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4 (일)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프라임 코어 사업] 알리, 대담하게 대담하다

    “실제 대학의 발전방향이 사회변화에 따라서 많이 좌우되는 것은 사실이다. 시대별로 직업군의 변화가 일어난다. 대학은 근간이 되는 학문은 계속하지만 사회적 수요에 따라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오늘날의 이화여대도 역시 그러한 과정에서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새로운 사회변화에 맞추어 교육함으로써 사회의 핵심 분야에 우리 이화의 인재가 진출할 길을 고민하고자 했다.”
  2월 1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발표한 ‘사회수요 맞춤형 사업’에 대한 학교 측의 의견이다. 많은 이화인은 이 사업과 학교 측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했다. 말도 많았고, 앞으로 탈도 많을 이 사업, 알리가 이야기해 보았다.

 

: 1, 2월 많은 대학이 프라임과 코어에 대한 학생과 교수들의 반대 물결로 시끌시끌했다. 겨울 동안 많은 학교를 들썩이게 했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PRIME 사업부터 추진계획을 한 장씩 보면서 이야기해 보자.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이 선제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교육 현장과 노동 현장의 인력 수급을 대학이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 현장에서 기업이 어떤 사람들을 뽑아 어떻게 교육하고 실무에 투입할지는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자신들의 목표에 걸맞은 인재를 자신들만의 방식에 따라 선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연수 과정을 통해 기업의 실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기업들이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책임질 문제를 왜 대학한테 책임을 넘기나?

: 인터넷에서 연세대학교 학생이 기업에 대학의 본질은 학문의 장이라고 일침을 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당사자인 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이 왜 대학에 왔는지 인지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 사실 나는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경제 성장 - 일자리 창출 - 취업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에 앞서 구조개혁 노력을 하고 창의적 인재양성 모델을 창출한다는 말이다. 좋은 단어는 다 갖다 놨다. 선제적이고 창의적으로 인재를 양성한다는데, 애초에 대학이 취업을 위한 곳은 아니지만, 백번 양보해서 대학 교육을 통해서 모두가 인재가 되었다고 해보자, 모두가 원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지금 경제 상황과 높은 실업률이 우리가 사회의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은 책임을 엉뚱한 데다 지우는 것이다.

: 정부 관점에서 선순환 구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중점적 책임은 기업과 국가의 구조 및 정책에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선순환 구조에 앞서 대학의 개혁을 요구한다는 것은 취업과 인력난의 문제를 기업과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아니라 대학과 학생의 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거다. 정부가 대학과 학생에게 기업에서 필요한 실무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너희가 기업에 들어가고 싶으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라" 라고 말하는 거다.

: 누가 날 철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대학이 취업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은 그냥 학문 그 자체를 위한 곳, 학자가 아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겪고 부딪혀갈 일들을 해결하거나 피해갈 수 있는 지혜와 근육을 단련하는 장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대학만큼은 학문의 성지로서 이러한 경제 정책에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

: 정부가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고 「2015년 교육부 업무계획」에서 프라임 사업 신설을 발표했다. 이것을 보면 프라임 사업 자체가 경제 정책의 목표 달성을 위한 종속적이고 수단적인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렵다.

: 비전부터 ‘창조경제’를 견인할 학생 중심의 산업연계 선도대학 육성이라 말한다. 대학 사업이 경제 사업의 일환이 된 거라는 게 진짜 맞다. 비전 및 목표에 밝힌 내용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회 수요 중심, 체질개선, 인력 미스매치 해소같이 구체적인 것은 없고, 뜬구름만 잡고 있다.

: 교육부 자료에서 보면 대학의 체질개선을 말하는데 교육부가 생각하는 대학의 체질이 어때야 하냐고 물어보고 싶다. 사회수요에 맞추어 대학 교육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체질개선 방향이냐고.

: 자율이고, 견인이고, 진로역량 강화고 좋은 말만 다 붙여 놨다. 추진 전략 3대 원칙을 보자. 추진 전략 내용을 보면 대학 자율성을 보장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이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알려주지도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합의를 하나? 정원 유지만 합의하는 게 되나?

