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을 둘러싼 시선의 폭력, 억압 그리고 차별적 구조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 되고 있는 오늘입니다. 비영리스타트업 다섯 번째 네트워킹 포럼은 페미니즘, 젠더 이슈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오늘 소개할 팀은 다양한 층위에서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단체들인데요. 남성 페미니스트, 범대학 페미니스트 조직, 여성의 몸, 여성과 기술 등의 주제로 차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갑니다.
남성 페미니스트를 찾아서: 남성과 함께 하는 페미니즘
몇몇 사람들은 남성으로서 페미니즘을 말하기 꺼려하거나 낯선 이야기처럼 다루곤 하지만 사실은 모두와 연결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고한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남성 페미니즘의 역할과 문제의식에 대해, ‘남성과 함께 하는 페미니즘’(이하 남함페)의 이한 운영위원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한 운영위원은 현재 성평등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한 운영위원에게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계기는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심각성을 못 느꼈다가 친구들과 추모현장에 방문한 후 큰 충격을 받고, 특히 왜 자신이 이 문제에 공감하지 못했을까 생각하며 공부하고 실천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한 운영위원은 남자가 왜 페미니즘을 하냐는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옳기 때문입니다.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서는 페미니즘이란 성차별과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 억압을 종식하려는 운동으로, 성별로 인해 차별받고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의미만으로도 페미니즘은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둘째, 너무 많은 남성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은 사실상 차별의 구조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방식으로 일조했을 것이며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남성 역시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한다고 이 운영위원은 말합니다. 셋째, 성차별적 구조는 남성성의 수호를 위해 다시 남성을 억압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남성성은 남성이 폭력을 감수하고 자신의 감정 표현법을 잃어버리고 관계 맺는 법을 잊게 하는 맨박스(Man-Box)를 강요하기에 이러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페미니즘은 필요합니다. 넷째, 함께 살기 위함입니다. 각 성별이 따로 사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기에, 타인의 삶이 어떤지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유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남성 역시 페미니즘을 해야 한다고 이한 운영위원은 말합니다.
그렇다면 ‘남함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청년세대의 성평등 의식이 여성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고,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사회구조에 녹아 있는 차별이 언어화되며 삶 전반에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들을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현재 남성은 안티페미니스트적 성향이 두드러지지만 반성차별주의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남성들도 있습니다. 특히 안티페미니즘적 청년 남성은 대부분 페미니즘을 적대적으로 그려내는 미디어, 방송, 커뮤니티를 통해서 접하고 있었고 이에 반해 강의나 지인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식을 형성하는 경우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이한 운영위원은 작지만 중요한 목소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하며, ‘착한 남성되기’를 넘어 사회 변화를 꿈꾸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함페’는 페미니스트 인터뷰 자료집 제작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계기, 실천과 방법, 페미니즘을 실천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주변 동료를 인지하고 네트워킹하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모임 활동과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페미니즘 공동체: 유니브페미
두 번째 발표는, 대학이라는 공간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페미니즘 공동체, 유니브페미입니다. 범대학 페미니스트 조직인 유니브페미의 윤김진서 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유니브페미는 2019년 9월에 창립한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이자 여성주의를 기치로 하는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로, ‘대학 간의 지속가능한 연대를 지향하며 대학 안팎의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자유와 평등’을 목표로 합니다. 페미니스트 세력화를 비전으로 하는 유니브페미는, 대학을 의제 공간으로 설정하며 대학 내에서 중요한 정치세력으로서 페미니스트가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니브페미는 경계를 넘어서는 연대의 가능성을 주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는데요. 2018년을 시작으로 대학의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페미니스트를 대학에서 배제하고 그 목소리를 지우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 집회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대학페미 행진 <마녀 행진>], [차세대 페미니즘 연구-활동가 포럼] 등의 활동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특히 2019년에는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고민하는 연합 세미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졌고, 이후 회칙 제정 및 강령 제정을 위한 모임을 통해 대학생을 넘어서 하나의 여성단체로서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9월 7일에는 마침내 창립총회를 이끌어내는 성과도 이뤘다는데요. 