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혁명 이후, 118번째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치열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게 응원과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이번 여성의 날에는 "빛의 혁명을 완수하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빛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민주주의와 성평등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집과 학교, 일터, 그리고 내가 사는 마을과 도시에서부터 평등한 대표성과 의사결정 구조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혁명은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가장 가까운 지방정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의 기초의회의원 중 여성은 단 33.4%에 그치며, 226명의 기초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단 7명뿐이다. 우리 일상 가장 가까이에서 펼쳐지는 정치에 여성 정치인은 너무나 부족하다. 대표성이 부족한 구조 속에서 성평등 정책 역시 충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성별임금격차 개선조례는 전국적으로 많은 기초-광역자치단체에서 제정되었지만, 상당수 지자체에서 후속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정치인도, 성평등 정책도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 성평등한 기초의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의회와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방
특수교육대상자 제도가 도입된 지도 어언 30년을 향한다. 2023년 기준 약 1만 명 가량의 특수교육대상자 수. 학력인정이 되는 특수학교 전공과를 포함한 장애학생 전체 고등교육 진학률은 60%를 채 넘지 못하고, 그중에서도 고등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및 전문대학 진학률은 약 2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즉,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휠체어와 흰지팡이'를 동반자로 삼아야 하는 이에게 캠퍼스 생활이란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특권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정원'이 모자라서? 아니다. 지방대학의 경우 이른바 '장애인 전형'을 열어두고도 지원자가 없어서 미충원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다.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 109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선발되어 등록된 장애 학생은 827명에 그쳐 모집인원 대비 등록인원이 51%에 불과하였는데, 서울대와 같이 지원 인원이 모집인원을 넘어선 사례도 있지만, 지방대학의 경우 '실제로 지원자가 없어서' 합격시키지 못한 사례가 대다수였다. '벚꽃 피는 순 대로 대학이 무너진다'는 말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 문제를 단순히 '인서울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친구는 취업을 위해 서울로 갔고, 친구의 동생은 졸업 직후 수도권에 원룸을 구했다. 이유를 물으면 답은 비슷하다. “고향이 싫은 건 아닌데, 여기서는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장면이 반복될수록 분명해진다. 지방 청년의 이동은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망의 문제에 가깝다. 남고 싶어도 남기 어려운 조건이 이어지면, 떠남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지방 청년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일자리 숫자부터 본다. 물론 일자리는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의 선택은 더 복합적이다. 청년은 직장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거비, 이동 시간, 안전, 배움의 기회, 관계망의 밀도까지 함께 따진다. 월세 부담은 큰데 통근 시간은 길고, 퇴근 뒤 역량을 키우거나 교류할 공간이 부족하며, 늦은 귀갓길까지 불안하다면 정착은 의지보다 구조적 비용의 문제가 된다. 특히 사회초년생 시기에는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 첫 취업, 첫 독립, 첫 실패와 재도전이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이다. 이때 지역이 최소한의 버팀목을 제공하지 못하면 청년은 더 큰 시장, 더 많은 기회, 더 촘촘한 네트워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를 개인
지방자치단체의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정책이 매년 더 많은 곳에서 확대되고 있다. 올해도 서울, 경기, 대구에서 여러 광역 지자체에서 지원 대상 모집을 시작했고, 진주·보령·안성 등 기초 지자체도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지역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해 더 많은 지자체가 지역 청년의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청년을 지역의 미래로 보고 정책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 다만, 더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왜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애초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가’. 2026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190개교 중 115개교(약 60.5%)가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고, 특히 사립대는 74.2%나 등록금을 인상했다. 2.5%에서 법정 상한인 3.19%에 달하는 인상율은 이미 수백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는 대학생에게 결코 가볍지 않다. 이미 대학생의 학자금대출 의존도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해, 2025년 2학기에만 학자금 대출액이 1조 337억원에 달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기 중 내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현실 속에서, 대학생들은 정작 배우고 싶었던 공부와 도전의 시간을 빼앗기고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은 예외가 아니라 흐름이 되었다. 서울 주요 사립대 다수가 2%대 후반에서 3%에 가까운 인상률을 확정했고,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가에서도 2년 연속 등록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들지만, 체감은 단순하지 않다. 이미 식비·주거비·교통비 등 생활물가 전반이 오르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학생과 가계에 ‘추가 부담’이 아니라 이중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금액의 크기만이 아니다. 등록금 인상은 학기 초 목돈 지출을 통해 즉각적인 부담을 주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로 비용을 미룬다. 그 결과 등록금 문제는 재학 중의 고충을 넘어 졸업 이후의 부채 문제로 전이된다. 교육비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를 갉아먹는 부담’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흔히 “재정이 어렵다”, “물가 상승으로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정 부분 사실이다. 학령인구 감소, 국고 지원의 한계, 인건비 상승 속에서 대학 재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대학 재정의 어려움은 왜 늘 학생과 가계의 부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학생들 사회에서 “학생은 학교
