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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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파티: 지속가능한 옷, 패션산업에 던지는 윤리적 질문

지속가능한 옷을 말하다: 다시입다 연구소, ‘21% 파티’ 개최

지속 가능한 의생활문화 캠페인을 진행하는 ‘다시입다 연구소’가 지난 24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의류교환 행사 ‘21% 파티’를 개최했다. 행사는 의류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과 관련한 전시 포스터 관람, 의류 교환, 교환한 옷을 리폼하는 업사이클링 워크샵,  교환하고 싶은 옷을 스타일링 받을 수 있는 워크샵 시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다시입다 연구소는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의류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을 극복하기 위한 재사용 캠페인 영상 시청으로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

 

 

 

 

 

‘재활용’ 하기 전에 ‘재사용’ 하기: 의류 교환

21%파티의 주요 테마는 ‘재사용’이다. 옷을 제대로 분리수거 하거나 입지 않는 옷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제로웨이스트에 있어 중요한 실천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을 수 있는 옷을 되도록 버리지 않고 ‘다시 입는 것’이다. 21% 파티의 의류교환은 입지 않는 옷의 건강한 순환을 목표로 한다. 옷장 속에서 잘 꺼내지 않게 되는 옷,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 스타일이 바뀌며 입지 않게 된 옷이 모이며 또 하나의 옷장이 탄생한다.   

 

21%파티에서는 참여자에게 작은 키트를 제공한다. 옷을 교환할 수 있는 태그와 떠나보내는 옷에 다는 태그다. 떠나보내는 옷 태그에는 구매 경로, 실제 착용 횟수, 떠나보내게 된 간단한 이유를 적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다른 참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중고’에 대해서 껄끄러워 하는 인식은 점차 바뀌어 가고 있으며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논의되고 있다. 기후위기,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이 여러 영역에서 적용되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요구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대안적 소비, 정확한 분리수거, 자원 리필 스테이션 샵과 같이 자원순환을 주도하는 정보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의류 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산업 분야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는 물 7000L가 필요하다고 추산되며 이산화탄소도 32.5㎏ 가량 배출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패션·섬유산업이 한 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7억톤, 의류 폐기물은 21억톤에 달한다.

 

이 외에도 2018년 7월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한 유엔(UN) 협력’에서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폐수 배출량 중 패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탄소 배출량은 10%에 달한다. 스파 브랜드의 ‘패스트 패션’은 패션 산업의 환경오염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역시 여러 스파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량으로 빠르게 생산되고 유행상 패스트 패션은 쉽게 버려지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산화탄소 세계 전체 배출량의 10%가 바로 의류산업에서 나온다. 

 

패션으로 인한 환경오염에서 할 수 있는 하나의 실천이 바로 ‘의류 재사용’이다. ‘안 입는 옷=버릴 옷’이 아니라 누군가가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21%파티에 도착한 옷들은 마치 하나의 의류 매장을 연상시킬만큼 파티장을 가득채웠으며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21% 파티'에 참석한 참여자의 관심이었다. 대부분의 참여자가 다양한 경로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패션에 윤리적 소비에 대한 고민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패션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환경을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소비, 재사용에 대한 관심을 결합시키며 행사에 참석했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다음은 참여자의 답변이다. 참여자 다수는 다양한 계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을 공통적으로 표했다. 


 

나를 위한 ‘지속가능한 옷’: ① 재봉틀 수선&업사이클링

 

교환 의류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재봉틀 수선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옷이 훼손되거나 사이즈 및 스타일을 변경하고 싶을 때 주된 선택지는 ‘새로운 옷의 구매’다. 하지만 21%파티에서는 리폼을 통해 사이즈를 바꾸고 원하는 옷의 느낌이나 용도를 바꿔줄 수 있는 패턴, 원단, 부속자재를 더해 수선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교환해가는 것을 넘어 개인이 자신의 옷을 직접 수선하고 재봉틀을 체험한다는 의미도 있다. 참여자가 재봉틀 사용법을 배워 옷을 업사이클링 해보며 재활용, 재사용 등 환경적 실천 감각을 실제로  익혀나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지속가능한 옷’: ② 패션 크리에이터 SAY의 스타일링