프라임 사업 3대 추진전략 1. 학생 중심의 교육개혁 위한 대학 자율성 보장 2. 교원 신분, 학생정원 유지 등 대학구성원간 합의 3. 대학의 선제적 변화에 재정적 뒷받침

: 학교에서 프라임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11월 이전부터 나왔는데 간담회는 2월에 이뤄졌다. 12월 말에 교육부에서 사업을 확정 발표를 했는데 교육부는 2015년도 1월부터 전문가, 기획처장, 총장 등을 모아놓고 사업을 논의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대학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은 도대체 어디로 수렴한 건가. 심지어 학생 간담회는 코어 사업 이틀 전에 이뤄졌다.

: 또, 추진 전략과 너무 어긋나는 평가방식 아니냐. 사실 원칙에서는 대학 자율성과 학생 중심 구성원들의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는 한다. 하지만 평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의 점수를 차지하는 건 ‘얼마나 사회 변화 및 산업 수요를 반영한 학과를 만드는지’다. 사회변화 및 산업수요를 반영한 학과(단과대학, 학과 등) 개편 및 정원조정 계획은 20점의 배점, 대학의 정원조정 계획과 국가정책 또는 지역 발전방향의 부합성은 6점, 사회변화 및 산업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 실적 및 계획은 13점이다. 하지만 대학구성원 간 합의 및 참여 유도 방안은 고작 3점이다.

: 구성원 합의 원칙을 절대 지킬 수 없게 하는 것은 이 사업의 추진 과정이다. 2015년 12월 말에 사업을 확정 발표하고 코어는 2016년 2월 3일 사업계획서 제출, 프라임은 3월 말에 사업계획서 제출이다. 학생들이 없는 방학 기간을 낀 2개월 3개월 안에 대학한테 조정방안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가 내놓은 인력수급전망 자료에 맞춰서 대학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게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 사이에 구성원 합의를 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모자란 졸속 진행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인력수급전망 자료에 맞춰서 대학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게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고용노동부가 ’14~’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을 발표할 때 인력수급전망에 활용되는 대표 모형으로 네덜란드의 ROA 모형을 이용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 모형을 이용하여 인력수급 전망을 5년 단위로 내는 것을 우리는 10년 단위로 냈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의 현안 보고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이 문제를 지적했더니 “참고용으로 활용하라고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뿐.”이라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 요즘처럼 산업 구조의 변화 속도가 빠른 때에는 개편하고 나면 또 흐름은 바뀌어있을 확률이 높다. 과거에 굉장히 잘나가던 철강, 해운 같은 산업이 오늘날 구조조정에 빠지고 있고, IT도 몇 년 전만 해도 엄청나게 떠올랐으나 지금은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없다. 시대가 이렇게 변화하는데 지금의 흐름을 보고 신설하는 과에서 신입생을 뽑으면 그 전공 학생이 졸업 후에 경쟁력을 가진다는 보장이 있는가? 또, 취업률도 어차피 퍼센트 싸움이고 그 퍼센트로 모든 고용상황을 말할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의 칼럼에 따르면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소화해 내야 하는 특성상 이공계의 직업수명은 타 분야에 비해 짧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단순히 초기 취업률만 가지고 어떤 분야가 더 유망한가를 말할 수는 없는 거다. 그리고 이 사업 목적 중의 하나가 양적 구조조정에서 하위 등급을 받았던 대학들이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프라임 대형 소형을 합쳐 전국에서 20개 내외의 대학이 참여한다. 사업 유형별 권역별 재원 배분을 보면 사업이 겨냥하는 대상이 수도권에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학교는 아닌 거 같다. 대형 같은 경우 수도권에 2개교, 지방에 4개교에 150억씩 지원하고 전국 단위에서 2개교 150억, 1개교는 300억을 지원한다. 그리고 소형 같은 경우는 수도권 2개교, 지방에서는 동남, 대경/강원, 충청, 호남/제주 각 2개교씩 총 8개교를 지원한다. 전국에 있는 대학(전문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제외) 189개 중의 70개가 서울에 있는 학교다. 수도권 학교의 비중은 37%인데 지원 할당량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애초에 소위 서울 내, 수도권 내 대학이 아니라 지방에서 재정적으로 조금 힘들고 정부가 좌지우지하기 쉬운 학교를 노린 것 아닌가?

