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학생회,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5년의 노력들
한국외대 학생 사회에서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 참여가 보장된 총장선출권에 대한 담론이 전개됐다. 2015년 제49대 ‘함께등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단은 기존의 총장선출제도는 제도적 정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선출 과정이 비민주적·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짚으며 정기총회 안건으로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상정했다. 또한, 총학생회는 총장과의 면담 당시 총장선출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당시 김인철 제10대 총장은 “직선제가 출혈이 크다”고 짧게 언급했다.
#2017 #학점_특혜_의혹 #김인철_총장_연임
2017년 2학기, 당시 국제스포츠레저학부 소속 프로 골퍼 김인경 선수가 제대로 출석도 하지 않고, 리포트도 내지 않았는데 높은 학점을 받았다는 이른바 ‘학점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학교 본부는 교수들에게 김 선수의 성적을 올리라고 압박했으며, 심지어는 김 선수에게 전액 장학금을 수여했다. 김인철 총장 역시 교수 재직 당시 김 선수가 수강했던 조직관리론에서 만점을 부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김인철 총장에게 학점 특혜 의혹을 해명하고 총장으로서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인철 총장은 사건을 해결하려는 어떠한 제스처도 보이지 않았다.
김인철 총장이 진실 규명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17년 11월에는 제11대 총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고, 김인철 총장 역시 후보자였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총장선거 입후보자 2차 조정토론회에서 김 총장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학점을 준 것은 맞다. 하지만 어떤 등급을 매겼는지는 말할 수 없다. 장학금을 준 것도 맞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장학금이 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논란을 가벼운 사안으로 치부하는듯했다.
제51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을 대상으로 총장 모의투표를 실시했고, 의혹이 불거졌던 김인철 총장은 8명의 후보자 중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실제 총장 선거 결과는 학생들의 뜻과 정반대였다. 교수들의 투표로만 이루어지는 총장선출이었기에 당시 김 총장은 ‘교수 급여 4년간 1200만원 인상’, ‘명예교수 5년간 강의특임교수 임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결국 김인철 총장은 제11대 총장으로 연임됐다. 그의 공약으로만 본다면 외대 전체를 대표하는 총장이 아니라 교수만을 대표하는 총장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계속해서 김인철 총장에게 의혹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묵살됐다. 학교가 생각하는 외대를 이끌어나가는 주체에 ‘학생’은 없었다.
#2019 #개선위_참여하지_않으려는_교수들 #공동대책위원회_출범
2019년에는 학생 참여를 보장한 총장선출권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단은 학생정기총회에서 논의 안건으로 각각 ‘학생 참여 민주적 총장직선제 협의체 마련’,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총장직선제 마련’을 상정했다. 의결된 사안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교수협의회, 노동조합, 직원 차·부장협의회에 면담을 시도했으나, 교수협의회는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다른 학내 구성주체의 면담 요구도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3일 전 면담 결렬을 통보했다.
8월에 진행됐던 양캠퍼스 총학생회, 노동조합, 차·부장협의회, 교수협의회가 함께한 회의에서 민주적 총장선출제도를 위한 '총장선출제도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를 발족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교수협의회 측은 회의 이후 예정됐던 교수평의회에서 개선위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것인지를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캠퍼스 총학 비대위는 교수에게 총장선출제도가 민주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촉구하는 메일을 일괄적으로 발송했다. 같은 달 27일 전체교수회의에서 논의가 다시 진행됐지만, 정족수 미달로 해당 안건이 계류됐다.
이토록 교수들이 변화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부터 총장선출에 있어 학생 참여에 대한 일부 교수들의 반대가 심했다. 교수들은 첫 번째 이유로 학생 자치 문제를 내세웠다.
“총학생회도 구성되지 않은 게 현실인데 어떻게 총장 선거에 참여하겠나. 정말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면 학생회 선거를 통한 총학생회 대표자 선출이 전제 조건이다.”
19.06.21 제2차 교수평의회 회의록 中
지난 16·17·19년도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비대위 체제였다는 점을 들어 학생들이 합리적인 총장선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빈약한 논리를 펼쳤다. 또한 학생들을 정치적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학생들의 총장선출 참여에 반대했다.
“총장선출에 학생을 참여하게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학생에 대한 배려와 정치적 과정에 개입시키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19.08.19 제3차 교수평의회 회의록 中
해당 발언에 대해 당시 총학생회 비대위는 “교수들의 특권의식과 권위적인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망언”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제54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 김나현 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장선출제도 개선에 대한 교수들의 미온적인 태도와 교수들이 다른 주체 참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김나현 총학생회장: “일단 법적으로 사립대학의 총장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만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는 학교에서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교수들에게만 컨택을 해서, 지속적으로 총장을 선출해왔었던 거죠.
