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수업 방식에도 우리는 지난 학기를 훌륭히 보냈으며, 새로운 비대면 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라 종종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고, 웃긴 에피소드도 많이 생겼다. 각종 방송사고(?)부터 같이 수업을 들은 숨어있던 ‘빌런’들까지,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다음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썰풀 거리’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수업의 또 다른 구성원인 교수님들은 지난 학기가 어떠셨을까? 간혹 에브리타임 등 학생들의 커뮤니티에서 교수님을 서비스 제공자로, 자신을 소비자로 착각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교수님들 역시 비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한 것이 처음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학생과 교수님의 비대면 학기에 대한,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새로운 비대면 학기를 시작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같이 생각해보자.
Q. 지난 한 학기를 비대면으로 보낸 소감을 한 단어, 혹은 한마디로 표현해주세요.
학생 J: ‘혼란’이라고 하고 싶어요. 전면 온라인 강의라는 새로운 강의 방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변수가 존재했음을 고려하더라도 학교 측의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에 혼란한 상황이 지속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학내 구성원들은 혼란과 불확실함 속에서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학생 S: 저는 좋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대면 수업만큼은 아니지만, 교수님들의 강의 진행 퀄리티가 괜찮았습니다. 또한 단점이 있는 만큼 장점도 있어서 처음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C: 대략 난감, 세상에 이런 일이?! 코로나 19가 오면서 비대면 수업을 어느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강의실 수업만 수업으로 생각했던 우리의 사고를 바꿔버렸죠…(물론 사이버 강의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2020년 상반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용어라 하면 '언택트 시대', '비대면 수업' 등의 단어이지 않을까 해요. 이 시기로 인해서 수업 방식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네요.
교수님 K: 원맨쇼. 저는 비실시간으로 강의를 했어요. 집에서 강의 영상을 녹화했는데, 그러다 보니 혼자서만 이야기하는 원맨쇼 같더라구요.
Q. 비대면 수업을 수강/진행하면서 힘들었던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학생 J: 아무래도 교수님과 원활히 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출결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과제가 제대로 승인된 것인지 등의 즉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함이 있었어요.
또한 비대면 강의체제로 전환되며 과도하게 증가한 과제 또한 큰 부담이었습니다. 몇몇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실제로 학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과제를 부여하셨는데, 2019년 2학기 대면 수업 당시보다 과제량이 두 세 배 이상 증가한 것 기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일부 교수님의 방만한 강의 진행이 불만이었습니다. 많은 교수님께서 힘든 상황 속에서 열정적으로 자료를 준비하시고 강의를 진행하셨습니다. 하지만 몇몇 교수님들은 지나치게 떨어지는 수준의 강의를 제공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소통 문제와 더해져, 강의 방식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 학기 동안 얻은 것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학생 S: 저 역시 교수진과 학생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녹화 수업의 경우, 수업 중 모르는 부분이 생겨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도 실시간으로 답변이 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답변을 받았을 때는 이미 수업 당시 제 생각의 흐름, 질문의 의도 등을 잊어버린 경우도 있어서 불편했습니다.
수업의 질 면에서도 1학생의 말에 공감합니다. 실시간 수업의 경우는 짜임새 있게 진행된 강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강의도 있었거든요. 교수님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얘기하다 보니,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딱히 배워가는 내용 없이 시간만 채우고 끝나는 느낌이 강해 아쉬웠습니다. 이 부분은 대면 강의였어도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대면 강의를 했다면 교수님이 학생들의 표정이나 반응을 헤아리시면서 추가 설명 등이 가능했을 것 같아요. 이 점은 끝내 개선되지 못한 채로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C: 학생들과 직접 만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어요. 한 학기 내내 학생들과 한 번도 못 만난 채 수업을 마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내 수업을 4년 중 한 번만 듣는 학생도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도 미안했고, ‘대체 이게 진정 교육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님 K: 강의 영상을 녹화할 때, 외부에서 예상치 못한 소음이 발생하거나 제가 실수했을 때 영상을 재촬영했어야 했어요. 대면 수업만큼이나 피곤했었죠.
Q. 반대로, 비대면 강의를 진행/수강하면서 편했던 점이나 비대면 강의만의 매력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학생 J: 장소 제약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본가에서 지내면서 강의를 듣는 경험은 새로웠습니다. 개랑 고양이랑 같이 수업을 듣다니! 아이조아!
