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월)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김맛누리 5월의 맛 : 빠네

김맛누리 세 번째 맛 - 파스타 대전 No.1  빠네
<부제 : 파스타에 빠네 빠네 버렸어요~>
파스타란 어떤 음식일까? 파스타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가 우리가 쫄면, 라면, 짜장면을 시켜먹는 것처럼 매우 대중적인 분식이다. 크림파스타의 일종인 ‘Carbone' (까르보네, 까르보나라)는 이탈리아어로 석탄을 뜻하는데, 이는 광부들이 파스타를 먹다가 옷에서 떨어뜨린 석탄가루에 착안하여 통후추를 뿌려 먹은 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탈리아에선 우리가 해장하러 해장국 집에 가서 “이모 여기 뼈 해장국 3개에 들깻가루 잔뜩 올려서 주세요~!”하는 것처럼 “이모 여기 까르보나라 3개에 통후추 잔뜩 뿌려 줘요~!”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오로지 내 추측일 따름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단 하나, 파스타는 맛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미국에서도 파스타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서양문화의 일변도적 수용, 간편함, 기타 등등의 이유는 부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파스타가 널리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파스타가 맛있기 때문이다. 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대생들의 혀 또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참된 혀이기에, 오늘날 이대 정문과 후문에는 파스타 가게가 화장품 가게만큼이나 넘쳐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혀가 먼저 빠네빠네(반해반해)버린 파스타, 빠네 파스타 맛집을 두 곳 소개하고자 한다. 다같이 흥얼거려 보자! “파스타에 빠네빠네 버렸어요~”

1. 일멜리오 아베디또


-분위기는? : IL MEGLIO APPETITO (일 멜리오 아베디또). 이탈리아어로 ‘최고의 식사’를 뜻한다고 한다. 온 가게가 하얀 회 벽돌, 하얀 간판. 그야말로 깔끔한 모던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근묵자흑이란 말에서 착안하여 비유하자면, 근‘일멜’자‘백’한 상쾌한 기분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비록 작년 이맘때 첫 소개팅을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상대와 여기서 먹었었지만,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몇 번이나 다시 찾아올 정도로 맛도 제법 괜찮은 편이다. 


-Main menu : Duomo Santa maria del fione pasta (두오모 산타마리아 델 피오네 파스타)
사실 저 긴 이름에 무슨 메리트가 있는지 모르겠다. 마치 옛날 개콘 ‘영국의 권위있는 귀족 루이 윌리암스 세바스찬 3세’를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네 벗들에겐 그냥 뚝 잘라 ‘두오모 파스타’로 불린다. 큰 통 식빵 속을 파내에 크림 파스타를 품고 그 위에 파슬리를 파슬파슬 뿌려내었다. 이 집 빠네 파스타의 가장 큰 강점은 엄청난 양의 크림소스이다. 정말 말 그대로 ‘혜자’로운 크림소스 양을 자랑한다. 보통은 빠네 안의 크림 소스 만으론 마지막에 빵을 찢어 적셔먹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목한 접시에 넘치도록 담은 크림소스는 성시경의 노래를 생각나게 한다. ‘넌 감동이었어’. 다만 아쉬운 점은 소스가 약간 묽다는 것과 안의 부재료, 이를테면 양파,베이컨,버섯이 좀 적지 않나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오모는 일멜리오 최고의 메뉴라 가히 칭할 만하다. 고소하고 혜자로운 크림 파스타의 정석을 맛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입구에서 웨이터(그러니까, 나이트 말고 일멜리오 아베디또 입구에서)를 불러 두오모를 시키자.


-추천할 만한 또 다른 메뉴 : 스파냐 피자
이 집의 컨셉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작명이 포인트인 것 같다. 여느 유러피안 레스토랑이 그러하듯이, 어쩌면 이는 유러피안에 대한 우리의 동경을 의식한 작명일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렇기에 단순히 영양분 섭취를 위한 ‘식이’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음식 저변의 문화양태까지 우리에게 ‘이식’하는 ‘이식’행위이리라 생각한다. 각설하고, 도대체 그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 피자의 정체는 감자피자다. 얇은 반달감자를 썰어 마찬가지로 얇디얇은 도우 위에 얹고, 치즈와 옥수수를 얹어 구워낸 다음 사워 소스와 갈릭 소스의 중간쯤의 맛이 나는 화이트 소스를 지그재그로 왕창 뿌려서 낸다. 반달감자가 여느 피자의 그것과는 다르게 간이 거의 되어있지 않단 점에서 미루어 보자면, 이 피자의 8할은 화이트 소스, 화이트 소스에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아마 이 집 사장님도 이를 잘 인식하고 계신 것 같다. 소스를 왕창 뿌려서 내오신걸 보면 말이다. ‘다다익선’, 소스의 혜자함은 옳았다. 심심할 법도 한 반달감자와 얇은 치즈와 도우, 그리고 달콤한 소스의 조화는 그야말로 꿀맛이로다. 다만, 이 피자는 다소 느끼할 수도 있으니 크림 베이스의 파스타보다는 토마토 베이스의 파스타와 같이 시켜먹는 게 좋을 듯하다.


