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우리 학교, 성폭력, 지금 여기

알리는 독립언론 프랜차이즈로, 성공회대, 세종대, 이화여대, 한국외대에 둥지를 틀고 각 학교 학생들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매체이다. 이번에 우리 4개의 '알리’는 학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공동기획 기사를 준비했는데, 이번 학기 알리들이 있는 4개 대학에서 단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학내 성폭력은 너무나 보편적이고 만연한 문제이기에, 4개의 알리는 머리를 맞대고 성폭력 없는 학내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 성폭력 해결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최근 세종알리에 제보된 두 개의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 보자. 첫 번째 제보는 3월호에 실린 정홍택 교수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학교는 성폭력 관련 제도를 통해 사건 조사를 한 후, 교수에 대한 징계절차가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갑작스러운 정홍택 교수의 사직으로, 성폭력 사건은 학교의 어떤 조사도 없이 흐지부지되었다. 두 번째 제보는 4월호에 실린 모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 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학교의 제도를 통해 성폭력 사건을 접수하려 했지만, 교수의 소속을 이유로 학칙으로 처리하기 애매하다는 학교 측의 적극적이지 못한 답변과, 성폭행 사건에 대한 총학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종결되었다. 결국 두 사건 다, 사건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학칙 적용의 문제점

세종대학교 성폭력에 관한 학칙에는 큰 문제가 없다. 잘 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성폭력 사건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세종대학교가 그 학칙들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는 되어있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사항, 조사위원회의 규정과 위원의 자질 등 여러 부가적인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첫 번째 제보인 정홍택 교수의 성폭력 사건에서는 교수의 사직으로 인하여, 학칙에 의거해 처벌할 수가 없어졌다. 손 쓸 방법도 없이 사건 조사의 기회는 사라졌다. 두 번째 제보에서는 더 심각하다. 피해자가 규정에 맞게 성폭력 사건 접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처리에 어려움을 표했다.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시,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도 모자를 판에 애매한 자의적 판단으로 학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고, 사건은 잠식되었다.

 

조사위원회의 모호한 규정

조사위원회에 대한 규정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조사위원회에서는 학생 위원이 최대 2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필수가 아닌, 학교 측에서 학생이 관련된 사건이라고 표명했을 때에 한해서만 학생 위원의 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만약 교수와 학생의 성폭력 사건에서 교수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학생 위원 2명조차 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할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학생과 ‘관련된’ 사건일 때만 학생 위원이 들어갈 수 있다는 규정은 학교측 판단에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매우 모호한 규정이 된다. 학생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되어있을 때에 반드시 학생 위원이 들어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더라도, 그들이 실제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자질이 되어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위원의 자격 요건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을뿐더러, 성폭력 사건에 전문성이 있다고 할 만한 사람은 상담소장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바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 이런 문제에 대해 무지한 보통의 사람이 위원으로 들어갈 시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은 급격히 어려워진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서 조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성인지 교육과 성폭력 교육을 통하여 위원들의 성인지력과 젠더 감수성과 같은 자질을 두루 갖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

 

믿을 곳 하나 없다

총학생회의 소극적 대응 또한 아쉽다. 두 번째 성폭력 제보 당시, 피해제보자는 성폭력 사건 접수 과정에서 제보자가 총학생회에게 이 사건의 해결을 계속 강행했을 때 교수가 법적으로 대응할 경우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을 했었다. 총학생회는 ‘경찰에 문의하셔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피해자는 그 대답을 들은 후, 더 이상의 사건 해결을 포기했다.

더불어 세종알리는 매번 성폭력 사건이 제보됐을 때마다, 총학생회에 양성평등위원회가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총학생회는 학교의 전체적 업무를 전담하기 때문에 성폭력 문제에만 전담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요청했다. 학생복지위원회와 통합된 양성평등위원회(학생복지양성평등위원회)는 올해 남성 휴게실 설문조사 외에는 성 평등을 위한 아무런 활동도 진행하지 않았다. 기사화된 두 번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어떠한 기능과 역할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으면 많은 위험이 따른다. 가해자가 보복이나 2차 피해 등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문제해결을 책임져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에 이를 책임질 의지와 역량을 가진 학생단체는 없다.

이 모든 문제점을 포함해서 아예 간과 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 가해자를 찾아 처벌하는 학칙만 있고, 이후 제도 개선에 대한 어떠한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정신적인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장치도 존재하지 않고, 2차 가해에 대한 장치 또한 없기 때문에 성폭행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하게 치달을 수 있다.

그나마 존재하는 제도조차, 학생들이 접하기가 어렵다. 학교 규정에 실려있긴 하나 그 규정집을 열어 보는 학생은 드물고, 찾기도 힘들다. 학교의 적극적인 홍보와 제도 개선을 통해 학생들이 성폭력 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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