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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이란 구호는 정당한가

어른이 되고 싶었다.
 


 14년 2월 춘천에 처음 왔다. 신입생 수강신청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생이 됐다는 자각이 처음 들었다. 가는 내내 들떠 있었다.  대학생이란 언어는 어른의 초입에 서 있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통제나 금기를 걱정하며 가능성을 모색하는 건 미성년이다. 나는 대학생이 됐다.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성취하는 언어일 거다. 그러나 보편적이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서 실실 웃고 있었을 테다. 

 

 남춘천 역사에 도착했다. 부 역명이 강원대학교라 표기돼 있으니 도보를 통해서도 금방 갈 수 있을 거라 짐작했다. 오리엔테이션 건물에 다다르는데 50분이 넘었다. 더이상 실실 웃을 수 없었다.  대학생이란 자각 같은 건 희석됐다. 매일 50분 넘게 걸어 학교에 당도할 수 없었다. 가는 법을 강구해야 했다.

 

 2월 28일 입학식에 참석하려 다시 춘천에 왔다. 역사 근방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30분을 기다렸다. ‘강대후문’이란 정류장을 통과하는 버스만 드물게 있었다. 정문이든 후문이든 어차피 강원대학교란 이름과 동시에 호명되는 것들이니 금방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탑승했다. 정류장에서 내려 20분을 더 걸었다. 추웠다. 대학생이 대학에 가는 것조차 이만큼 버거운데. .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의식은 치기였다.

 

 

 개강 당일이었다. 9시 수업이었고 8시 반쯤 역사에 도착했다. 셔틀 버스 정류장은 이미 줄이 길었다. 줄의 끝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관광버스의 규모를 갖고 있으니 어쨌든 탑승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만원을 넘어 초만원이었다. 인파에 휩쓸리는 불편한 환경을 감당하면서까지 학교에 등교하고 싶지 않았다. 대열에서 이탈해 택시에 탔다.

 

 통학하기가 불가능했다. 남춘천역까지 가는데 2시간이 소요되는 것만큼 역사에서 학교까지 가는 것도 문제였다. 매번 택시를 타기엔 요금이 부담됐다. 버스는 없는 양 치부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학교 근처 자취방을 얻었다.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대학에 진입하면 나 같은 인간에게도 변화의 조짐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다. 어른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주체지만 책임의 규모가 이전과 다르다는 점에서 ‘어른’일거다. 박약한 의지밖에 없어서 학교 가는데도 빌빌거리는 건 어른이 아니었다. 부모님 도움 없이는 자립 할 수 없는 인간이 나였다. 나는 여전히 별 볼일 없는 미성년이었다. 그 때는 그게 내 문제인 줄 알았다. 
개강하고 한참 지나 우리 학교 학생은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선배들에게 들었다. 학생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남춘천 역사나 시외버스터미널 등에 대한 버스 공급이 적고 배차시간도 길어서였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여타 학우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목적지까지 빙 돌아가는 것 같다는 언급이었다.
 

서울 집에 가거나 여타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걷거나 택시에 탑승했다. 신입생 때의 경험으로 인해 버스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90년대 부터 제기된 학내 통과 노선의 필요성

 

 

 

 춘천시는 지난 1월 강원대학교 내부를 통과하는 버스 노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내 노선 설립은 대중교통 체계 개조 방안의 일부라는 설명과 함께 교통 시스템의 대대적 재편을 예고했다. 해당 노선은 청춘노선이라 호명되며 학내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위하여’ 총학생회 김은빈 대외협력차장은 “6천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 95퍼센트의 인원이 노선 설립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학내 통과 노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90년대부터 제기됐다. 대학가에서 여타 구역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교통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불편의 호소다. 2010년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자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의 숫자는 급증했다. 남춘천역은 부 역명이 강원대학교라 표기됐으나 역사에서 학교 정문까지의 거리는 1.8Km다. 도보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남춘천역에서 강원대학교 정문을 가는 노선은 없다. ‘병무청 앞’이라는 정문 근방 정류장이 있지만, 100번 버스만 정류장을 돌고 여러 정류장을 우회하여 당도하기 때문에 걷는 시간과 차이가 없다. 시내를 순환하는 주요 버스는 8개고, 이것들로 교통 수요를 감당하려니 노선 굴곡이 심한 형편이다. 외곽지에서 원도심으로의 경로를 주요 이동경로로 재단한 노선이 대부분이어서 학생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구역을 잇는 구간은 없거나 드물다. 시민들의 수요가 집약된 퇴계동 일대, 석사동 및 투탑시티 부근을 잇는 노선 또한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학생들이 본가에 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려면 7번이나 7-1번을 탑승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를 통과하는 노선이 아니기에 정문에서 15분 거리인 강대 병원 정류장으로 이동한 뒤 탑승이 가능하다. 해당 버스의 배차는 20분 내외다. 재수 없으면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산림환경보호학과에 재학 중인 정현진 씨는 보건소 근처 정류장에서 20분간 버스를 기다렸다. 기사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정류장에 서지 않고 지나쳐 갔다. 다음 배차는 30분 뒤에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50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일정도 있어 택시에 탔다.

