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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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부터 남대문까지 : about 사격

122년만의 남미대륙 사상 첫 올림픽인 리우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NEW WORLD’를 표방한 이번 올림픽은 지카바이러스의 공포와 테러 위협 등 각종 우려 속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국제 난민팀을 구성해 대회에 참가하게 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금메달 9개를 포함한 21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종합 8위에 오르며 여전한 스포츠 강국임을 다시금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금메달을 하나 꼽자면 남자 50M 권총 부분의 진종오 선수를 꼽고 싶다. 진종오 선수는 이번 금메달로 사격계에서 전무후무한 올림픽 3연패라는 기록을 세웠다. 내심 2022 도쿄 올림픽에서 4관왕까지 노린다고 하니, 이 기록이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금메달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진종오 선수는 결선 경기에서 6.6점을 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순간 관중석에는 탄식이 흘렀고, 해설자들도 당황한 듯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하지만 거짓말같이 진종오 선수는 10점대를 연거푸 적중시키며 극적인 역전 금메달을 따내고야 말았다. 이후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6.6점은 일명 ‘현충일샷’으로 회자되곤 했다.

 

일명 ‘현충일 샷’을 쏘고 난 직후

 

하지만, 역사적인 기록보다도 더욱더 올림픽 정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장면은 경기가 끝난 뒤에 나왔다. 50M 권총 부분은 금메달이 한국, 은메달은 베트남, 동메달은 북한이 차지하게 되었다. 동메달을 차지한 북한의 김성국(31)선수는 “1등이 남조선, 3등이 북조선인데 1등과 3등이 하나의 조선에서 나오면 더 큰 메달이 된다”고 말하며 ‘NEW WORLD’라는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 총을 맞대고 군사적 대치를 하고 있는 한국과 북한이,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총구를 서로가 아닌 과녁에 대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주었다.

 

이번 올림픽 사격 종목은 새로운 룰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경기규칙을 새롭게 개정했다. 과거에는 예선에서 기록한 점수가 누적되어 결선에 반영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번 올림픽부터는 예선 기록은 8명의 결선 진출자를 가리는 데에만 사용되고, 결선에 오른 선수들은 제로 베이스에서 20발을 쏘게 된다. 또한, 2시리즈까지 3발씩을 쏜뒤, 7번째 발을 쏘는 3시리즈부터 2발씩을 쏠때마다 최저 점수자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해 박진감을 더했다. 진종오 선수와 같은 최정상급 기량의 선수에게는 다소 불리한 방식이였지만, 보는 이에게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

 

진종오 선수의 총, 50m 권총 본선 세계신기록을 나타내는 ‘WR583’이 적혀있다.

 

선수들이 쓰는 장비에도 특별한 비밀들이 숨어 있다. 진종오 선수가 쓰는 총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총으로 스위스 제작사가 2년여에 걸쳐서 진종오 선수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총이라고 한다. 한정판이기에 가격은 매길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신발에도 특별함이 있다. 진종오 선수는 사격화를 신지 않고 역도화를 신고 경기에 나선다고 한다. 왜냐하면 역도화는 바닥이 굉장히 평평하기 때문에 좌우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사격 경기에서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끝없는 작은 노력들이 있어왔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올림픽은 끝났고, 사격의 감동도 조금식 사그러들고 있다. 올림픽의 장점은 4년마다 생소한 종목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다시 그 종목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4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필자와 같이 올림픽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는 스포츠팬에게 TV로만 봐왔던 사격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릴적 갖고 놀았던 BB탄 총도 아니고, 마우스로 클릭할 수 있는 게임속 총도 아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실탄사격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보았다.

 

남대문사격장은 회현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도를 검색해서 찾아가는 편이 편하다. 주소는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길 25-8 4층으로, 우리은행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다.

 

1. 총기고르기

처음에 들어가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총기를 먼저 고르게 된다. 초심자의 경우 38구경이나 9mm 권총을 사용하게 되는데, 필자는 글럭17c 권총을 선택했다. 안내책자에는 태양에 후예, 인천 상륙작전 등 각종 영화에 나오는 권총 종류까지 소개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권총을 선택할 수 있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가격은 구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발에 40,000원인데, 10,000원을 내고 회원가입을 하면 50%를 할인해 준다고 하니 30,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2. 사격 준비

흔히 생각하는 사격장의 무거운 이미지와 달리 실내는 카페식의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긴장하지 않은 척 앉아서 쉬고 있다보면, 안전요원(?)으로 보이는 분이 와서 직접 사격장소로 데려다 주신다. 간단한 안전수칙을 착용하고 방탄조끼와 귀마개를 차고 나면 대략적인 준비는 끝이다. 안전을 위해 방탄조끼를 차고 있긴 하지만 막상 안전요원 분이 1대1로 배치되어서 사격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할 일은 없다. 사진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을 요구할 경우 친절히 응대해주신다 하니 간김에 추억거리 하나 만들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3. 사격

권총을 주는 방법은 위 사진과 같다. 오른쪽 손으로 권총손잡이를 잡고 왼손은 가볍게 오른손 밑으로 받친다. 별거 아니게 보이지만 실제 사격시 반동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권총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영화에서처럼 양손에 권총을 쥐고 일명 쌍권총 자세로 사격을 하는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하니, 실제로 쏴보면 그 의미를 알 것이다. 보통 조준을 할 때 한쪽눈을 감게 되는데, 이는 두 개의 눈이 서로 다른 초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시에 뜨면 정확한 사격이 이루어지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보통 왼쪽눈을 감고 오른쪽 눈만으로 가늠쇠를 가늠자 홈에 일치시키고 격발을 하게 된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양쪽 눈을 다 뜨고 하는 양안사격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한눈사격에 비해 시야확보와 거리확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고수들이 찾는 사격방법이라고 한다.

 

4. 사격 후

총 10발을 쏘고 나면 자신이 쏜 표적지를 확인할 수 있다. 기사를 쓰게 될텐데, 터무니없이 못 쏘면 어떡하지 하는 심정이였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한 88점으로 짧은 체험을 끝냈다. 표적지를 집으로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니 추억삼아 가져가 보는 것도 좋겠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회원카드와 10발 무료 이용권을 나눠 주신다. 또한 커플들의 경우는 각종 기념촬영과 사진 인쇄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이색 데이트 장소로서도 추천할만 하겠다.

 

생각해보면 사격은 우리 주위 늘 있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수목드라마 ‘W’의 주인공 강철은 전직 사격 국가대표로 나오고, 신작 FPS게임인 ‘오버워치’는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인해 실제 총기를 만져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훈련소에서 처음으로 실탄사격을 할 때의 긴장감이 기억이 날 것이다. 그만큼 실탄사격은 떨리지만 짜릿하기도 한 경험이다. 한번쯤, 마우스를 내려놓고 직접 사격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현우식 기자 inspired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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