교수들이 학생 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였고, 또한 ‘새로운 주체들이 참여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다른 주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법적인 근거가 없지 않느냐’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특히 교수들은 학생들에 대해 ‘총장선출을 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부족하기에 총장선출에 대해 잘 판단을 못할 것이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교수들은 ‘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 선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정책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데, 학교 총장을 뽑는데 있어서 어떻게 학생들이 참여할 것이며, (투표 결과가) ‘전체 학생 의견’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냐. 결국 소수의 의견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출합니다. 그러나 이는 교수 사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것이기에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들도 (총장 투표 시) 정책의 정당성을 따지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른 파벌은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19년 10월 31일, 교수협의회를 제외한 양 캠퍼스 총학생회, 전국대학노동조합, 직원 차·부장협의회가 모여 ‘총장선출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현 총장선출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교직원과 학생이 총장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020 #새벽으로부터_총출동 #개선위_개정안_마련 #3주체_투표참여_잠정확정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이하 ‘새벽으로부터’)는 제54대 총학생회 선거 당시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총출동: 올해로 끝장내는 총장선출권 공동행동’(이하 ‘총출동’)을 내세워 총장선출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김나현 총학생회장은 총출동 활동을 구상할 당시 총장 선거 과정과 결과에 3주체가 모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을 활동의 1차 목표로 뒀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다른 구성원들의 참여에 부정적인 교수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계획했었다고 한다.
새벽으로부터는 임기 시작 후 2월 교내에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총학생회 성명문과 피켓을 부착했다. 5월 8일에는 전체교수회의가 진행되는 한국외대 오바마홀에서 중앙운영위원회와 각 단위 학생회를 주축으로 총출동 활동을 진행했다. 당시 해당 회의 안건 중 ‘총장선출제도 개선위원회에의 교수 참여 여부’ 논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회의가 시작되기 전, 비민주적 총장선출제도의 철폐와 총장선출과정의 학생 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됐다. 총출동 역시 기존에 계획했던 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도 아쉬움을 전했다.
김나현 총학생회장: “요구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 주체들에게 관철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학생들이 연대하고 같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총회나 시위 같은 활동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캠퍼스에 학생들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학우분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텐데 그 점이 가장 아쉬워요. 그러한 오프라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대신 대표자들이 모여 총출동 행동을 진행했고, 각 단위 교수들을 만나서 공감대 형성과 인식 재고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프라인 활동에 제한이 있었음에도, 총출동 행동은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 교수회의 결과 성원 미충족으로 해당 안건이 의결에 부쳐지지는 않았으나, 같은 달 말 교수들을 대상으로 개선위 설립에 대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다. 유권교수 464명 중 66%가 참여했고, 찬성이 54.05%로 과반이 넘어 3주체 모두가 참여하는 개선위 설립이 확정됐다.
설립 이후 개선위는 6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여러 번의 회의 끝에 총장후보 선출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교수 사회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 있어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았고, 학생과 직원 측은 해당 주체가 총장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은 개선위 학생 위원으로 참여해 학생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개정안에 대해 각각 동영상과 카드뉴스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보고했다.
서울 학생 위원으로 참여한 김나현 총학생회장은 학생 요구안을 만들 당시, 기존의 총장선출규정과 타 대학의 규정을 살펴보면서 총장선거를 관리하는 위원회 구성부터 최종 임용 절차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선거권자의 범위, 투표 반영비율,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 시 학생들의 접근성 보장을 가장 필요한 것으로 봤다.
김나현 총학생회장: “선거권자 범위에 관해서 단순히 재학생뿐만이 아니라 휴학생이나 졸업유예자, 대학원생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했습니다. 우리학교 학생 신분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 안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표 2-1> 선거권자 범위 관련 기존안, 학생 요구안, 개정안 비교
선거 명부가 명확해야 한다는 이유로 개정안에는 학생 선거인 범위를 해당 학기 등록을 한 학부생으로 제한했다. 이러한 제한으로 대학원생, 휴학생, 교환학생, 현장실습생 등 모두 재학생과 같은 학교 구성원임에도, 그들의 투표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개선안에서 아쉬운 지점이다.
김나현 총학생회장: “투표 반영비율 같은 경우는 각 주체가 동등한 비율인 33%를 가지는 것을 요구했습니다. 왜 특정 주체가 더 많은 투표 반영비율을 가져가야 하는지 모르겠으며,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로 나아가기 위해 동등한 비율을 요구했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각 주체의 대표들은 해당 주체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협상에 참여했습니다. 교수들은 100%에서 최대한의 비율(%)을 지키려고 했으며, 우리들은 학생의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 계속 협상했습니다.”