지난 11월, 대구가톨릭대학 신문사에 일방적인 지면 폐지 통보가 내려졌다. 그러자 본 기자는 질문했다. "신문을 만드는 것은 우리(기자)들인데, 왜 기자들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가" 이에 대해 담당 교직원은 단정했다. "너희는 준 직원이니까 학교에 맞춰야 한다. 우리 학보사는 언론사가 아니라 홍보실이다" 신문사 스스로가 신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잃어버린 정체성 현 학보의 전신인 <대학정론> 시절 우리는 탄압을 당했다. 당시 <대학정론>은 학교 비판 기사, 교수 임용 문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기사 등의 게재 여부를 두고 주간 교수와 마찰을 빚었다. 이후 1999년 6월 8일 주간 교수로부터 일방적인 기자 전원 해임과 신문사 폐쇄를 통보받았다. 같은 해 8월 9일, 대학 본관의 남자 직원 30명이 들어와 신문사의 집기와 기자들의 개인용품까지 모두 강제 철거했다. <대학정론> 탄압 사태 이후 <대학신문>으로 제호를 변경하면서 신문사는 명목상 ‘신문’이지만 실질적으로 홍보실 산하로 편입되었다. 편집의 자율성보다 학교 방침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과거 공지 사항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정책의 맹점
나라의 주인은 그 나라의 국민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의 주인은 그 학교의 학생이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기에, 나라의 예산을 짜고 쓰는 일을 국민들이, 그중에서도 국민의 대표자들이 한다. 학생들에게도 학생의 대표자는 있다. '학생회'라는 조직이 그것이다. 그러나 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예산을 짜고 쓰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제도가 '학생참여예산제'이다. 학생참여예산제는 학생이 직접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 참여하여 학생회 공약이나 제안 사업에 대한 예산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제도이다. 필자는 중학교 때부터 학생회 임원을 해왔고, 현재 공주생명과학고 학생회 홍보부 차장을 맡고 있다. 3년째 학생회 임원을 해오며 학생을 대표해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자긍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었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회 임원들이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학생을 대표해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대부분 학교 측에서 주도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실제로 들어오셔서 어떻게 1~2주가 돌아가는지 '직접' 보시면 더 이해가 되실 듯 합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주)O사 대표 ㄱ씨는 기자에게 연합동아리 체험을 권했다. 우리 커리큘럼은 ‘진짜’라고, 직접 와서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의 항변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연합동아리가 제공하는 커리큘럼 덕분에 좋은 스펙을 쌓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이 구조를 운영하는 데 쏟아온 노고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커리큘럼이 '좋다', '나쁘다'와는 별개로, O사와 3개 연합동아리가 대학생들의 눈을 가렸던 기망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대학생들은 O사의 존재도 몰랐을뿐더러, 활동비가 O사에 귀속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합동아리 구성원들이 따랐던 리더
2026년 CES의 화려한 조명 아래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기술적 경이로움을 넘어 우리 사회에 서늘한 선전포고를 던졌다. 회사는 효율과 혁신을 앞세워 미국 공장부터 로봇을 투입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 이면에는 숙련 노동자의 삶을 지워내고 청년의 진입로를 메우겠다는 자본의 비정한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노사 간의 불협화음은 단순히 일자리 개수의 문제를 넘어, 인류 공통의 자산인 기술의 과실을 누가 독점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투쟁이다. 오늘날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기술 발전은 더 이상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기술 혁신은 자본과 기술을 소유한 기득권에게는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의 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한다. 로봇이 인간 100명의 몫을 해낼 때 그 수익이 사회 전체로 흐르지 않고 사유화되는 구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혁신의 민영화’이자 공공의 자산에 대한 대약탈이다. 아틀라스의 관절 하나, 알고리즘 한 줄에 깃든 지식은 결코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 세대에 걸친 노동자들의 현장 데이터와 국가의 공적 인프라 투자가 응집된 인류 공동의 유산이기
정치는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과연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는가. 만 16세부터 정당 가입은 허용하면서도, 정작 선거운동과 투개표 과정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막아두는 현재의 제도는 스스로 모순을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다. 청소년의 선거운동과 투개표참관인 참여 연령을 하향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닌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미 세계는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투표 연령을 만 16세로 하향했다. 이후 연방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청소년 유권자의 투표율은 성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정치 참여에 대한 책임의식과 시민의식 역시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선거 연령 하향과 함께 학교 시민교육 과정을 강화
