는 말로 넘어가려는 총장의 태도에서 학생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려는 모습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철 전 총장은 누구입니까? 한국외대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인물입니다. 재임 기간 중 학생들의 동의 없이 캠퍼스 및 학과 통폐합을 단행하고,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저지른 가장 큰 과오는 ‘교비 횡령’입니다. 학생들이 어렵게 마련한 등록금이자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할 11억 원을, 자신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사용했습니다.

 

 ‘교비 횡령’의 사유 또한 파렴치했습니다. 지난 2006년 학교와 노조 간의 임금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리 높인 노조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또한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해 노조 파괴에 일가견이 있는 노무법인을 끌어들였고 보직교수들을 앞세워 노조원들에게 폭력과 성희롱까지 일삼았습니다. 이로 인한 소송 및 법률 자문 비용을 교비에서 무단 사용한 인물이 바로 박철 전 총장입니다.

 

 박 전 총장의 탄압으로 한국외대 노조 선생님들의 삶은 철저히 망가졌습니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차례의 소송, 복직과 해직의 반복으로 인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었고, 정신적 외상 등 심각한 파업 후유증을 겪어야 했습니다. 심지어는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분과, 동료를 떠나보내는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신 분도 계셨습니다. 박철 전 총장은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의 말 대신 노조분들의 생계권을 위협하며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혔습니다.

 

 김인철 총장은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른 인물을, 2016년 여름에 ‘명예교수’로 임명했습니다. 역대 총장은 명예교수로 임명하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이 같은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여 이를 비판한 학생들에게 돌아온 것은 강력한 징계 처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외대 학우들은 수년간 명예교수 임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때마다 돌아온 답변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기다려보자’는 말뿐이었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작년 8월 30일 박 전 총장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기각됐고 한국외대의 명예를 훼손한 인물이 마침내 외대를 떠날 것이라고 모두가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총장의 서신 한 장에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김인철 총장님. 진정으로 한국외대의 미래를 위해 내리신 결정이 맞습니까? 과거 징계를 받은 학생 대표자들에 대한 형식적 사과와 ‘미래’라는 추상적인 말로 ‘온전한 치유’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정말 ‘외대의 공동이익’에 부합할 것이라 생각하여 고집을 꺾지 않으시는 겁니까? 한국외대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위법 행위를 저지른 인물이 명예교수라는 사실 자체로 한국외대의 부끄러운 역사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진정한 소통 없이는 총장님께서 말씀하신 앞날 또한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이 시점에서 묻고 싶습니다. 진정한 ‘명예’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학교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신 명예교수님들의 ‘명예’를 위해, 한국외대의 훼손된 ‘명예’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명을 철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외대의 자치언론 교지편집위원회와 독립언론 외대알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하나, 김인철 총장은 지금 즉시 박철 명예교수 임명을 철회할 것.

 

하나, 김인철 총장은 박철 명예교수 임명에 대해 외대 모든 구성원에게 공개 사과할 것.

 

하나, 김인철 총장은 학내 구성원과 구색 맞추기 식 소통을 멈추고 진정성 있게 소통할 것.

 

 

2019.3.18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 외대 』

한국외국어대학교 독립언론 외대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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