: 그런데 사업 지원 불가능 대학 조건을 보면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 참여를 안 했거나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들은 신청을 배제한다고 나와 있어서 재정부실 대학들을 뽑아서 지원금 주고 구조 조정 대폭 하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 참여를 않았다는 건 국가 측에선 당연히 배제하는 거고. 경영부실대학은 진짜 약간 소생 불가일 정도의 불량 대학인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거 같은데 웬만한 정도의 학교가 그 정도까지는 안 받지 않나. 어차피 다른 학교들이 이 사업을 위해 ‘경쟁’을 하는데 국가 입장에서는 재정 건전성이 낮은 대학은 빼고 나라의 입맛에 맞는 학교를 뽑아도 충분히 나라에서 의도하는 바는 이룰 수 있다.

: 교육부가 말하는 '구조조정 평가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대학'은 구조조정 정도에 따라 낮은 등급의 점수를 받은 대학이 아니라 이전 구조조정 평가에서 점수를 아예 안 받은 대학들을 말하는 거 같다.

: 그럼 등급이 낮은 학교는 안된다는 것도 아니고 점수가 없는 학교면 일반적인 학교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데, 나라에서 아쉬울 것이 없으니 그런 것 같다.

: 글쎄, 난 저 의미는 조금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긴 하다.

: 그런 대학들 노려서 정부 입맛대로 맞춰서 그때 반짝 성공하면 정부의 성과 수치로 보이고 이걸 선거 때 이용할 것이고 실패를 하면 대학의 차후 상황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데.

: 이 사업을 시행하는 지금의 박근혜 정부와 교육부가 이 사업이 실패한다고 과연 대학만큼 피해나 타격을 입기야 하겠는가.

: 백번 양보해서 선정된 대학에선 취업률이야 좀 오를 수도 있다 치자. 근데 그거 조금 오른다고 창조경제가 견인되나? 200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이런 평가 방식과 목표를 가지고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겨우 취업률 조금 오른다고 되나. 그게 끝인가? 어차피 그것도 몇 년 지나면 바뀔 거고, 정부가 몇 번 이렇게 해놔서 계속 바꿔버리면 대학은 그다음에 어떻게 하라는 건가.

: 선정이 돼도 문제고, 안 돼도 문제다. 프라임 사업과 더불어 코어 사업의 등장도 탐탁지 않다. 코어 사업의 배경 자체가 인문학에 대해 국가의 깊은 고민에서 나왔다기보다 프라임에 대한 반발을 축소하기 위해 나온 사업인 느낌이 든다. 프라임 사업이 ‘인문대 죽이기’ 사업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 않은가.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CK, BK21+ , 프라임 다 공학 강화하겠다는 건데, 인문학에 관한 게 없으니까 하나 만든 느낌?

University for Creative Korea,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대학 특성화 사업(CK)」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석박사급 창의인재” 연간 1만 5천 명 양성, BK, CK 사업 등을 통해 인문학 학부·대학원을 일부 지원하고 있으나, 대학 인문학 위상 강화 및 혁신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

: 그렇지. 그리고 결국 코어도 인문계열 졸업생들의 낮은 취업률을 문제로 지적하며 등장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코어 사업의 본질과 배경을 잊고 내용만 보면 사실 인문대한테 도움되는 사업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사업 자체가 되게 괜찮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코어 사업도 사회 수요 맞춰서 인문학 바꿀 필요 있다는 거 아니냐. 이게 핵심이다.

