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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학내 상권이 위태롭다 (1) 서울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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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학내 상권이 위태롭다 (1) 서울캠퍼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19 이후 등교하는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학내 상권은 영업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카페는 모두 썰렁하게 비어있고, 매점에서 간식을 고르며 북적이던 학생들의 모습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오후 4시부터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상점들로 인해 학교 안은 더욱 고요해진다. 학내 상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종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힘없이 자리를 지킨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는 작년 1학기 이후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전면 비대면 수업과 미러링 수업을 단계별로 조절하여 운영했다. 또한 도서관과 과방 등 학내 시설의 이용을 금지하거나 운영 시간을 단축하면서, 학교에 드나드는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잇달아 동아리와 같은 학생 모임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 학내 행사 역시 전면 취소되면서, 대학생들이 주요 손님인 학내 상권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 지금까지 큰 위기에 처해있다.

외대알리는 서울캠퍼스 주요 학내 상권 네 곳을 인터뷰하여, 학내 상권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인문과학관 1층 :  매점 ‘미네르바 스토아’
“ 죽지 못해 사는거죠, 정말. 교통비만 간신히 벌고 있어요.”

 

 

인문관 식당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매점의 정식 명칭은 '미네르바 스토아(Minerva store)'다.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간식은 물론이고, 마스크, 우산 등 간단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다. 대면 수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시절에는 학생들로 늘 붐비던 미네르바 스토아(이하 인문관 매점)는, 코로나19 이후 '반 토막'나는 수준을 넘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매출이 급감했다. 


최저생계비도 충족하지 못할 정도의 영업 적자에 내몰렸지만, 매점은 집합금지 업소가 아니기에 정부의 지원금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한다. 매점 직원 A씨는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세 명이 운영하던 매점에서 현재 혼자 근무하고 있으며, 바빴던 시간에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심리적 피로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본래 일하는 사람이 줄면 혼자서 세 명분의 일을 감당해야 하므로 일에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객 수가 현저히 감소한 지금, 오히려 할 일이 없어 손이 남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A 씨는 “원래 남편과 함께 일을 했어요. 그런데 매출이 너무 안 나오다 보니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남편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있고, 저 혼자 매점에서 근무해요. 죽지 못해 사는 거죠, 정말. 교통비만 간신히 벌고 있어요.”라고 호소했다.


이는 비단 매점 직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건을 조달하는 거래처에서도 반품되는 상품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처에서도 물건의 양을 대폭 줄여 공급하지만, 하루에 우유 다섯 갑이 들어오더라도 모두 반품될 정도로 매출이 줄었다. 또한 코로나19 자체가 예외적인 상황이므로, 학교와 맺은 고용계약서에는 별도의 도움을 요청할 방안이 따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인문관 매점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학교에 수수료로 납부하는 일종의 ‘대행’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사가 안돼도 무리한 임대료 납부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얼마 없는 매출액에서 수수료까지 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A 씨는 “학교에서 도의적으로 지원을 조금 해주셨으면 좋겠지만, 계약서에 그러한 권리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은 없어요. 바랄 수도, 부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라며 암담한 속내를 내비쳤다.

 

Q.   주 이용자인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학생들이 등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생들과 교직원분들이 주로 시중의 브랜드 편의점을 더 많이 사용하시는데, 학내 매점에서 돈을 쓰면 그만큼 학생들에게 복지가 돌아갈 수 있어요. (학생들과) 상생하는 만큼 식당에 지원이 되면 식단의 질과 구성도 좋아질 거예요. 학생회나 동아리들도 행사가 있을 때 매점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국제학사 1층 : 외대 직영 기념품점
“학생들과 함께 기념품 디자인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국제학사 1층에 위치한 기념품점은 학교 총괄지원팀 후생과에서 운영하고 있다. 컵, 에코백, 학용품 등 외대 로고가 들어간 깔끔한 디자인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 고객은 외국인 학생들과 신입생들이며, 그 밖에도 학술대회 같은 교내대회의 행사상품 구매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는 신입생 입학선물과 관련해 기념품점과 협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입학시험을 위해 필요한 아크릴 가림막과 같은 물품들도 기념품점을 통해 구매가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방역 관련 상품들을 기념품샵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자구책을 마련해 준 것이다. 학교의 이러한 지원 덕분에, 기념품샵의 매출은 타 학내 매장과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전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주 고객층인 신입생들이 학교에 오지 못해 상품의 수요 자체는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기념품샵 담당자 B 씨는 코로나 상황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저도 학생식당 직원분들과 함께 발열 체크 등의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월급을 받으려면 노동을 해야 하는데, 식당도 문을 닫았고, 저희 기념품샵의 매출도 적다 보니 팀장님께서 어떻게든 직원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주신 거죠. 그리고 매장이 한가하다 보니 그 시간에 학교 홈페이지에 물품을 홍보하고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질의응답 게시판도 만들었고요”라 이야기했다. 이처럼 총괄지원팀 소속의 후생과에서 직접 운영하는 기관인 만큼, 타 상점들에 비해 학교의 관심과 지원이 큰 편임을 알 수 있다.

 

   Q.   주 이용자인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학생들과 같이 학교 굿즈와 관련된 디자인을 만들어서 다양하고 좋은 상품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이화여대 기념품샵 같은 경우는 학생들과 협업해서 정말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의 상품들을 판매하더라고요? 지금 있는 에코백 로고도 우리 학교 국제학부 학생이 만든 디자인이에요. 디자인 쪽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으로 실용적인 상품을 많이 만들어서 학생들과 더 소통하며 작업하고 싶네요. “

                          


국제학사 1층 : 편의점 CU(씨유)
“임대료 부담이 커서 알바도 못 써요.”

