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2 (화)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성폭력,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학교 A교수, 학생 성추행 했다... 허벅지 더듬고 입맞춤까지

 

  우리학교 A교수가 지난해 학생에게 성추행을 한 사실이 밝혀져 진상조사 중이다. 피해자는 정홍택 씨의 성희롱에 대한 기사를 본 뒤, 용기를 내어 <세종알리>에 피해 사실을 제보했다. A교수는 학생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때문에 많은 학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제보자는 다른 여러 학생들처럼 A교수와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3월, A교수는 제보자에게 제안할 일이 있다며 따로 만나 자세히 이야기할 것을 요구했다. A교수는 둘이 만난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제보자의 허벅지를 더듬고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했다. 장기간 우호적 관계를 통해 단 둘이 만나는 데 거부감을 없애고, 단 둘이 따로 만난 뒤 성폭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홍택 씨의 사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 이야기했으나, 다들 제보자를 걱정하며 공론화 시키지 않을 것을 권유했다. 때문에 제보자는 이 일에 대해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세종알리>의 보도를 본 뒤, 나만 겪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껴 제보를 결심했다고 한다. 제보자는 대학 내 성폭력에 대해 “뉴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다른 학우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세종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왔던 성희롱 교수는 ‘저작권의 이해’를 강의했던 정홍택 씨로 밝혀졌다. 그는 <세종알리>가 취재를 시작하자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사진은 이와 관련된 카드뉴스의 일부

 

총학생회, 학내 제도개선 추진 중

  우리학교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성폭력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 후 해당 교수에 대해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총학생회는 정홍택 씨의 성희롱이 확인되자 자체조사를 통해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해당 규정에 따라 교수에 대해 조사를 하고 징계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 씨가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나면서 학내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A교수의 경우 재직 중이기 때문에, 총학생회에 사건이 접수 된 뒤 규정에 따라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사위원회에 학생 참여가 제한적이고 이미 폐지된 법률을 준용하는 등 미비한 점이 있어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총학생회는 개별 사건 해결과 함께 성폭력조사 위원회에 참여하는 학생 위원의 비율을 높이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성폭력 예방을 위한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윤성현 총학생회장은 “대나무숲 등 익명 커뮤니티를 통한 제보만으로는 문제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며 학생회를 믿고 직접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 A는 실제 해당 교수의 이름과 무관하게 임의로 사용한 것 입니다.

 

성폭력, 이유대응책은?

  대학 내 성폭력 문제가 빈번히 일어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교수와 제자 간의 수직적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맨몸으로 대학교에 들어와서 전공 공부, 진로 탐색, 취업 문제까지 그들이 겪는 모든 면에 대해서 교수의 도움을 받게 된다. 심지어 전공 교수라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대학원 진학과 더불어 전공 활동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교수와 계속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학 사회에서 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를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교수를 스승으로서 그에게 항상 배움의 자세로 대하고, 존경과 예의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이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수직적 관계 속에서 교수는 자연스럽게 권력을 가지게 되고, 학생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교수의 말을 최대한 따르게 되는 것이다.
 

“교수-학생 간 권력 구조가 문제”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인 하루씨는 교수와 학생 간의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것이 잘 가시화되거나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으로 이러한 권력 구조를 지적했다. 발발 시점에서 학생들이 자신에게 작은 피해라도 돌아올까 봐 명확한 자기 의사 표시나 거부를 하기 두려워하며, 설령 의사 표현을 하더라도 자신의 지위를 내보이며 압박하는 교수에게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실제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대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대응 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해 봤다.  

  대응방법으로는 먼저 성폭력 발생 당시 거부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교수와 제자 간의 폭력에서 제자는 자신에게 닥칠 후폭풍이 두려워 제대로 거부를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건 피해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증거 확보필요하다

  가능한 한 증거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녹음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문자나 메신저의 대화 기록 또한 나중을 위해 삭제하지 않고 보관해둬야 한다. 행여나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피해 당사자가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의 누군가에게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SNS 대나무 숲과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는 공간에 익명으로 제보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몫이 크기에 주의해야 한다. 익명 제보는 피해자가 자신의 신변을 노출시키지 않고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2차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으로 상황을 목격하지 못해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 제 3의 인물들이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피해자에 대한 평가를 마음대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내 기관을 통한

공식적 도움받는 방법도 있다

  조금의 용기를 내서라도, 차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성폭력센터나, 여성 위원회와 같은 학내 기관을 통해 자신의 피해 사건을 공식화시키는 것을 권장한다.

  꼭 형사 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학내 징계 절차만 이뤄지더라도 증거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만, 추후 실질적 해결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경우도 많다. 단, 피해 사실을 알릴 지인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지인이 문제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오히려 상대방이 피해자에게 사실을 은폐, 또는 침묵하라 권하거나 당사자의 이야기를 주변에 소문으로 퍼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대학 구성원들의

적극적 해결 의지가 중요

“ 대학 구성원들의 적극적 해결 의지가 있어야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어 ”

  사건의 공론화 과정에서 성희롱 발생 당시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렸던 주변 지인들은 증인으로 나설 수 있다. 만약 목격자가 존재할 시, 그는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피해자와 마찬가지의 용기를 가지고 부담없이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진행 중인 사건해결에도 도움이 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숨겨진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루 활동가는 “대학 구성원들이 성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를 만들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데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내 자체적 성교육필요한 시점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니다.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유의미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인 하루씨는 이에 대해서, 학교는 기업과는 달리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학생뿐만이 아니라, 교수를 포함해 모든 구성원들이 성교육을 자체적으로 받아, 건전한 성에 대한 학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구성원 모두가 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성폭력 문제가 근절될 수 있다.

 

외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자

  학내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 학생과 교수 간의 협상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기 어렵다. 하루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은 공동체 내에서 해결해야 자정능력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수와 학생간의 성폭력 사건의 경우 교수가 가진 지위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학교 밖에서 제 3의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제 3의 기관, 즉 외부 기관에 도움을 청함으로써 피해자는 이러한 협상력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외부 자문 위원을 초빙해 권력 구조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관한 의견을 듣거나,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해야만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국가조직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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