: 코어사업도 추진전략에서 뭘 중점으로 둘 것인지에 따라 사실 사업의 방향과 성격이 아예 다르게 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전략에 관해서 각 대학에서 어떤 모델을 취할 것인가가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 그런데 무슨 한 모델을 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인문대 단운위 성명서에서 밝힌 것과는 달리 인문대 학장과 총학생회에 사실 확인을 해본 결과 우리는 정책 목표에서 기초학문으로써 인문학 역량?위상 강화,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문학 육성 중에서 위에 방점을 주겠다는 뜻이었지 기초학문 심화 모델만 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학교는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 심화 모든 모델을 결합한다.

인문대 단운위 코어 사업 관련 성명서 발표 2016년 2월 3일 오후 4시경 성명서에서 코어 사업의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심화, 기초교양대학 모델 중 본교는 기초학문심화 부문에 참가한 것으로 안다고 밝힘.

: 아무리 위에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 역량과 위상을 강화하겠다고는 하지만 국가사업의 의도 자체가 이러한데, 사회 수요에 맞추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프라임 사업보다 덜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본질이 다른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나는 사회 수요를 운운하는 부분은 마음에 안 들지만 프라임 사업보다는 코어가 덜 위험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학교 측에서는 정말 인문대에 좋고, 필요한 사업이라고, 교수님들이 열심히 계획한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장담하기는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인문학이 조금씩 개량, 개량되어 가다 보면 안 그래도 학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유학은 필수고, 외국의 학자들, 학문을 빌리는데 급급한 한국의 학문적 기반이 더 약해질 수 있다. 한국적인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도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추세로 가면 정말 학문적 깊이와 치열한 연구가 아닌 입맛에 따른 개량과 인문학의 교양화로 이어질 것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 학교 입장을 믿고 싶기는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3월에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그 내용에 관해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다. 선정되었다면 학생들이 힘을 합쳐 그 사업비로 시장수요에 맞춘 인문학을 만들려는 시도는 막아야 할 것이고, 사업 선정이 안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졸속처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 더 신중했어야 했고, 이러한 졸속처리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야 했는데, 조금의 제대로 된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 그게 참 아쉽다.

: 사실 우리는 이 사업들 자체도 문제라 생각하지만, 매번 학교에서 새로운 계획이 등장할 때마다 학교의 대응과 의견 수렴 노력이 가장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 프라임과 코어에 대한 학생들의 의심이 있었던 게 11월쯤이었다. 그 후 12월에 ‘대자보’가 등장했다. 학생들의 반발이 더 거세지기 시작한 게 이쯤이고 학교 측에 학생들 문의가 빗발쳤다. 12월 말 기획처 부처장 김대인 교수와 통화를 했었다. “학생들이 어떤 걱정을 하는지 알고 계시면서 왜 제대로 된 답변을 안 내놓고 유언비어 퍼뜨리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이 나오는 것인가. 학생들한테 반발을 사고 싶지 않으면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의사소통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정말 논의만 하는 중이고 교수님들하고 이야기하고는 있다. 정해진 게 없어서 답변을 드리기도 어려웠을뿐더러 어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지 고민하겠다.” 라고 답변을 했다. 그 후 의견소통의 하나로 나온 게 2월 1일 있었던 ‘사회수요 맞춤형 사업 관련 학생 간담회’다.

: 지원서 제출 이틀 전이다. ‘간담회(懇談會)’인데도 불구하고 언제 하자고 상의를 하거나 소통하기보다는 ‘통보’했다. 방학에 학생들이 모이기도 힘들었고, 간담회에서도 뭐 제대로 된 정보를 준 것도 아니고 변명에 급급하지 않았나?

: 사실 속 시원한 답변이 없었다. “엔터테인먼트학과 절대 만들지 않겠다. 약속하겠다.”, “프라임 사업은 단순한 학과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의 성격이 아니다. 자세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 이 사업의 선정도 경쟁이기 때문이다.”만 반복했다.