학생S: 제가 한 학기 동안 들었던 강의는 대부분 녹화 강의였어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간을 일주일 정도로 넉넉히 설정해 주셨던 덕분에 수업 시간 당시에 갑자기 아프거나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수업을 빼먹지 않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강의를 미리 들을 수 있어 원래 수업 시간 중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녹화 강의 특성상 돌려 보는 것이 가능해서 시험 기간, 또는 수업 중 어려워서 한 번에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의 경우 여러 번 반복해서 강의를 들으며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수님 C: 시간적인 세이브? 장거리 학생이나 지방 학생의 경우에는 통학 면에서 시간적인 세이브가 되지 않았을까 해요. 강의실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성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원격 수업의 경우는 집중도가 생각보다 꽤 높아요. 한눈에 학생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스피커폰의 오디오가 집중도 있게 들려서,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경우에는 긍정적인 학습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비대면 녹음을 활용하는 경우는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교수님 K: 저 역시 출강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가는 시간이 절약되는 편리함이 있었어요. 저는 학생들에게 강의마다 일주일이라는 시청 기간을 줬어요. 학생S처럼, 학생들 입장에서는 녹화된 동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과 시청 기간이 길어서 여유 있게 수강할 수 있었을 거예요.
Q.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
학생 J: 65명 이상인 Zoom 실시간 강의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한창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계셨고요. 모든 학생이 집중해서 필기를 하던 중, 노이즈가 난입을 하는 거예요. 일순간에 노트북 캠에 비친 65명의 학우가 미어캣처럼 고개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보니 한 학우가 실수로 마이크 음소거를 해제한 거였어요.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교수님께서는 영어권 유학파시라 굉장히 유창한 본토 영어 발음을 구사하셨고, 그날 강의에서는 영미권 인사에 관련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러니까, 교수님께서 유창한 본토발음으로 영미권 인사의 이름을 설명하는 것을 친구와 함께 듣고, 비꼬듯이 따라 하는 그 부분이 교수님을 포함한 모든 수강생에게 공개된 거였죠... 교수님께서는 따로 언급은 안 하셨지만 굉장히 당황하신 듯 보였어요. 그 이후로 Zoom에 접속할 때마다 마이크에 빨간 대각선이 잘 새겨져 있나 수십번 확인하는 강박감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학생 S: 녹화 강의로 진행하는 교수님이셨는데, 4월 즈음에 강의 시작하는 첫 화면에 벚꽃 사진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벚꽃 구경 잘 못 하지 않느냐면서 학교에 있는 벚꽃 찍어봤다고 말씀하셔서 재미있었고, 귀여우셨고, 감사했습니다.
교수님 K: 저는 녹화 강의라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구요, 실습수업이었는데 비대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매우 흥미로운 동영상 과제를 굉장히 충실하게 제출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교수님 C: 저는 첫 시간부터 원격 수업을 진행했어요. 현장성을 전달하기에는 원격실시간 수업이 낫다고 생각해서 원격 수업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컴퓨터 오작동의 문제로 오디오가 갑자기 되지 않아서 순간 당황한 적이 있어요. 저녁 수업이라 학교에 전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구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디오로 녹음해서 다시 올려줬던 기억이 나네요.
Q. 비대면이라는 제약적인 상황을 참작하더라도, 힘드셨던 부분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학생들/교수진의 태도나 방식 등에 아쉬웠던 경험을 말씀해주세요. 구체적인 일화도 좋습니다.