 

21% 파티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스타일링’이다. 교환 의류로 도착한 옷들은 새로운 옷이기에 고민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스타일이다. 21% 파티의 워크샵 시간에는 패션 크리에이터 SAY님의 스타일링도 체험해볼 수 있다. 대략적인 핏 느낌, 평소 스타일, 톤을 고려해서 참여자에 잘 어울릴 수 있는 교환 의류 아이템과 스타일을 제안한다. 

 

SAY님은 패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짧은 인터뷰에서 SAY님은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느꼈다고 답변했다. “ 지금은 의류, 제작, 판매 쪽 일을 하고 있는데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었어요. 근데 마침 패션과 환경을 접목시킨 좋은 행사가 있고 꽤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교환 의류 스타일링 워크샵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중고의류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신 것 같아요. 환경과 패션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을 갖는 분들의 에너지를 현장에서 느끼면서 더 열심히 활동을 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옷과 환경, 그리고 인간의 소비 속 윤리적 맥락을 기억하다

21% 파티장의 벽에는 여러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다. 의류교환이라는 새로운 패션 향유 방법과 공명하는 문구와 패션산업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상기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옷의 분해시간, 탄소 배출량, 언론 보도의 내용을 주제로 한 포스터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코너다. 참여자는 인상 깊었던 포스터나 공감을 표하고 싶은 문구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소소한 참여형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의류교환이 주된 콘텐츠지만 ‘우리는 왜 재사용을 하는가?’, ‘옷장은 어떻게 환경과 연결되는가?’ 라는 윤리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참여자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우리가 돌아봐야 할 또 다른 윤리적 질문이 있다. ‘우리의 옷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도착하는가?’ 행사가 개최된 4월 24일은 패션산업의 폭력적 산업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날이기도 하다. 2013년 4월 24일 오전 8시 45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9층짜리 의류공장(라나플라자)가 붕괴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의류공장은 우리가 알 만한 의류 브랜드들의 옷이 거쳐가는 곳이었다. 패스트 패션 다국적 기업들이 속한다. 붕괴 하루 전에도 여러 차례 권고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강행했다. 

 

이 사고로 인해 공장 안에 있던 노동자 1,134명이 사망했으며 2500여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어린 여성이었다. 당시 라나플라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의 임금은 시간 당 24센트, 약 266원이었다. 별다른 안전장치도 갖춰지지 않았던 작업장이었으며 관련 재해에 대비한 대피 훈련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참사 후 유족은 노동환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노동환경 개선을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요구했으나 당시 여러 패션 브랜드 기업은 인건비와 느슨한 규제의 혜택 앞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외면했다. 4월 24일은 라나플라자 붕괴 사건 추모의 날이다. 

 

우리가 입는 옷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위험한 노동환경, 패스트 패션 다국적 기업의 횡포, 폭압적인 노동 착취의 발자국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사용’이라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은 옷이 만들어지는 경로에 반영된 사회적 기억을 상기하는 움직임과 교차한다. 21% 파티는 4월 24일의 추모를 통해 환경을 넘어 다양한 사회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다.  

 

 

더 많은 21% 파티를 향해서!

정주연 ‘다시 입다 연구소’ 대표는 오늘 하루의 21% 파티 뿐만 아니라 주간을 따로 만들어서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의류 교환 파티 개최를 꿈꾸고 있다. 정 대표는 실제로 의류 교환 파티와 관련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으며 친구나 지인과 파티를 직접 해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자주 들린다고 전했다. 

 

 

패션산업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환기할 수 있는 신선한 행사인 21% 파티가 더욱 확장되어 환경을 위한 대안적 실천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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