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1월. 대학교 합격 통보를 받았다.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본격적인 대학생활의 시작이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16학번 000입니다. 저는 9x년생 이에요.” 다들 놀란 눈치다. 하지만 나도 신입생이다. 조금은 특별한 신입생.
<91년생 신입생의 이야기- ‘샌애긔’라면 누구나 이런 표현들 있잖아요. 나는 새내기지만 ‘샌액희’, ‘애기’는 아닌데….>
Q. 현재 나이에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가 있다면?
지금 나이에 오려고 의도 했던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 친 다음에 대학을 가려고 했는데 놀았어요. 수능에서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그냥 원서 넣어서 지방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학교를 별로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등록금만 내고 학교를 거의 안 갔죠. 학사 경고장 받아 보셨어요? (웃음) 20살, 21살 때는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다니면서 놀고, 군대를 2011년 12월, 21살 말에 갔어요. 전역하니까 23살 말이었죠. 군대에 있으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하는 편도 아니었고, 잘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수능을 망했으니까, 뭔가 엉킨 매듭을 다시 풀고 제대로 매고 싶었어요. 24살 때 재수 종합학원을 갔죠. 초반에는 좀 열심히 하다가 막판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공부에 집중을 못했어요. 재수 때 연애는 진짜 안돼요.(웃음) 수능이 고3때랑 똑 같은 점수가 나와서 한 번 더 준비하기로 결정했어요. 25살 때는 공부하는 게 좀 지쳐서 6월부터 공부해서 수능보고, 26살인 현재 신입생이 되었네요.
Q. 새내기 배움터, 오리엔테이션은 갔었나요?
둘 다 갔어요. 오티에서 제가 나이를 처음 밝혔죠. 입학이 확정되고 단체 톡에 들어가잖아요. 거기 초대를 받았는데, 한 친구가 자기들끼리는 반말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제 나이를 모르고 한 말이겠지만 대부분 수시생들 이고, 20살이니까 그런가 보다 했죠.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오티에서 밝혔는데, 친구들이 당황스러웠겠죠? 얘네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웃음) 그래서 그냥 웃겼어요. 새내기 배움터는 제가 늦게 가서, 술 게임 할 때쯤에 갔어요. 사실 그전까지 걱정이 안되진 않았죠. 친구들이 나를 어려워할 수도 있고, 내가 애들 장난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근데 다들 형이시죠? 이러면서 다가와줘서 편했고,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선배들과 밥약 잡고 친해지는 문화, 곤란했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좀 곤란해요. 10학번 선배들은 좀 괜찮은데 15학번 선배들 같은 경우는 제가 먼저 잡기는 좀 어렵더라고요. 꼭 얻어먹지 않아도 되고, 괜히 민망했어요. 또 저는 그냥 새터, 오티에서 충분히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괜찮았어요. 문화 자체는 좋은 것 같아요.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낯가리는 친구들한테는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Q. 새내기 율동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취지는 알겠어요. 새내기들 더 친해지고 추억도 생기고. 근데 저한테는 너무 어린 것 같아요.(웃음) 저보다 어린 선배들한테 귀여운 동작 연습해서 보여 주기가 부끄럽죠. 샌애긔 이런 표현들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나는 새내기지만 샌애긔, 애기는 아닌 거 같은데 이런 생각.
Q. 나이차 때문에 생긴 웃픈 에피소드가 있다면?
노래 들을 때, “어, 나 그 노래 고3때 듣던거야.” 이러면 애들이 기겁하고.(웃음) 또 친구가 애기 낳은 사진을 보여주면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동기들이 너무 놀랄 때 나이차를 실감하죠. 최근에 엠티를 갔었어요. 그 때 14학번, 24,23살인 친구들이 새내기 앞이니까 “나이 먹어서 힘들다” 이러면 “나이가 누가 많지?” 이렇게 장난쳤거든요.(웃음) 그래서 나이 많다고 함부로 못한다고 막 그랬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다짐이 있다면요?
바쁘게 살고 싶어요. 누워서 핸드폰 하는 무의미한 시간 줄이고요.
<95년생 신입생의 이야기- 한번밖에 없는 인생. 날아가게 두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Q. 현재 나이에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가 있다면?