이제는 대학의 경계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개인회원제도를 도입,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유니브페미는 장기 프로젝트들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의제에 관해서 깊이 있는 연구결과를 만들어나가는 사업으로 ‘대학 성평등 지수’를 통해 대학의 23가지 성평등 제도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데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43개에 정보공개 청구 및 총학생회와의 연락을 통해 여학생 휴게실 여부, 인권과 관련된 필수 교양과 같은 제도 유무를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해 이 같은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혐오 표현 대응 프로젝트 <F5>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현재 많은 혐오표현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혐오 표현을 넘어 범죄 수준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나 별다른 제재 없이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죠. 유니브페미는 어떤 의제를 공통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에브리타임>의 혐오표현 문제를 발견해 문제해결에 나섰고, 법률적 연구와 자율규제에 관한 연구를 통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여성이 날을 맞이해 진행한 ‘마녀행진 퍼포먼스’, 총학생회 성평등 제도 및 공약을 확인하는 ‘공약체커’ 등의 활동 등을 통해 대학과 맞닿으려는 시도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유니브페미가 최근에 하고 있는 고민은 ‘연결짓기’라고 합니다. ‘어떤 의제를 통해 만날까?’라는 질문이 활동의 핵심 의제라고 하는데요. 단지 ‘비슷하니까 모이자‘는 메시지의 한계를 인지하고, ’어떤 창구로 소식을 전할까?‘라는 맥락에서 회원/비회원과의 지속적인 소통, 나아가 단체와 개인의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습니다.
말하는 몸_내가 쓰는 헝거: 유지영 기자
세 번째 발표는 “말하는 몸, 내가 쓰는 헝거”라는 주제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연결’을 말하는 유지영 기자의 발표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유지영 기자는 팟캐스트에서 ‘말하는 몸’이라는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말하는 몸’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서 독백의 형태로 말하는 15분 가량의 방송으로, CBS의 박선영 피디와 함께 기획했습니다.
발표에서 유지영 기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말하는 몸’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습니다. 3년 전, 유 기자는 몸에 대한 이야기, 다이어트, 섹스 등의 모든 이야기들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피하거나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2018년 무렵, 록산게이의 ‘헝거’를 읽게 됩니다. 록산게이의 ‘헝거’는 몸이 거대한 사람, 몸에 대한 이야기, 뚱뚱한 여성으로서 그려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지영 기자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글로 남길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 기자는 몸에 신경을 쓰면서도 꺼내지 못했던 경험을 돌아보며 사회의 강압적 분위기가 작용했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가령, 뚱뚱한 여성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경우는 살을 뺐을 때, 그리고 그것이 성공사례로 이름지어질 때였습니다. 즉 뚱뚱한 여성의 몸은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에서 벗어난, 실패한 몸이라고 단정 지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깨달음을 계기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마음먹었고, 헝거의 북클럽 같은 활동도 사람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며 발언권을 박탈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끝에, 말하는 몸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팟캐스트 ‘말하는 몸’은 ‘헝거’의 한 구절을 읽고 그 구절에 맞춰 방송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방송의 부제는 ‘내가 쓰는 헝거’로. 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여기서 방송은 “내 몸을 사랑하자(Body-positive)”는 말 이전에 현재 자신의 몸에 대한 말을 꺼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유 기자는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한 이후에도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헝거의 한 구절처럼 “그동안 내게 몸이란 완성되기 전까지 내 입으로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말을 꺼낼 수 있게 되는 변화를 만들고자 한 것이죠.
‘말하는 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윤리성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기자로 일을 하다보면 기사의 주제에 맞춰 인터뷰이를 구하게 되며, 사실상 짜 맞춘 듯한 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말하는 몸’은 말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경험이었습니다. 애써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그래서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말하는 몸’의 주제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역시 유지영 기자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인터뷰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송 인터뷰들을 다음달 중에 책으로도 낼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몸 다양성 교육단체 프리즘: 혜영 활동가
네 번째 팀은 사진작가이자, 예술교육가, 성평등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몸다양성교육단체 ‘프리즘’의 혜영 활동가의 발표입니다. 오늘 발표에서는 여성주의적 관점과 접근을 통한 사진, 활동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혜영 활동가는 사진을 찍으면서 지역과 여성을 기록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 해체되는 과정, 그 속에서의 여성을 포착했기 때문인데요. 이때 재현된 여성은 몸이 상한 채 나약하고 무력하게 해체되어 있는 수동적인 모습의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었습니다. 혜영 활동가는 페미니즘을 통해 자신의 위치성과 위치성에서 권력의 차이를 주목하게 되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권력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페미니즘은 차별과 배제를 인식하고 보편성을 되물으며 소수자를 바라보게 했던 학문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남성의 렌즈로 바라봤던 시각을 넘어서 페미니즘의 렌즈로 자신과 세계를 분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 특히 예술계는 여성에게 폭력적이었습니다.