 

 주요 노선의 배차시간도 30분이 넘는 경우가 있다. 시내 순환버스가 아닌 경우 배차 간격은 한 시간을 웃돈다. 천전리에 거주하는 김명주 씨는 강원대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17번 버스를 탑승한다. 17번의 배차간격은 1일 7회로 한 번 놓치면 2시간을 기다린다. 이마저도 학교를 곧바로 가는 노선이 아니라서 환승해야 하는데 환승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20분이다. 김명주 씨는 “걸어갈 때의 시간과 차이가 없다. 걷는 일도 부지기수다”고 말한다.

 

 영상문화학과를 복수 전공하는 조서영씨는 촬영과제 때문에 소양강댐 부근에 위치한 청평사에 갈 일이 있었다. 원도심과 멀리 떨어진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두 시간에 한 대꼴로 배차돼 있었음을 상기했다. 택시로 이동하기엔 요금이 부담되는 거리여서 버스에 타야만 했다. 조서영 씨는 “한 번 놓치면 촬영 일정을 다시 조율해야 했다.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학교는 셔틀버스를 운영하지만 운행 일수는 150일이다. 대중교통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버스노선 설립을 약속한 총학생회가 지속적으로 등장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택시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수요와 괴리된 공급에 불편함을 느낀 학생들은 택시를 이용했다. 학생들은 택시 탑승 시에도 불편한 점이 있다고 첨언했다.

 

 조서영 씨는 격주로 본가에 간다. 짐이 무거우면 택시를 이용하는데 당시 탑승한 기사와의 대화가 불편했다. ‘대화상대가 필요할 만큼 무료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적당히 대답했는데 기사는 학생들이 택시 탈 것을 종용하는 맥락의 대화를 개진했다.

 

“춘천 시내 어떤 교회는 택시 타는 날을 정해 그 날 하루는 신도들이 택시만 이용합니다. 고마운 마음이 생기니 손님들께도 친절해지죠. 우리 절박한데 그네들처럼 우리 처지를 헤아려주는 이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그들보다 못해. 학생들도 택시 좀 많이 이용해줘요”.

 

 서영씨는 훈계인지, 절박함의 호소인지 모를 언어를 굳이 내가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이 가끔 있었다. 기사들은 교화라고 여겼다. 교화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교화를 가장한 맥락 없는 훈계였다. 조서영 씨는 “한 귀로 흘려 들으려 하는데 기분 나쁜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현진 씨는 승차거부 당한 경험을 말했다. 콜택시를 요청하여 후평주공단지가 목적지임을 밝혔다. 택시 기사는 다른 아파트를 목적지로 알고 있었다. 전화 받은 직원과 기사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실랑이 하다가 이내 기사는 “가지마!” 라고 일갈하며 자리를 떴다.

 

 익명의 학우의 경우 신변 위협을 느낀 사례를 밝혔다. 집에 도착했을 때 기사가 말을 가로막았다. “여기서 내가 문 안열어주면 어떻게 될까” 라는 말이 해당 학우에게 여전히 맴돌고 있다. 그 뒤부터 몇 달간 택시에 탈 수 없었다.

 

 택시기사가 구태여 나에게 친절할 필요 없다. 고객님이라 호명하거나 차내에 향수 냄새가 섞였을 거란 기대는 애당초 하지 않는다. 몇몇 기사의 몰눈치와 무례함이 택시 산업 전부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난폭운전이나 가까운 거리를 먼 길로 돌아가는 문제는 차치하고 내가 지불한 만큼의 거리 까지 안전하게 당도하면 그만이다. 택시에 바라는 건 그 뿐이다. 그러나 생면부지의 타인과 밀폐된 공간에 있으니 예민할 수 있음을 고려해도 학생들이 겪은 경험을 보면 택시에 반감을 가지는 맥락이 이해됐다. 학생들은 최악과 차악 중에 차악을 고른다는 의식으로 택시에 탔다.
 
청춘노선 계획이 발표되고 택시업계는 반발했다. 택시업 종사자와의 대화 없는 일방적 행정 추진이며 춘천시가 버스 노선 설립에 수반될 택시 이용객 감소를 염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발은 생존권이 박탈된다는 맥락으로 수렴됐다.

 

 춘천시 택시기사 안모씨는 시위에 참여했지만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했다. 택시비로 인한 지출이 부담일수밖에 없다. 총학생회 대외협력차장 김은빈 씨는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요금이 학생입장에서 부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 씨는 그럼에도 타격이 있음은 자명하다고 판단했다. 안 씨는 “청춘노선이 신설되면 타격이 있다. 기존 수입보다 30퍼센트 줄어들 거다. 내 입장에선 그럼에도 택시를 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춘천시 택시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춘천시청 앞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했다. 시청 점거의 시도도 개진됐다.