육하원칙에 의거한 한줄 총평
누구랑? 애인 혹은 친구 등 친해지고 싶은 좋은 사람들과 언제? 볕 좋은 날 점심에, 햇빛 잘 드는 식당을 원할 때
어디서? 이대 정문에서 가깝기에 이대 정문에서 만나서 어떻게? 중국인 관광객을 뚫고 천천히 걸어 내려가서
무엇을? 푸짐한 2인 세트를 시켜놓고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리고는 왜? 이렇게 잘먹냐는 질문에 너랑 같이먹어서라고 하기 좋은 곳.


2. 비엔디 스테이션
-분위기는? 다른 은하계에서 온 고등종족이 지구를 침략한 서기 24세기, 서울 모처에 위치한 어두운 지하벙커에서 최후의 둠스데이를 앞둔 대한민국의 수뇌부가 다소 협소하고 옹색해 보이나 남은 역량을 다 끌어 모아다가 마지막 만찬을 벌일만한 느낌이다. 약간 음울한 느낌도 드는데, 이 점에서 확실히 일 멜리오 아베디또와 다른 면모를 보인다.


-Main menu: 2NE1 파스타
 공민지가 탈퇴하고 박봄이 약빨고 씨엘이 예뻐지고 산다라가 예능하고 있는 그 그룹과는 전혀 무관한 파스타이다. 아마도 단호박 스프와 빠네 속에 담긴 로제 파스타를 한 그릇에 즐길 수 있다는 걸 재치 있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생각만큼 재치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맛은 투애니원 음원점수만큼이나 괜찮다. 단호박 스프는 빵 옆에 얕게 깔려있는 정도지만, 로제 파스타를 돌돌 말아 단호박 스프에 찍어먹어도 맛있고, 마지막에 빠네를 찢어 적셔먹어도 달콤하고 고소한 그 맛이 일품이다. 빠네 속엔 로제 파스타가 들어있는데, 두툼한 베이컨과 마늘 슬라이스, 양파, 파프리카, 버섯 슬라이스, 칵테일 새우등이 어우러져 있다. 페페론치노가 약간 들어간 듯, 매콤한 맛이 나는데 이를 토마토 베이스의 상큼한 소스와 크림 베이스의 고소한 소스가 살짝 덮어준다. 로제 파스타만 따로 시켜도 맛있을 듯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파스타가 너무 퍼져있다는 점과 소스가 조금 넉넉하지 않아 빠네를 덜 적신다는 점이다.


-추천할 만한 또다른 메뉴: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처럼 굉장히 간단해보이지만 굉장히 만들기 어려운 파스타도 드물 것이다. 집에서 요리한답시고 설쳐본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알리오 올리오는 기름 때려 붓고 마늘 때려 붓는다고 맛이 나지 않는다. 그냥 기름 따로 마늘 따로 면발 따로의 총체적 난국 돼지죽이 될 뿐이다. 포인트는 불맛과 면수에 있다. 불이 기름과 마늘이 타지 않는 정도에서 살짝 풍미를 더하면서, 면발 전체를 코팅하면서 면수가 간을 채워 맛을 심심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그냥 사먹는 게 편하다는 소리다. 이 집의 알리오 올리오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마늘의 식감이나 간의 정도나, 불맛이 약간 감돌면서 짭짜름한 것이 상당히 식욕을 돋군다. 다만 아쉬운 점은 면이 알덴테의 익음 정도를 넘어 많이 퍼져있고, 페페론치노가 다량 투하되어있어 좀 맵다는 것이다. 매움이 알리오 올리오의 올리브유 맛을 다 덮는 것은 좋지 못하다. 과유불급이다. 그 점만 빼고 보자면, 오천구백원의 가격에 이정도 맛은 매우 옳다.


육하원칙에 의거한 한줄 총평
누구랑? 떠들어도 괜찮은 분위기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동기들이랑 언제? 지하라서 시원하기에 초여름의 저녁 즈음에
어디서? 학교에서 가까우니 이씨씨 1번 출구 앞ㅔ서 만나서 어떻게? 여럿이 나눠먹을 메뉴를 미리 정하면서
무엇을? 수다를 떨면서 왜? 워낙 메뉴가 다양하고 싸기 때문에 많이 시킬수록 이득이라 동기들이랑 돈모아 다같이 가면 좋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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