 

 

기념품점 옆에 위치한 편의점 씨유(CU)는 본래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재학생들이 자주 애용하던 장소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대학생들의 발길이 묶이며 이용객 수가 현저히 줄어, 매출액이 기존의 1/5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고객 수가 감소하며 납품받는 상품의 양 역시 줄어들었다.


씨유 한국외국어대학교 점주 C 씨는 임대료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교에 임대료를 내는 것이 빠듯하여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평일에 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꽤 많았었는데, 지금은 평일에 혼자 근무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서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밝혔다.


C 씨는 임대료 부담을 위해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학교 측에 별도의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잘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며, 임대료 문제에 대해 학교나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학내 씨유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오후 4시 이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Q.   주 이용자인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후 4시부터는 무인이라 불편하실 텐데도 감안하고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찾아주시는 것에 항상 예전부터 감사한 마음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줄여버린 것 같아 미안하고 안타깝네요. 얼른 코로나가 끝나고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교수회관 1층 : 문화상점 이문일공칠
“외대서림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70% 감소했죠.”

 



재작년 11월에 영업을 시작한 이문일공칠은 학내 문화상점으로, 교재와 수험서를 판매하고 있다. 동대문구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취지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주 고객층은 외대 재학생들이다. 따라서 카페도 함께 운영하며 학생들이 음료를 마시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문일공칠의 전신은 외대서림으로, 기존에는 서적만을 판매했었다. 현재는 북 콘서트와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도 병행하며 대중 서적 외에도 여러 독립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 시기가 코로나19의 유행과 겹치며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신입생들에게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등교마저 제한되어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문일공칠 사장 D 씨에 의하면 외대서림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70%나 떨어졌다.


 그는 이러한 적자 상황에 대한 자구책으로 커피와 같은 음료를 대폭 할인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못해 매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하소연했다. D 씨는 하루빨리 학생들이 등교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함께 드러냈다.

 

Q.   주 이용자인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학생분들, 지금 코로나 때문에 등교를 못 하고 계시는데,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등교를 할 수 있게 되면 저희 이문일공칠도 많이 이용해주세요. 늘 고맙습니다.”

 


학교의 지원이 상점의 명운을 결정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내 상권은 모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상점은 집합금지 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어려움을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상점들이 겪는 위기의 정도는 학교의 지원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후생과 소속인 기념품샵의 경우, 학교에서 마련해준 자구책으로 인해 타 상점들처럼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직원 개인에게 큰 타격은 없었다. 반면 임대료를 내거나 매출의 수수료를 소득으로 받는 씨유와 미네르바 매점의 직원은  최저생계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금전적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

 

외대알리는 한국외대 후생과를 통해 학내상권 임대료 문제의 지원방안에 대한 학교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학교 본부에서는 작년부터 전체 임대 매장의 임대료를 매달 25% 인하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타 대학교를 조사한 결과, 총 임대료 중 매달 25%를 인하한 경우가 가장 많았음을 강조했다. 덧붙여 외대는 외부에서 벌어들이는 기타 수입이 별로 없어서 학교의 전체 수입이 지나치게 내려가게 될 경우, 복지 예산이 부족해지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씨유 점주 C 씨는 “학교에서 따로 공지를 내려준 적이 없어서 진행 중인 줄 몰랐다” “(확인해보니) 어느 달은 감액이 되어 있고, 어느 달은 되어 있지 않았다. 임대료를 인하해주긴 했지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양이었다”며 학교의 이러한 임대료 인하 방침이 위기를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현실임을 꼬집었다.

 

‘학생 복지’ 관점으로 학내 상점 바라보기

이처럼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과 그렇지 않은 매장의 입장 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사실상 학내 상권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학교다. 학교의 지원과 개입 여부에  따라 학내 상권이 겪는 위기의 정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임대료 인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예산 문제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인 만큼, 학교의 재정 상황만을 따지며 학생 복지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매점들을 방치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학내 상점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을 넘어, 학생들이 학내에서 다양한 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학교는 기념품샵에 별도의 자구책을 마련해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임대 매장들에 대해서도 상생을 위한 지원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 나가야 한다.

 



‘학내 상권 살리기’ 갈 길이 멀다
다른 대학에서는 학교 측의 임대료 경감 외에도 위축된 학내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학생들과 협의해 '상생 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다. 재학생들은 장학금(10만 원)·기부(10만 원)·상생 쿠폰(11만 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이중 '상생 쿠폰'은 학내 상점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이다. 비록 신청자 중 98%가량이 상생 쿠폰 대신 장학금을 선택했지만,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는 시도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외대에서도 '학내 상권 살리기' 사업은 실현될 수 있을까. 서울캠퍼스 제55대 총학생회 '외대에게'는 현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변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등록금 반환(특별장학금 지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장학금 재원을 활용해 학내 상권까지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주원 총학생회장은 외대알리와의 통화에서 "학교 본부와의 합의를 통해 어렵사리 2021학년도 1학기 특별장학금 지급 결정을 끌어냈다. 장학금의 일차적인 목적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이다. 해당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학내 상권 살리기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학교는 학생 장학금 편성에도 소극적인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종식 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학내 상권의 모습은 어떨까. 학교 본부는 2021년 2학기부터는 대면 수업을 병행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학생들로 북적이는 캠퍼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겨우 버티고 있는 상점들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떠날지도 모른다. 학교는 새로운 상점 운영자를 모집해 빈자리를 메꾸면 그만이지만, 오랜 시간 학생 복지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이들을 이대로 모른 척해도 괜찮을까.

 

 

취재 및 기사 작성
윤주혜 기자 bethy1017@hufs.ac.kr
이미지 제작 및 기사 도움
조시은 기자 ohno28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