단순히 삼수한 건 아니에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패션 쪽 일을 했어요. 중학교 때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한줄기 빛 같은 것이 저한테는 디자인, 예술 쪽 일이었어요. 나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2,3년쯤 지나니까 패션계의 다른 모습들이 보였어요. 뛰어난 사람들도 많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치장하는 데만 치중하는 사람들. 그런 모습들에 회의감이 들었죠. 그래서 문득 나중에 내 삶을 돌아보았을 때, 학창시절의 삶이 없으니까 그 삶을 다시 살고 싶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학교를 다녀보고 싶었어요. 6개월 동안 하던 일을 다 접으면서 정리를 했어요. 너무 늦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용기를 가지고 고등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가게 된 거죠.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근데 고3때 오른팔이 부러져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내신도 떨어졌어요. 너무 화가 났고 준비한 것들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독일 유학에 대해 잘아는 지인이 독일 유학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게 저한테는 또 다른 기회 같더라고요. 수능치고 원서 지원을 하지 않고 유학을 준비했어요. 제가 깊이 교제를 하고 있던 친구와 꿈이 맞아서 함께 독일 유학을 가기로 했었는데, 그 친구가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서 계획이 무산됐어요. 그 때 정말 힘들었고 혼자 가는 건 무의미 하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과 얘기 해보니 기숙학원에서 재수 하는 건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팔도 다 나았는데 아깝지 않냐고. 그래서 1년 동안 기숙학원에서 공부를 했죠. 수능을 치고 원서 쓸 때 독일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독일유학을 준비하면서 독일이 너무 좋아졌고, 친한 친구가 독일에서 미대를 다니는데 그 친구가 같이 살자고 그러고. 그래서 현재 다니는 학과에 지원했고 지금 나이에 신입생이 되었네요.그냥 저만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 지금 나이에 신입생이 되었어요.
Q. 선배들과 밥약 잡고 친해지는 문화, 곤란했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밥약 문화 자체는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사거나 나눠서 내는데 사주는 동생들도 있었죠. 고마웠어요. 밥약 경험은 2명 정도 밖에 없어요. 사실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친구들이 대학교 2,3학년에 있는데, 걔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요. 그 돈 마련하려고 최대한 아끼고… 그래서 저까지 잡기가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죠.
Q. 다양한 경험이 많은 것 같은데, 스무살 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문과 대학 특성상, 얼마나 취직하기 힘든지 알잖아요. 다들 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서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모두가 힘들고, 지금 준비한다고 나중에 덜 힘들어 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요. 지금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그전에 또 왜하고 싶은지, 이런 것들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한 번밖에 없는 인생, 날아가게 두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93년생 신입생의 이야기- 맴찢, ㅇㅈ 이게 무슨 뜻이지?>
Q. 현재 나이에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가 있다면?
저는 캐나다에서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1학년 까지 8년을 살았어요. 대학교 1학년을 다니고 한국에 왔어요. 한국이 제 본향이고, 저는 한국인이 되고 싶은데 캐나다에서 대학교를 졸업하면 평생 캐나다에서 살 것 같았어요. 한국에 와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1년을 그냥 한국에서 살아봤어요. 학교는 안 다니고 알바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면서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이 더 좋아졌고 1년 더 있고 싶더라고요. 근데 한국에서 대학교를 안 다니니까 여러모로 생활에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 입시를 준비했는데 떨어졌죠.(웃음) 캐나다에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 번 더해보기로 결정하고 다시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대학에 합격했고, 지금 나이에 신입생이 되었어요.
Q. 선배들과 밥약 잡고 친해지는 문화, 곤란했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좋은 문화라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에 나이가 어려도 선배로 대접을 해드려야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존댓말 써야 하고 그런? 근데 저를 형으로 대해줘서 고마웠어요. 저는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나이차 때문에 생긴 웃픈 에피소드가 있다면?
동기들이 얘기하는데 저는 ‘맴찢’ 뜻 몰랐었거든요. 처음 알았어요. 또 카톡에서 ㅇㅈ 이라고 하길래 무슨 뜻이지 물어보고 아 인정이구나..이랬을 때 이런 게 나이차인가 했죠. 동기들도 놀리고.(웃음)
새내기이지만 ‘샌애긔’는 아닌 그들. 새내기 라이프를 즐기는 16학번들을 보면 ‘어리다’, ‘풋풋하다’, ‘귀엽다’,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신입생 모두가 한결같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편견이 아닐까.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갖고, 조금 특별한 과정을 지나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된 그들 또한 싱그럽고 희망 가득한 새내기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박지해 기자 wlgo153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