<표 2-2> 투표 반영비율 관련 기존안, 학생 요구안, 개정안 비교
학생과 직원 측은 동등한 반영비율을 요구했으나 각각 5%의 비율을 보장받게 됐다. 김나현 총학생회장은 이러한 투표 비율이 나온 이유는 외대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나현 총학생회장: “우리나라의 사립대학교는 제각각의 총장후보선출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와 숙명여대 정도만 교수들의 직선제를 통해 총장후보가 선출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다른 학교의 경우 직선제가 도입되는 동시에 모든 주체가 일정 비율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외대의 경우는 전임 한국인 교수들만이 직선제로 투표를 하며 1차부터 3차까지 후보를 줄이면서 선출하는 방식이었기에, 교수 자신들의 이익이 담긴 투표가 되었던 것이죠. 그렇다 보니 (주체별 동등한 투표 반영비율 보장은) 교수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서 강하게 반발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투표 비율에 민감했던 것이고, 다른 학교보다 더 적은 투표 비율을 얻게 됐습니다.”
총학생회장의 설명처럼 학생과 직원 투표 반영비율은 교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며, 타 대학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5%라는 학생 투표 반영비율은 적은 편이다. 총학생회장은 비율은 앞으로 늘려나가야 하지만 학생들이 연대하고 총장선출에 있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이 적은 비율로도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표결에서 가부동수(可否同數)가 나왔을 때 즉, 찬성과 반대 양쪽의 표가 같을 때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표를 의미한다. (출처: 다음 백과)
김나현 총학생회장: “제일 중요한 건 선거운동 과정에서 각 후보자들이 학생들을 위한 공약을 많이 내세워야 하며, 학생들도 그 공약에 대해 충분히 질의하고 답변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제11대 총장 선거 당시 제가 서양어대 학생회장과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학생 대표에게 단 한 부의 공약집만 배부했고, 그 공약집을 일일이 스캔뜨고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이처럼 학생이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한 피교육자로만 간주되는 상황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학생 중심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총장후보자가 어떤 의제를 가지고, 학생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부터 충분히 토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개정안 제23조 공개토론회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선거인들에게 총장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공개토론회의 개최 횟수와 일시 및 장소를 결정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과 직원도 선거인으로서 후보 공약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받는 동시에, 총장후보 역시도 교수들만을 위한 공약에서 벗어나 모든 주체들을 위한 공약을 내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이화여대에서는 2017년도 총장후보자가 학생들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고, 학생들도 참여하는 공청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등 모든 주체가 선거 과정에 참여했다.
그 외 개정안에서 주요한 부분으로 총장후보의 자격과 추천,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뽑을 수 있다. 총장후보입후보자 자격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기존 규정에서는 입후보자 자격을 ‘우리 대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이거나 외부인사로서 우리 대학교 교수 1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자’로 명시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과 직원을 포함한 선거인 20인 이상에게 추천을 받아야 하고, 외부인사의 경우 고등교육기관, 교육행정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또한, 입후보등록 시 범죄경력조회서를 제출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10년 이내에 연구 부정행위 혹은 성폭력 전과가 있는 교수의 경우 입후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총장후보 선출 업무를 관장하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기존 교수 인원에 학생과 직원대표 위원이 각각 10명씩 추가되어 구성된다. 또한 추천위가 구성하는 운영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공개토론위원회, 중앙운영위원회에도 학생과 직원 참여가 보장됐고, 향후 파견될 학생 대표는 양 캠퍼스 학생회 합의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개선위 회의 당시 교수 측은 학생들의 최소 투표율이 50%가 넘어야 5%의 투표 비율을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최소 투표율에 대한 조항을 추가했다. 그러나 학생 측은 어떤 선거도 최소 투표율을 정하고 있지 않으며 학생들이 많은 관심이 있지만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해당 조항에 대해 반대했다. 결국 최종안에서는 관련 조항이 사라지게 됐다.
