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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군인, “학업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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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원격수업 학점인정」의 명과 암

 저마다의 청춘이 모인 대학에서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아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모든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차별 없이 받기 위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대학은 지난 몇 년 동안 어느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바로 군인이다.

 

 사실 학내에서 군복 입은 군인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청춘을 바치고 있는 선배, 동기 혹은 후배가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이 절대 잊혀서는 안 된다. 현역 병사 뿐만 아니라 상근예비역, 사회복무요원, 대체복무자 등 저마다의 자리에서 묵묵히 젊음을 태워가는 학생들에게 과연 우리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충분하고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

 

(출처 : 국방부 홈페이지) 

 

 현재 군과 학교는 군 복무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군 복무 중 대학 원격 강좌’를 통한 학점 취득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역시 2019년 2학기부터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한국외대의 군 원격 강좌. 주목해야 할 것은 제도가 시행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만큼 제도가 안정화되고 보편화되었을 만도 한데,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아직도 한계와 문제점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외대알리는 당시 현역 군인으로서 해당 제도의 한계를 직접 경험해 본 한국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공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관련 자료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한국외대 군 원격 강좌의 현실과 그 한계점을 심도 있게 짚어 보고, 나아가 양질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 혹은 군이 다해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출처 : 한국외국어대학교 홈페이지)

 

Point 1 . 부족한 수강 가능 과목

 

 학교의 군 원격 강좌와 관련하여 개선 사항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의 약 80%(복수 응답 가능)가 수강 가능 과목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2020년 1학기 군 원격 강좌를 수강하려 했으나 여러 한계로 전역 때까지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 재학생 A씨 역시 “들을 수 있는 전공 온라인 과목이 거의 없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현재 군과 학교가 공개한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 다음 표는 2021년 1학기 수강 가능한 한국외국어대학교 군 원격 강좌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2021-1학기 한국외국어대학교 군 원격 강좌 개설 현황(출처 : 나라사랑포털)

 

 2021년 1학기 기준 개설된 강좌는 양 캠퍼스 통틀어 14개이며 모두 정규 학기 온라인 강좌로 구성되어있다. 수강 가능한 군 원격 강좌 개수를 기준으로 현재 해당 제도를 시행중인 다른 수도권 대학과 비교해보면, 서울대(3개), 연세대(5개), 고려대(4개) 등 몇몇 학교에 비하면 많은 수이지만 서울시립대(55개), 서강대(96개), 국민대(111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이다. 또한 인근 경희대(19개)와 비교해도 한국외대의 강좌수는 적은 편에 속하며 현재 개설된 강좌도 각 캠퍼스별로 구분하면 그 수는 절반 혹은 그 이하로 줄어든다.

 

 또 주목할만한 것은, 예시로 든 학교 모두 작년 1학기 대비 수강 가능한 강좌 수를 늘렸지만 한국외대만 오히려 그 수가 줄어든 것이다. 현재 111개의 강좌를 운영 중인 국민대는 2020년 1학기 88개의 강좌를 운영했고, 1년 사이 23개의 수강 가능 강좌가 늘어났다. 서울시립대 역시 2020년 1학기 42개 대비 2021년 1학기 55개로 13개의 강좌가 추가되었다. 경희대 또한 2020년 1학기 17개 대비 2021년 1학기 19개 강좌 운영으로 2개의 강좌가 추가됐다. 하지만 한국외대는 2020년 1학기 22개에서 2021년 1학기 14개로 오히려 강좌 수 8개가 줄어들었다.

 

   (출처 : 한국외국어대학교 홈페이지)

 

 현재 한국외대에서 군 원격 강좌로 개설된 수업은 “정규학기 온라인 강좌”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운영 강좌 개수를 기준으로 많은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살펴 보면 교외 컨소시엄(연합체)을 통한 가상대학 이러닝을 활용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엔 대부분의 강좌가 교양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외대 역시 대학 자체의 정규 온라인 강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교양 수업을 가상대학 이러닝을 통해 제공하여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또한 전공 수업 역시 관련 부서와 협의하여 군에서도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그 가짓수를 늘린다면 학생들의 불만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수강 인원 제한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나라사랑포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학기 기준 한국외대에 개설된 군 원격 강좌의 평균 수강 가능 인원(별도 군 복무 수강정원)은 약 3.3명이다. 군생활 중 자유롭고 평등하게 교육 기회를 부여한다는 해당 제도의 취지와는 다소 맞지 않는 강좌 정원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학교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나라사랑포털에 안내된 수강정원 외에 추가 증원 계획 없음”을 밝히며 재학생의 애로 사항이 직접적으로 해결되기엔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Point 2 . 따라가기 벅찬 학사 일정

 

 군 원격 강좌 역시 학점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엄연한 정규 수업이기 때문에 출석, 과제는 물론 시험까지 학교와 교수가 정한 일정을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해당 일정을 군 생활과 병행하며 따라가기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먼저 강좌 수강 시간 확보를 위해 일과 후 혹은 여가 시간을 충분히 비울 수 있어야 하지만 부대의 환경 및 여건 상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훈련으로 인해 출석 자체가 불가능한 기간도 있는데,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들에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매뉴얼이 학생에게 고지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재학생 A씨 역시 “야외 훈련이 많았던 부대 특성상 6주 동안 훈련을 이어가야 했지만 원격 수업 수강 가능 기간은 1주일이었고, 훈련 기간 동안은 출석을 할 방법이 없었다”며 수강 신청에 앞서 선택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학업과 군 생활 병행의 어려움이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과제 및 시험 일정을 군 복무와 병행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실제로 학교의 군 원격 강좌 제도를 경험한 설문 응답자 중 약 50%(복수 응답 가능)를 기록했다. 이는 앞서 다룬 부족한 강좌 개수로 인한 높은 제도 진입 장벽을 넘어 그 내부에도 실제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학교는 공지사항을 통해 군 원격 강좌 성적부여 방식이 일반 재학생과 동일한 기준이며 군복무 학생을 별도 평가하지 않는다고 공지하였다. 결국 학생들은 군 복무와 성적에 대한 부담을 함께 안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출처 : 한국외국어대학교 홈페이지)