: 또, “코어 사업은 우리 담당 아니고, 인문대에서 하는 것”이라 하고, 코어 사업에 대해서는 별로 나눈 것도 없다. 이럴 거면 간담회가 애초에 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학과 통폐합은 없다, 엔터테이너과가 없다.’ 같이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만 말했지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정원 이동이 프라임 사업 조건이고, 변화하라고 나라에서 50억, 30억씩 주는 것은 구조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건데 왜 변화가 없는 것처럼 말하냐. 학생들이 이 사업으로 인해서 무슨 변화가 있을 거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을지 알 권리가 있다.

: 간담회에서 사업에 대해 의견수렴을 했다며, 700명가량의 설문조사를 말했다. 이 설문조사가 어떤 통로로 진행되었고 수많은 학내 구성원 중 누구를 선별해서 설문대상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이 설문조사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나? 700명이 모두 다 학생도 아니다.

: 학교 측은 배너에 잠시 올려놓고, 교직원들을 포함해도 700명밖에 안 한 설문을 기간 지났다고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야 했다. 나는 그런 설문조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막상 설문조사 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한 인문사회계열을 축소하고 공학계열을 확대하는 방향이라든지 그 외 구체적인 방식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회변화에 따른 대학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들, 예를 들어 ‘미래 신산업분야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식의 설문을 하니까 학생들이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거 아닌가? ‘학생들이 창조경제를 견인하기 위한 일꾼이 되기 위해 사회 수요에 맞는 것을 배우는 학교로 변화했으면 좋겠는가?’라고 했으면 그런 결과가 나왔겠는가? 절대 아니다.

설문지 내용 772명 중에 학생 67%, 교수 15%, 직원 11%, 동문 6%, 학부모 및 기타 1%. 사회 변화에 따른 대학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항목의 평균값은 3.57/5, 저출산, 고령화에 인한 사회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3.80/5, 사회변화에 따른 대학구조의 변화와 산업수요와 공급의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결을 위한 노력에 대한 동의가 3.38/5  출처: 2월 1일 학생 간담회

: 나는 또 문제 삼고 싶은 게 있는데, 학교 측이 설득의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온 학생들은 모두 의문이 들기 때문에 모인 것이다. 그런데 학교 측은 학생들이 계속 의문을 갖는 점에 대해 비슷한 답변만 내놓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모든 학생에게 모든 정책을 알리면서 학교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식이었다.

: 간담회에서 학교의 주인으로서 학생들을 동등한 존재로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식이라고 해야 하나? ‘너희는 논리가 부족해.’,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마.’ 이런 식이다. 매번 이런 식이니까 학생들이 학교를 못 믿는 거다. 간담회라는 이름을 왜 붙인 건지. 그리고 그 사업으로 인해서 영향을 받을 학생들이 그 경쟁을 애초에 시작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 동의를 하지 않았는데 이미 자기들끼리 사업한다 해놓고, 경쟁한다고 안 알려준다는 건 그냥 우리들의 의견이안 중요하다는 것뿐 아닌가?

: 간담회 후에 필자가 기획처에 프라임, 코어 사업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두 사업에 관련하여 학교 안에서 이루어진 회의 목록과 보고 자료 등을 공개해 달라 했는데, 비공개 통보가 나왔다. 신청 후 하도 연락이 없어서 정보공개청구를 담당하는 기획팀장에게 전화했더니 “본교 학생이신 거죠?”라고 물어보더니 결국 돌아온 것은 비공개하겠다는 답변이었다.

: 학교의 태도를 보면 프라임, 코어 사업이 선정되건 안 되건 계속해서 지켜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이 선정된다면 학생들은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학교의 추진 방향과 구체적인 논의들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지면의 한계상 더 많은 궁금증과 논의들을 풀어내지는 못하지만 알리는 계속해서 이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 아직 이 사업에 관해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기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것이다. 교육부가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부분공개랍시고 교육부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은 기본 계획 문서를 첨부해서 주더라. 그 문서를 보고 정보공개청구를 한 건데. 알고 있는 자료는 필요 없다. 교육부건 학교건 계속 정보공개청구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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