 

 

 

 박준수 춘천시청 교통과 기장은 강원대학교 99학번이다. 그의 학부생 시절에도 학내 버스 노선 추진을 공약으로 건 총학생회가 있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학내 버스 통과의 목소리가 발화 됐다. 목소리는 지속되지 못했다. 선거운동 때 반짝하고 해가 넘어가면 없어졌다. 학생들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해당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출마하면 회의론부터 돌았다. 실천 여부를 검증하지 않고 공약을 만들었다는 여론이 학생들 사이에 팽배했다.

 

 왜 지금인가. 그 때와 다르게 이제야 본격화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강원대학교 총학생회 심재영 대외협력팀 국장은 시기를 잘 탔다고 설명한다. 이재수 현 춘천시장의 선거 공약중 하나가 춘천의 대중교통을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버스노선 재편을 위한 업무가 전개됐다. 시장의 공약을 인지하고 있던 강원대학교 총학생회는 당선 되고 나서부터 학내 버스 노선 추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지지가 있었다. 냉소, 회의와 별개로 학내를 통과하거나 대학 부근에 서는 버스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가기위해 15분을 걸어 정류장에 도착하고 다시 30분 동안 버스를 기다리는 건 시간낭비다. 올해부터 기본요금이 3천 3백원으로 인상된 택시요금도 부담스럽다. 1차 서명운동에 2천5백19명이 서명했다. 2차 서명운동엔 3천6백44명이 서명했다. 5천5백99명의 학우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생존권이란 거창한 구호가 필요할까.
 
 
 학내를 통과하는 노선의 설립과 택시업 종사자들의 생존사이에 분명한 인과가 있을 거라는 택시 업계의 주장을 살폈다. 사람들이 택시를 타는 이유는 빠르고 편해서다. 버스처럼 정류장을 경유하며 도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곧바로 당도할 수 있음이 택시에 타는 이유다. 더불어 승객을 복수라고 가정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와 유사한 금액이다.  춘천시에 등록된 택시는 2015년 기준으로 1739대다. 콜을 포함하여 1700여대의 택시가 하루 평균 한번 씩 강원대를 통과하거나 강원대를 목적지로 삼는 승객을 태운다. 학생들은 주로 남춘천역이나, 명동 등의 번화가 위주에서 탑승하고 요금은 3700원에서 4500원 정도다. 택시업 종사자들이 납부해야하는 사납금은 14만원이다. 

 

 수요 감소를 염려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택시업계의 구호는 정당하다. 어쩔수 없이 택시를 타야 했던 시민은 노선이 증축되면 구태여 택시에 탑승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시민의 교통 선택지를 확장하자는 논의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는 맥락엔 동의할 수 없다. 급하거나 택시가 편한 사람들은 여전히 택시를 이용할테다. 노선 설립이 택시 산업의 본질적 수요자층을 공격할 거라 예상할 수는 없다. 

 

 도시 운영의 차원에서도 대중교통 체계의 개편은 필요했다. 지금과 같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지속되면 자동차를 소유한 가구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자동차의 증대는 도로확장, 주차 공간 확보 등의 부대비용 소모를 초래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시스템은 개조돼야 했다.
무엇보다 법에 명시 돼 있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 대중교통법)> 1장 3조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육성하고 지원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다수의 강원대 학우가 춘천시에서 작동되는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다고 증언했음은 서명운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청춘노선 계획은 5개월 동안 계류되다가 택시업계와의 합의로 본격화됐다. TF팀 신설 후 택시업계 지원논의 지속, 불법 유상 운수 단속, 카드 수수료 지원비용 인상 등의 내용으로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진정됐다. 그럼에도 택시 운수 종사자 사이에 반신반의 하는 양상은 여전히 있다. 안 모 기사는 “나처럼 수긍하는 기사도 있지만 합의된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는 기사가 더 많을 거다”고 말했다.
9월 23일부터 노선이 확정돼 버스가 통과한다고 발표됐다. 박준수 기장은 “강원대학교 통과 노선의 버스 배차를 학기 중 16분, 방학 중 33분으로 설정하고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왜’냐는 질문이 여전히 부유했다. 반대의 이유를 헤아려봐도 ‘생존권 박탈’이란 거대한 구호를 외칠 필요 까지 없었다. 시청 점거를 시도하며 반대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납금 대비 강원대학교를 통과하는 수입의 비율은 생존권을 운운하기엔 무리임을 택시업 종사자들도 알았을 거다. 그럼 왜 그랬을까.
 
2부 보러가기 : https://univalli.com/news/article.html?no=22875

 

 

취재 : 박성빈, 한지훈 기자

영상 : 한지훈 기자

글 : 박성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