 

 또한 현재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전보다 훨씬 제한적인 휴가 역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수강하는 과목의 대면시험을 응시하기 위해선 휴가 혹은 외출을 군에 허가 받아야 한다. 또한  복귀 이후 필수적인 격리 절차를 밟아야 하며 나가는 절차부터 부대의 방역 조치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해졌다. 물론 아직 학교에선 주로 비대면 시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언제라도 방역 상황이 나아진다면 대면 시험이 시행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군은 단체 생활을 주로 하는 특성상 방역에 있어 굉장히 철저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있을 학생이자 군인의 어려움은 반드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다.

 

Point 3 . 부담스러운 비용과 홍보 부족

 

 2021년 1학기 기준 학교의 군 원격 강좌 수업료는 학점당 79000원으로 현행 계절학기 학점 당 등록금 수납액과 동일하다. 여기에 군이 50%의 비용을 지원하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공지된 금액의 절반이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당 제도를 경험한 학생과 경험하지 못한 학생의 약 30%(복수 응답 가능)가 군 원격 강좌 수강 비용에 금액적인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으며, 군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3학점 수업 기준 개인이 지불해야하는 금액이 약 10만원을 넘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국방부가 공개한 2021년 병(兵) 봉급은 일병 기준 49만 6천원으로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와 같은 개인적인 겸직 활동은 불가피한 사정을 제외하고 사실상 어렵다. 결국 아무리 봉급이 이전보다 올랐다고 해도 현재 봉급만으로 십수 만 원에 이르는 수업을 자유롭게 신청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지불이 좁은 강좌 선택폭으로 인해 과연 만족스러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군 원격 강좌 수강료는 총장과의 대화(2019.10.11.)에서 재검토가 이루어졌으며, 2020년 1학기부터 현행 계절학기 학점 당 등록금 수납액과 동일하게 조정되었다. 그리고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 역시 계절학기 등록금과 동일한 군 원격 강좌 수강료를 학생에게 공지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 학교 뿐 아니라 가능하다면 군의 추가적인 지원과 더불어 해당 제도를 시행중인 모든 학교가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사안임을 뜻한다.

 

 해당 제도를 장병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홍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군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선 개인의 시간과 노력 뿐 아니라 소속되어있는 군 혹은 기관의 이해 또한 필요한데, 소속 간부들이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 부대는 병역 이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장병의 적극적인 학습 의지를 파악하고 도울 필요가 있지만 이것을 학생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방치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재학생 A씨는 “수강 신청이 시작한지 꽤 지나고 나서야 부대 차원의 공지가 있었고, 결국 중대에서는 전체 인원 중 약 두 명 정도 수강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군의 홍보 부족을 지적했다.

 

 심지어 군 원격 강좌 제도의 시행 여부 자체를 몰랐던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해당 제도의 내실을 넘어 애초에 홍보 자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한국외대는 2019년 2학기부터 군 원격 강좌 제도를 시행했으며, 다른 학교에 비해 다소 늦게 제도를 도입한 편이다.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선 충분한 홍보가 필요했으나, 아직까지도 제도 자체를 모르는 학생이 존재한다는 것은 홍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교는 매학기 관련 공지를 게시하고 있으나 군 복무 중인 학생이 매번 학사 공지를 빠짐없이 챙기기는 어렵기 때문에 군과 더불어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국방부 홈페이지)

 

해결의 열쇠는 어디에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본격적인 비대면 강좌 실시로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수 있었다. 약 1년 반에 달하는 기간의 경험을 통해 이제 비대면 강좌에서도 과거에 비해 교수와 충분한 소통이 가능하며 만족스러운 교육 을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대면 강좌와 비교하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비대면 강좌가 제공하는 장점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대면 강좌가 보편화된 현 상황은 그 자체로 군 원격 강좌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지적 사항이었던 부족한 수강 가능 과목 수는 추가적인 비대면 강좌 개설과 운영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며, 또한 군 장병 뿐 아니라 일반 재학생들도 함께 참여하는 비대면 강좌라면 학사 일정 역시 대면 강좌에 비해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전체적인 수업이 대면 강좌로 진행되더라도 일부 수업은 충분히 비대면 강좌로도 적절한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사항이다.

 

 또한 수강 가능한 과목 수가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불만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한국외대 학사종합지원센터는 “향후 온라인 강좌 확대를 위하여 강의 개설 시 온라인 강좌 개설 신청을 자세히 안내하고, 이러닝 컨텐츠 제작 부서인 교육혁신원에 온라인 강좌 신규 개설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제도가 개선된다면 기존에 학생들이 가졌던 관련 불만사항은 상당 부분 해소될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모든 책임을 학교에 전가할 수는 없다. 학교는 어디까지나 수업을 제공하고 운영하는 주체로서 노력을 다해야하지만, 실질적으로 장병들이 바람직한 교육 경험을 얻기 위해선 그들이 현재 복무 중인 군 당국의 이해와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군 장병들의 인권 및 복지와 관련된 이슈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 군은 대학생이자 군인으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고 있는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복지 중 하나가 사회에서의 교육을 멈추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기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문제점 속에서도 군 원격 강좌가 현재 군 복무 중인 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소중한 기회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고 만족스러운 교육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어느때 보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지금이다.

 

김지원 기자 (suv11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