혜영 활동가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사례를 몇 가지 들었는데요. 로타라는 작가의 사진첩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소녀적이지만 섹시하고, 주로 손발이 보이지 않는 수동적인 모습으로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취방’을 주제로 한 사진집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이 사진에서 드러난 1인가구 여성들의 모습은 매우 성적으로 대상화되어 나타났습니다. 1인 가구 여성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남성의 성적 판타지만이 가득한 모습으로 재현함으로써, 작품을 통해 폭력성이 드러난 사례인 것이죠.
예술을 빙자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위가 이어지자,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라는 운동이 트위터에서 일어났습니다. 혜영 활동가 역시 이 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여성 1인가구 공간을 찾아가 기록하며 “이것이 여성의 자취방이다!”라는 의미를 사진으로 담았다고 하는데요. 관음적 시선에서 보여지기만 했던 존재인 여성이 일상을 공개하고 저항하는 행위를 하고, 나아가 ‘이기적인 존재이자 사회에 불화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시도였습니다. 그가 만났던 1인 가구 여성은 삶의 조건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존재였던 것이죠.
혜영 활동가는 드라마, 티비, 예능에서의 이미지와 미디어도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미디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단일한 기준에 부합하도록 요구받았고 미디어는 그 차별을 주도하고 있었죠. 미디어의 영향력은 이렇게 일상에 침투해 여성, 더 나아가 소수자의 몸을 향한 편협한 평가와 혐오 발화를 이어왔습니다. 미디어에서 여성과 남성의 몸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요. 맨셀피(Man-selfie)를 검색했을 때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양한 남성의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반면 여성의 사진은 전신사진, 거울에 비춰진 모습, 카메라 필터와 같은 특정 요소를 중심으로 단일하게 드러납니다. 미디어가 여성으로 표상되는 이미지를 고정하고 단일한 이미지들을 경쟁시키는 것입니다. 혜영 활동가는 이렇게 차별을 주도하는 미디어의 행위를 지적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여기(here)의 여성기술자: 여기공 협동조합
다섯 번째 발표는 여기공 협동조합 이현숙 대표의 발표입니다. 이 대표는 “무모하고 아름답게 새로운 기술문화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슬로건을 시작으로 조합을 소개했는데요. 여기공 협동조합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노동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차별을 통해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공 협동조합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집 고치는 여성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전동드릴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집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입문 교육인데요.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매우 필요함에도, 쉽다는 이유로 가르쳐주지 않거나 ‘여자들이 배울 필요 없다’는 편견으로 간과되는 기술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이현숙 대표는 원활한 기술교육을 위해 여성과 기술 생태를 연결하는 방식을 접목했다고 합니다. 여성과 기술, 생태를 잇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연구가 필요했다고 하는데요. 이 대표는 구체적 기술 뿐만 아니라, 기술 영역 전반의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테크노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젠더스쿨을 여는가 하면, 기술 영역에서 일어나는 젠더갈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여성기술자를 인터뷰 한 잡지 발행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을 수료한 여성들이 하나의 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원’이라는 커뮤니티 활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기공 협동조합은 현재 ‘집 고치는 여성들’이라는 입문반 시즌1을 마치고 폭발적 반응이 있었고 이것과 더불어 팬티를 만드는 워크숍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팬티’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방직 노동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평소에 배우기 어려운 기술과 더불어 젠더 관점으로 봤을 때, 여성들의 기술이기에 가치평가 절하되어 임금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방직 노동이죠. 배우기 어려운 기술을 전달하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 경시되는 여성노동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워크숍을 통해 여기공 협동조합의 신선한 시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여성과 기술을 연결하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사실 여성과 기술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현숙 대표에 따르면, 기술이라는 것은 자립과 전환에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여성이 배우기 어렵기에 중요한 것이죠. 그 중요성은 ‘왜 여성이 배우기 어려울까?’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론 이전에 학교에서 적정기술, 용접, 집 고치기, 자전거 수리 등 무엇을 배워도 ‘도대체 20대 여성이 왜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기술 영역에서 강사와 수강생 모두는 남성이었고 이런 공간에 여성이 갔을 때 대상화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는데요. 이런 현실에서 오히려 여성들에게 기술교육이 필요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죠.
