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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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주거, 그 이면의 현실

대학생을 위한 주거, 그 이면의 현실

 

 (출처 : pixabay)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중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대학생들은 ‘주’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학교 기숙사가 있지만, 신청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떨어지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험실습과 제작과제로 인해 실습실 등의 학교시설을 새벽까지 이용해야 하는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기숙사의 통금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여러 이유로 학교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대학생을 위한 시설과 제도가 있으나 이를 이용하는 대학생은 만족하고 있을까? 이 기사에서는 그 중 연합생활관, 향토학사, LH 청년 매입•전세임대주택 제도까지 총 세 가지를 다루고자 한다. 


 

저렴한 가격, 그러나 늘어나는 통학시간

 

한국장학재단 연합생활관 전경 (출처 : 한국장학재단 연합생활관 홈페이지)

 

한국장학재단 연합생활관은 한국 장학재단이 대학생들의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에 개관한 것으로 고양시 원흥역 근처에 있다. 수도권 거주 대학생이면 월세 15만 원에 보증금 15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6개월간 거주할 수 있다. 연합생활관에 1년 동안 거주했던 A씨는 원래 학교 기숙사에 거주했으나 기숙사에서 지내며 발생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으며, 자취는 안전상의 이유로 꺼려져 비교적 저렴하고 안전한 연합생활관을 신청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실망감을 느꼈다.

 

가장 큰 실망감을 느낀 것은 위치였다. 수도권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지만 경기도 북서부에 위치해 있어 가까운 학교보다 거리가 먼 대학교가 더 많다. A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학 중인 학교까지 왕복 2시간 30분에서 3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를 통학하다 보니 학교행사 참여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항상 피곤하여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숙사가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가면 꽤 시간이 걸려 밤에 귀가할 때 종종 무섭기도 했다”고 A씨는 말했다. 

 

위치와 관련해 불편했던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곽에 위치해 주변에 편의시설과 식당이 많이 없어 불편함을 느꼈다. 거주할 당시 생활관 내에 식당이 있었으나 맛과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아 A씨는 몇 없는 주변 식당을 이용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고 한다. 주변 시설도 별로 없는 와중, 그나마 있던 생활관 식당마저도 20년도에 갑자기 폐쇄되어 거주하던 학생들은 항의했으나 연합생활관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주변 식당을 이용하지만, 생활관 근처에는 식당도 별로 없어 매번 같은 식당에 방문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고 생활비 지출 또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싼 기숙사비에 이끌려 선택하긴 했지만 행정실과의 소통 부재, 기숙사 사감들의 불친절한 행동 등으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생활비와 교통비도 많이 들어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와 편의점도 기숙사에 허락받고 가야 해”

 

향토학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학사로 서울에는 현재 총 7개의 향토학사가 있다. 그중 코로나 이후 운영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하는 남명학사에 거주했던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명학사는 경상남도 인재육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교를 다니는 경상남도 출신 대학생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립된 기숙사이다. 대학생 B씨는 대학에 갓 입학했던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남명학사에 거주했다. 타 기숙사와 비교했을 때 식비 포함 월 15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이 메리트라 생각했고, 개관한지 얼마 안 되어 본인이 첫 입사생이라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다가와 입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명학사 서울관 외부전경 사진 (출처 : 남명학사 홈페이지)

 

그러나 이어 진행된 인터뷰에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많아 많은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혼란을 겪게 되었다. 또한 비가 오면 베란다에 비가 새서 발등이 잠길 정도로 물이 고였다. 입사했을 때부터 건의되던 사안이었으나  퇴사 하기까지 3년 동안 여러 차례의 방수 작업을 하였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나중에는 시설팀 직원분들께 물을 직접 퍼내라는 답변도 들었다”며 시설 문제에서 겪었던 불편함을 토로했다. 

 

B씨는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B씨는 “사감 선생님들끼리도 소통이 되지 않아 같은 질문에도 모두 다른 대답을 하시는 경우도 있었고 미흡한 업무 숙지로 인해서 일 처리가 잘못되거나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잦았다”며 사감 선생님의 실수로 인해 방문 카드키가 잠겨 버려 방에 들어가지 못했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감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몇몇 기숙사 직원들이 사생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반말을 사용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불친절한 태도에 학사생들이 큰 피해를 받아 만족도 조사에 항상 해당 사안이 건의되었던 적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의 운영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남명학사는 개강 시기인 3월에 밤 11시 방송으로 “이틀 뒤에 휴관하게 되었으니 그전까지 모두 퇴사하라”는 안내를 했다고 한다. 많은 학사생이 학사의 이런 융통성 없는 운영에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또한 처음에는 10일로 예정되어있던 휴관 기간이 점차 늘어나 두 달에까지 이르게 되자 B씨는 당시 다니고 있던 아르바이트를 기간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 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5월에 수업 시간표와 학과장 직인을 받아 제출하는 조건으로 실습생들만 먼저 기숙사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으나 수업 시간 외에는 외출이 불가했다. “학사생들은 기숙사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갈 때도 사감 선생님께 허락을 구한 뒤 나가야 했고 아르바이트 역시 금지되었다”며 당시 남명학사의 운영방식을 언급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학사생들은 어떡하냐”, “그런 사생들을 위해 학사 측에서는 따로 계획한 지원이 있냐”는 질문에 안내실에서는 정확한 대답과 타당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그저 안 된다며 넘기기만 했다고 한다.