그 후 9월 16일에서 22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교수 투표가 진행됐고, 총 투표율 70.24%를 기록하며 찬성이 62.62%로 과반을 넘었다. 향후 개정안은 학생과 직원 투표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우리는 3주체 모두가 참여하는 12대 총장후보 선거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진정한 민주적인 총장선출의 의미
전대넷과 각 학교 학생회의 활동으로 대학 사회에 민주적인 총장직선제 담론이 형성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많은 대학들이 총장선출에 있어서 학생 참여를 보장했고, 많은 대학생들도 이전보다 학생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안에 관해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왜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총장선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할까? 이에 대해 전대넷은 총장직선제가 단순히 총장을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전국대학네트워크: “후보자들은 정책 구성 과정에서 선거권자를 고려한 정책을 수립하게 됩니다.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선거는 더 나은 교육·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한 후보자들의 정책과 비전으로 나타나게 되고요. 정책 결정 과정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도 학내 구성원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후보자 검증과정과 후보자 토론회·연설회 등에서 총장후보자에게 당면한 문제에 대한 입장이나 대안을 질문할 수도 있고, 관련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과 약속들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학내 구성원의 정치효능감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김나현 외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의 본질이 사회에 의미있는 담론을 형성해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데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학내 구성원이 주체의식을 가지고 총장선출뿐만 아니라 모든 학내 사안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총학생회장: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닙니다. (대학은) 전달된 지식을 바탕으로 생산적인 담론을 사회에 이끌어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구성원들은 사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대학은 지식집단으로서 맡아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학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주체의식을 가지고 대학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올바른 교육과 올바른 대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총장선출 참여에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대학 사회의 민주화와도 연관이 있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책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사회 민주화의 기본 원리는 ‘구성원들의 자치’라고 설명한다. 해당 사회에서 얼마나 민주적인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이 수렴되는지가 사회 민주화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대학 운영에 관한 여러 사안들은 모든 구성원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대학 운영의 전체적인 방향은 총장과 총장이 내세우는 공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사회 민주화의 필수 전제는 모든 구성원의 총장선출 참여이다. 총장선출을 시작으로 모든 주체가 또 다른 학내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점진적으로 대학 사회는 민주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또한 총학생회장의 답변처럼, 이러한 민주적인 논의가 대학 사회를 넘어 더 큰 사회에도 의미있는 담론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최종적인 목표
여러 대학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지만 학생 참여 비율 등 아쉬운 점이 존재하며, 완전한 민주적인 총장선출제도를 위해 갈 길은 멀다. 김나현 총학생회장은 외대의 민주적인 총장선출제도의 최종 목표를, 앞서 언급한 학생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것에 두고 있다. 추가로 민주적인 총장직선제에 대한 여론과 공감대 형성 역시 총장직선제의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지점으로 꼽았다.
김나현 총학생회장: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마주한 공통의 문제이기에 연대를 통해서 이런 요구를 사회나 여론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론 형성이 총장선출과 관련된 법 조항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동결을 이끌어낸 것도 대학들의 연대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여론과 공감대 형성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총장선출도 사회적 공감대와 여론을 형성하고, 국회에 지속적인 요구를 통해 법령 개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대넷은 민주적인 총장선출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총장직선제 법제화와 학생 투표 반영비율의 현실화를 들었다.
전국대학네트워크: “현재는 총장선출방식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논의 구조에서 교수의 권력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총장선출방식은 사실상 교수들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기 쉬운 상황입니다. 또한 총장직선제가 도입된 대학에서도 학생 투표 반영비율과 교수 반영비율의 차이가 큽니다. 1인당 투표가치를 따지면 교수가 1표의 가치를 가질 때, 학생은 0.0011표의 가치를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보장되고 특정 구성원의 목소리만 대변하지 않는 대학을 위해, 총장직선제의 법제화와 학생 참여 비율의 현실화가 필요합니다.”
빼앗긴 권리에도 봄은 오는가
변화를 위해 달려왔지만, 사회적 담론 형성, 법제화, 학생 참여 비율의 현실화 등 민주적인 대학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주체에 걸맞는 태도를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전대넷은 정부는 총장선출과정에 학교 구성원의 실질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하고, 학교는 특정 구성원이 배제되지 않도록 총장선출 관련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민주적 총장선출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단순히 총장선출과정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일상적으로 민주적 가치가 뿌리내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학생 자치조직과 노동조합, 교수회 등 학교의 자치기구들이 평소에 조직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을 하도록 당부했다.
김나현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주체의식을 가지고, 투표율을 통해 그러한 의식을 강력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주체의식을 심어주고,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뭉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차기 총학생회에게 제대로 인수인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적인 총장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대표자들만의 노력으로는 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체의식을 가지고 투쟁을 통해 얻은 선거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로 나아간다면, 민주적인 총장직선제의 결승선에 보다 빠르게 도달하게 될 것이다.
빼앗긴 권리에도 봄은 오는가. 겨울을 지나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본 글은 1월에 작성됐으며, '외대알리 35호: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들'에 실린 기사입니다.
취재, 글
이지원 기자(jione0519@naver.com)
김철준 기자(kcjoon07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