대학생 3명 중 1명은 캠퍼스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를 경험하고 있다. 전국 대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5.0%가 ‘대학 내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례를 직접 보거나 들었다’고 답했고, 실제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6.9%에 달했다. 제작 경험이 있는 대학생 중 일부는 ‘성적 욕구 충족’(9.6%)과 ‘상대방 괴롭힘 목적’(6.4%)을 제작 목적으로 꼽았다. 또, 응답자의 97.2%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인지하고 있고, 대부분 분노와 충격,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대학 캠퍼스는 이미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러나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학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3명 중 1명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고, 5명 중 4명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기관인 대학 인권센터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반면, 응답자들은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대학의 대응 방안으로 실효성 있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명확한 징계 기준 마련, 피해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체계를 요구했다. 대학생들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인식하는만큼, 대학 안팎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
지난 12·3 계엄의 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를 지켜낸 힘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서로를 향해 보낸 배려와 연대였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하나가 되었을 때, 우리는 거대한 불의를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 곁엔 여전히 혐오와 차별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주민에 대한 조롱, 특정 집단을 향한 근거 없는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작된 '위로부터의 혐오'는 이제 우리 공동체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적 차별과 소외의 문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당시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치료비를 깎아주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탈모로 인해 겪는 일상의 위축, 취업 시장에서의 불이익 등 개인이 감당해온 사회적 편견과 고통을 국가가 '공적 영역'으로 끌어올려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광장에서 지켜낸 민주주의가 누군가에게는 외모로, 누군가에게는 나이와 정체성으로 인해 일상에서 부정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방어선을 치는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 독일어로 초인을 뜻한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성숙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세 단계를 거친다. 인간의 내면이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아이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사막 위를 묵묵히 걷는 낙타는 인내하는 사람이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따가워도 불평불만을 삼킨 채 나아간다. 낙타가 자라면 사자가 된다. 사자는 포효할 줄 안다. 부조리에 이빨과 발톱을 감추지 않고 핍박에 분노한 적 있다면 당신은 사자다. 마지막은 아이다. 아이는 넘어져 생채기가 나도 금세 놀이에 몰두할 줄 안다. 이러한 아이의 태도는 ‘초인’이 갖춰야 할 궁극의 자격이다. 청년들은 현세에 ‘아이의 놀이’를 소환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해 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옛 풍경은 2026년에 고스란히 재생된다. 당근마켓 앱을 켜면, 맨 위에 걸린 ‘경도(경찰과 도둑)하실분’ 모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025년 12월 23일 개설, 멤버 652명. 어제 막 ‘달리고 온’ 참가자의 따끈한 후기들이 줄지어 달려 있다. “진짜 재밌게 잘 뛰고 갑니다”, “다 큰 성인끼리 토할 정도로 뛰어다닌 게 낭만 그 잡채”, “경도에 진심인 분들만 있더라고요”. 명분이 ‘경도
대학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강의실에서 토론하고, 손을 들고 발언하고, 학내 자치 활동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민주주의는 단지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태도이자 원리로 설명된다. 그러나 강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이 민주주의는 이상하리만큼 멈춰 선다. 등록금이 인상될 때 학생은 어떤 위치에 놓이는가. 대부분의 경우 학생은 논의의 주체가 아니라 결과를 통보받는 대상이다. 인상률은 ‘법정 한도 내’라는 말로 정당화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의 동의나 실질적인 참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학칙 개정, 예산 사용, 시설 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공지는 있지만 토론은 없고, 설명은 있지만 선택지는 없다. 물론 대학에는 학생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와 기구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참여는 형식에 그친다. 결정권은 제한적이고, 의견은 참고사항으로만 남는다. 학생은 회의에 참석하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이는 참여의 문제라기보다 권한의 문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생은 대학 공동체의 시민이 아니라, 서비스의 이용자로 취급된다. 등록금은 납부해야
지난 5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월경용품을 포함한 주요 생활용품의 불공정한 가격 구조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는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비싼 생리대 가격을 지적하며 관계 부처에 내린 생리대 가격 담합에 대한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2023년 여성환경연대가 발간한 가격 모니터링 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확인된다. 라이너, 탐폰 등을 포함한 월경용품 513종과 일본・싱가포르・영국・프랑스・독일 등 11개국의 월경용품 69종을 조사한 결과, 국내 월경용품 1개당 평균 가격은 해외보다 39.55%(195.56원) 비싸다. 생리대는 가격뿐 아니라 안전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 2017년에는 이른바 '발암 생리대' 논란으로 생리대에 포함된 유해물질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일었지만 식약처는 불충분한 조사만으로 논란을 종식시키려 했다. 몇 년에 거친 투쟁과 연구 끝에, 지난 22년 환경부는 일회용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통과 생리혈색변화, 외음부 트러블 등의 발생과 관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를 제기했던 여성환경연대에 대한 생리대 제조사의 소송 또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