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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2019년, 고 선희남 선생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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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비정규직 경비노동자 고 선희남 선생 2주기 추모제

지난 27일 오후 2시, ‘홍익대 비정규직 경비노동자 고 선희남 선생 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고 선희남 선생이 2년 전 과로로 쓰러진 장소인 홍익대 홍문관 1층 후문에서 열린 이번 추모제는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주제로 열렸다. 추모제는 학생, 노동자, 시민사회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추모제에서는 류호정 국회의원과 박진국 공공운수노조 홍익대분회장이 추모사를 전했고, 김태현 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미어캣 마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양희도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장이 발언했다. 가수 신승은, 예람의 추모공연과 함께 참여자들의 침묵행진이 이어졌다.

 

 

홍익대 비정규직 경비노동자로 19년 간 일한 고 선희남 선생은 2년 전인 2019년 4월 27일 출근 도중 학교 정문에서 쓰러져 뒤늦게 학생들이 발견한 후 병원으로 옮겼으나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경비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실로 살인적이었다.

 

오전 7시에 출근 해 다음 날 오전 7시 퇴근하는 24시간 맞교대였으며 휴식시간은 형식적일 뿐이었다. 현장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의 휴식시간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최근에 들어서야 몇몇 사건이 터지며 휴게시설 미비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개선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런 기미도 늘 그때 뿐인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경비 노동자의 72시간의 노동에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로도 하청 및 재하청 노동자는 소위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부당한 노동관행에 시달린다. 추가 노동을 강요받는 것 역시 일상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다반사며 야간수당 미지급도 만연하다. 2019년 사건 당시, 유가족은 “병원비가 없어 아파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 대해 홍익대학교 당국은 무책임과 회피로 일관했다. 당시 분향소에 찾아온 교직원은 “학교와는 관계 없는 일인데 오늘 안에 정리할 수 없겠냐”고 발언했다. 학교와 관계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던 발언은 학교가 학내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실제로 학교는 해당 사건의 가시화 및 연대 및 추모 행위의 확산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 선희남 선생의 분향소가 있던 자리인 홍문관 1층 기둥에 붙여놓은 추모 대자보가 강제로 철거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당시 추모대자보에는 고 선희남 경비노동자를 추모하고 학교 측의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CCTV 확인 결과, 학교 측에서 철거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당시 홍익대학교 측은 승인절차와 지정 게시판 준수 등을 추모 대자보의 철거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이 거기에 있지 않음은 자명하다. 대학사회에 내 정치적 의제에 관한 대자보에 대한 대학의 뻔한 레퍼토리다. 동덕여대 내 교수, 강사진의 성차별 발언을 규탄하는 대자보, 한국외대 내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 중앙대 내 구조조정 비판 대자보와 청소노동자 지지 학생들의 대자보 등이 철거된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학교는 행정절차와 갈등 격화를 이유로 강제로 철거해왔다. 이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홍익대 학생들은 대자보 철거는 기존의 대자보 부착 관행과는 전혀 다른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대자보 철거와 경비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당국은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결국 이 사건은 학생들의 주도로 학교당국의 외면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항의 행동과 추모 대자보 강제철거에 대한 표현의 자유 쟁취 투쟁으로 이어졌고, 이후 홍익대 당국이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그리고 작년에 고 선희남 선생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매해 노동자가 죽어간다. 대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고 선희남 선생의 추모제는 관성과 관행으로 자리잡은 노동자 착취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학교 측의 꼬리 자르기, 근본적 노동환경 문제 개선 회피, 보여주기식 변화, 행정을 앞세운 구성원 의견 차단이 비단 홍익대학교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해당 학교의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새로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만연해있다. 그렇기에 싸움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이번 추모제를 기획한 모닥불 김민석 위원장은 경과보고에서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과 모든 구성원들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홍익대학교를 고 선희남 선생의 뜻대로 함께 만들어나가겠다”며 "다시는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도록, 다시는 노동자의 죽음을 사측이 외면하는 일이 없도록, 추모할 권리조차 무참히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