이 대표는 ‘처음 여기공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자립과 전환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민과 토론 끝에 나온 생각은 바로 ‘기술’이었다고 하는데요. 기술 영역이 젠더 감수성과 만난다면 지속 가능할 수 있겠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 확신과 더불어, 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잘못할까봐 걱정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기술교육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여성들을 위한 기술교육이란 무엇일까요? 기존의 문화는 남성강사와 참여자가 대다수인 교육현장, 여성기술자에게는 전수되지 않는 기술, 성인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공구와 안전장비, 여성을 기술을 잘 하지 못한다는 사회적 편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공은 이러한 문화를 벗어나 대안적 문화를 제시합니다. 인권감수성을 가진 여성강사의 기술강의, 여성기술자를 발굴하고 그들과 협업하는 문화의 조성, 다양한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공구와 안전장비, 여성과 기술을 연결하는 다양한 강의 기획 등이 문화 형성에 중요한 요소들인데요. 이렇게 여기공 협동조합은 젠더적 관점을 통한 기술과 문화 영역 전반에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기술영역에서의 문화 전환, 여성의 새로운 가능성 그리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여성과 기술을 연결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이현숙 대표는 함께한다는 것의 장점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협업을 만들어내는 일이며 마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약자들을 위한 약속의 언어이기도 하죠. 이 대표는 ‘낯설지만 편한 공동체’를 말합니다. 비록 모든 과정이 쉽지 않지만, 여기공 협동조합은 어떻게 하면 여성주의, 생태적 관점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서로에게 문턱이 낮은 공동체,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며 위로하는 공동체를 꿈꿉니다.
이렇게 다섯 팀의 발표가 끝나고, 비영리스타트업 4기로 참여중인 ‘다다름네트워크’의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다다름네트워크는 몸에 대한 존중과 외모 다양성 사회를 위해 영화를 선정하고, ’다다름 필름파티‘라는 행사를 기획하는 단체입니다.
다다름네트워크는 “다양한 여성 몸의 서사, 이미지를 발굴하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영화제와 토크쇼, 필름북을 제작하고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습니다. 다다름네트워크의 자세한 활동은 추후 예정된 인터뷰에서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Q&A 시간
네트워킹 포럼의 마지막 순서 Q&A 시간에는 포럼을 시청한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대학 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의식 지형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해, 유니브페미 윤김진서 집행위원장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대학 내에서 여성들이 차별 자체를 인지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정말 크게 늘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한 페미니즘이 더 많이 회자되면서, 페미니즘에서 쓰는 표현들을 남학생들이 빼앗으려는 시도가 많이 보이는데, 예를 들면 ‘차별’이라는 표현에 ‘역차별‘이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대표적이죠. 다만 페미니즘 리부트가 여성 혐오를 일으킨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여성 혐오는 과거부터 있어왔으며 단지 지금은 혐오를 드러내는 방식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오늘 네트워크 포럼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자극을 어떻게 하면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지, 어떤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린다”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여기에 대해 다다름네트워크의 기푸름 대표는 “자기 몸에 대해서 일기를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오늘 내 몸 상태가 어떻고, 어떤 활동이나 운동을 했으며, 그로 인해 내 감정 상태가 어떠했는지 기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을 건넸습니다. 김지양 대표는 “여성들이 만드는 콘텐츠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스스로 창작자가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서, 반드시 잘하지 않아도 되니 무엇이든 만들어 보는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답변을 남겼습니다.
Q&A 시간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현숙 여기공 협동조합 대표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성학은 말하고, 듣고, 공부하는게 최고인 것 같다”는 말이었는데요. 이견이 있어도 우선 한번 더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듣는 일. 여성학은 물론 우리 공동체 모두를 위해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스타트업 3기 대학알리의 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npo2013/2221237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