학생 J: 전공 교수님 중 한 분께서, 강의가 곧 대면으로 전환될 테니, 일단 본인의 강의록을 읽으라며 e클래스 게시판에 게시글을 올리셨습니다. 녹취 파일도, 동영상 파일도 없이 대본 형식의 글이 전부였습니다(A4 5장 분량쯤). 역시나, 3주 차째에 이어진 이러한 강의 방식에 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했어요. 그러나 자신의 강의 스타일은 ‘토론’이라며, 이를 진행할 수 없는 현재 상황상 ‘대본 글을 업로드 하는 현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며 반론을 일축하시더라구요. 결국 종강까지 모든 수업은 교수님이 업로드하신 강의록과 유튜브 다큐멘터리 링크 첨부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느 교수님께서 “비대면 수업 30분 분량을 준비하는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대면 강의보다 배로 힘들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이 나네요.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교수님들께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저히 수준이 떨어지는 불성실한 강의나 학생들의 피드백을 무시하는 태도는 교수로서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S: 저 같은 경우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교수님들이 최대한 학생들을 배려해 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분의 태도 때문에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은 있습니다.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실제로 만나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상 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공격적이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 등을 일삼는 학우분이 계셔서 같이 수업 듣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과연 대면 수업이었다면 면전에서 그렇게 똑같이 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교수님 K: 수업 시에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성적처리 이후 OT 때 공지했던 평가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학생이 무례한 클레임을 걸었을 때, 몇 차례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설명할 때 힘들었습니다. 동영상이라고 해서 대충 넘겨서 들은 것 같아요. OT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내용을 설명하는 시간인데 말이죠.
교수님 C: 수업에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할 때, 대면 수업은 거수로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비대면은 다 같이 연락해서 불러야 하고 물어봐야 하니, 아무래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고 또 중간에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요.
한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나네요. 1학기 4월 말 즈음에 ‘20명 미만의 학부 수업은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대면 수업을 할지 비대면 수업을 할지 정하라’고 학교에서 메일이 왔어요. 미리 공지되었으면 화요일 수업 때 원격에서 거수로 정했을 텐데, 화요일 수업 이후에 공지가 떠서 학생들 한 명, 한 명 물어봤어야 했어요. ‘대면과 비대면이라는 두 가지 선택 자체는 결과가 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루 이틀 고민한 뒤 세 번째 대안을 냈죠. 제가 제안한 3 안은 “나(선생님)는 매주 대면 수업처럼 학교에 나오고, 학생은 발표 시에만 학교에 와서 발표한다. 발표자가 아닌 친구는 원격으로 수업을 듣는다.”였어요. 그러면 저는 적어도 모든 학생을 한 번씩은 보기에 학생들에게 덜 미안하고, 이게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심 3 안이 될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압도적으로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자는 결과가 나왔었죠.
굉장히 아쉽고 의아한 나머지, 그때 한 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저희 수업 명이 문화 트렌드 수업 아닌가요? 그렇다면 시대에 맞게 원격 수업도 해봐야 하는 것이고, 또 원격으로 수업하면서 불편 없이 소통했는데 괜찮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저는 학생들한테 덜 미안해졌고, ‘비대면이지만 대면 수업 이상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게 됐어요.
Q. 더 나은 비대면 강의를 위해서 학생들/교수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학생 S: 저는 지난 학기만큼만 진행된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학생 J: 교수님들께서 명확한 소통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부 교수님들에게는 강의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갖춰주시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학생들의 성실한 강의 참여 역시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교에 말하고 싶습니다. 비대면이든 대면이든 이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것을 요구합니다.
교수님 K: 비대면 수업인 만큼, 오히려 OT와 공지사항을 꼼꼼히 읽어야 수업을 진행하거나 여러분이 과제를 수행할 때 차질이 없을 거예요.. 또, 질문이나 건의 혹은 성적 이의 신청 시에 언어 사용을 신중하게 해주길 바라요. 비대면이지만 얼굴 마주 보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줘요!
교수님 C: 처음부터 솔직하게 원격 수업에서 오는 어려운 부분도 얘기하고 그러면서 녹음하는 선생님들도 어려움을 얘기해줬더니, 학생들의 반응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한 듯했어요. 학생들과 직접 만나야만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비대면에서도 충분히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대면이냐, 비대면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소통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배려. 내가 만약 학생 입장이라면? 이라는 자세가 교수한테는 필요하겠죠. 마지막 하고 싶은 한 마디는, “얘들아, 선생님들도 정말 힘들단다 알아주렴!
최근 확진자의 수가 다시 급증함에 따라, 우리는 1학기보다 더욱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좋으나 싫으나 못해도 약 한 달간은 또다시 비대면 강의를 들어야 한다. 우리 학생들과 교수님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업다운 수업을 듣고 싶은, 혹은 진행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인 지금, 서로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학생의 위치에서, 교수님들은 당신의 위치에서 이번 학기 다시 한번 힘내보자. 수업 구성원들의 이런 눈물 나는 노력을 학교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