 

또한 통금 시간도 조정되어 본래 밤 12시 반까지였던 귀사 시간이 9시로 대폭 단축되었다. “학교에서부터 학사까지는 적어도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어 귀가할 때 저녁 7시 반에는 학교에서 출발해야 했다. 실습하는 과 특성상 학교에서만 과제를 할 수 있었으나 통금으로 인해 과제를 제때 못하기 일쑤였다”며 이러한 문제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학업에도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위의 이유로 학사생들이 반발하고 항의하자 학사 측은 그제야 거리 두기 단계별로 귀사 시간을 조정하겠다 했고, 현재도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운영으로 남명학사를 나와 고향으로 내려간 B씨는 이후에 남명학사를 이용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입사한 지 일주일 만에 다른 거처로 옮겨간 지인도 있다. 코로나 이후 운영과 대책 부분에서 다른 향토학사에 비해 남명학사가 너무나도 뒤처져 불만족스러웠고 자정되지 않는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본 적도 있기 때문에 재입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선정되기까지도 걱정, 선정되어도 걱정뿐...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통해 집을 계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청년매입임대와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있다. 이 제도들은 공급물량은 정해져 있으나 대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닌, 만 19세부터 만 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기에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기준에 따라 순위를 나눈후 배점을 부여하여 순서와 가점이 높은 순서대로 배정한다. 

 

▲ 청년매입임대 입주순위 (출처 : LH 청약센터)

 

▲청년매입임대 배점 (출처 : LH 청약센터)

 

서울 소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C씨는 학교 기숙사에 거주했으나 학과 특성상 새벽까지 실기실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기숙사 통금시간에 불편함을 겪었다. 이로 인해 기숙사에 더 이상 거주하기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작년에 학교가 속해 있는 자치구로 청년매입임대를 신청했으나 떨어졌다. C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선정될 수 있을 정도인 2순위 7점이었다. 이후 또 다른 공고가 올라오지 않아 결국 학교 근처에서 자취방을 구해 비싼 월세를 내며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경우, 공급호수도 적지만 타지역에 비해 지원 인원이 훨씬 많아 신청자 사이에선 예비순위로 선정되는 점수가 1순위 6점에서 8점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21년 2차 청년매입임대 공급정보 (출처 : LH 청약센터)

 

신청 인원이 많기 때문에 같은 가점이어도 추첨을 통해 순위가 갈려 결국 계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매입임대를 신청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1순위여도 안된다는 게 속상하다”, “2순위는 예비번호도 못 받는다. 순위별로 모집을 해줬으면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년 전세임대주택 또한 계약까지 마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청년 전세임대주택은 신청자가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LH와 주택소유자가 계약하여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신청자 본인이 직접 집을 알아보아야 하며 지원가능한 주택면적과 지원한도액이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LH가 정한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야 하다 보니 정작 거주할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에 융자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꺼리는 것도 부동산에서 전세임대주택 매물을 찾기 어려운 이유에 한몫한다. 또한 찾는다고 해도 청년전세임대주택 절차 중 하나인 ‘권리분석’단계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 이렇게 ‘청년전세임대주택은 찾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현재 청년 매입임대를 지원하였으나 떨어져 청년 전세임대주택으로 재신청한 C씨는 “지금 거주하고 있는 자취방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신청했지만, 선정되기도 어렵고 선정되어도 과연 집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앞서 살펴본 시설과 제도들은 가격이 저렴한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이용한 학생들은 학교와 먼 거리, 불합리한 행정 운영 등에 불편함을 느꼈다. 또한 청년 매입•전세임대 주택과 같은 일부 제도는 이용할 자격을 얻는 것 조차 쉽지 않아 결국 학교 근처 자취방을 구해 매달 비싼 월세와 생활비를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지금까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대학들이 비대면 체제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이 해당 제도를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시작된 시설, 제도인 만큼 조금 더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박시은 기자 (sini0418@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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