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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마찬가지로, #StopAsianH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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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를 노리고 벌어진 범죄로, 총 9명의 피해자 중 8명이 사망했다. 이 중 한국계 미국인은 3명, 한국인은 1명으로 모두 총상으로 숨졌다. 단순한 연쇄 총격 사건이 아니라, 동양인을 표적으로 한 증오 범죄였으며 이 사건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사건 이후 ‘아시아계 혐오’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되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바이러스 발생국인 중국에 대한 혐오가 극도로 심해졌고, 그것은 곧 아시아계 전반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차별과 혐오에 관해 연구하는 ‘stop AAPI hate’는 리포트를 통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와 폭력, 차별 사건을 모두 포함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인종주의 범죄로 사상자들이 발생하자 전세계의 스포츠, 연예,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StopAsianHate 캠페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 중국인과 이주 노동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것을 이유로 한국 내에서도 반중 정서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코로나19와 혐오 관련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코로나19와 혐오의 팬데믹-2020.07>에 따르면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언급량이 코로나19와 높은 연관성을 보이며 급증했다. 동북공정 등으로 전부터 존재했던 반중 정서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실제로 2020년 10월에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진행한 한국, 미국 등 14개국의 14,27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년 전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감소했다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관광지로 여겨졌던 인천 차이나타운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고, 강원도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한중문화타운도 반대 청원이 67만 780명으로 마감되면서 무산되었다.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분명히 있었다.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이주여성, 또 이민2∙3세, 다문화 가정까지. 그들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 큰 혐오에 직면해 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일어난 3월, 서울시는 ‘외국인’만 특정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차별적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배분 정책에서도 차별과 소외를 경험한 이주민들은 각 지자체의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 진단검사 행정명령'은 방역 효과와 상관없이 이주노동자 혐오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할 당시 이주민은 외국인등록증으로 자신의 신분을 입증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에 가입해야만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건강보험은 6개월 이상 체류한 이들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적 마스크 구매에서 난민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단기체류자와 여러 외국인 유학생들은 공적 마스크 구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기준 체류 외국인 중 아시아계(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일본)의 비율은 약 70%로, 매우 높은 수치이다. #StopAsianHate 캠페인의 ‘Asian’에서 이들을 제외할 수 없는데, 이들은 정책상 사각지대에 놓임과 동시에 한국 내 부정적 인식과 고정관념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주민들의 지역 커뮤니티 동화를 돕는 비영리 민간단체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제호 상근변호사는 혐오와 차별이라는 것이 꼭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보다는, 그것을 사실에 기반을 둔 ‘정당한’ 것, 혐오해야 마땅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혐오성 게시글 모니터링 및 아카이빙 활동을 해온 유니브페미 측이 지난 2020년 2월과 5월~9월까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총 610개의 혐오성 게시글 중 약 15%가 인종에 따른 혐오성 게시글이라고 답했다. 그 경향은 흑인에 대한 차별과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차별이 주로 나타났다고도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국내/학내 출입 금지 요구 등 그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만큼 거센 차별의 흐름이 있었다.

 

우리는 왜 그들을 혐오하는가

 

아무리 선한 의도로 한 말이나 행동이었다고 해도, 편견과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 또한 사실에 근거로 한 발언도 차별적인 관점이 바탕이 되면 차별이 될 수 있다.

<국제 앰네스티 : 불편 실험 리포트>

 

유니브페미 측은 우리나라에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집단들의 공통점이 ‘사회적 소수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과 남이 속한 집단은 고유성이 없고, 오로지 나와 다르다는 사실과 비난받아 마땅한 특성만을 가진 하나의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이 차별과 혐오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혐오 표현과 그 해악에 대해 알리고 예방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시아계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아시아계 이주민을 차별하고, 같은 나라의 수많은 소수자를 배척하는 모순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이주민을 배제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우리나라의 「국적법」 제2조에 따르면,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 또는 출생하기 전에 부가 사망한 경우 당시에 부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사람은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속인주의를 채택하고있다. (단, 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않거나 국적이 없는 경우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사람은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여 예외적으로 속지주의를 채택한다.) 

 

여기서 '속인주의'란 자국 영역 안팎을 따지지 않고 모든 자국민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하는 원칙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혈통주의라고도 한다. 출생 국가와 상관없이, 부모의 국적이 자녀에게 부여되는 방식이다. 오래전부터 적용되었던 법으로, 국적에 따른 구분으로 이주민들이 정착하기 어려운 배경이 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우리 민족은 하나’라는 사상 아래에서 다른 언어를 쓰거나 피부색이 다른 이들을 만날 기회가 적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뿐만 아니라 이민 2세,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어색함도 겪어보지 못한 '낯섦'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호 변호사는 '껌둥이'나 '흑형'같은 표현이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영미권 사회 속 백인 계통에 대한 경외도 차별인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상에서 자주 노출되지 못하는 문제는 곧 무의식 중 차별과 혐오를 낳을 수 있는 위험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주민 백신 접종 행정명령에 관해 “바이러스 진단 검사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왜 차별이냐”며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호 변호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은 특수한 위험 요소’라는 인식이 그들을 집중적으로 방역과 검사의 대상이 되게 하는, 코로나19 위험의 대표적인 존재처럼 여기는 행정명령을 만들어 냈다고도 이야기했다.

 

성공회대학교 박경태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것들이 ‘혐오’라는 감정을 더 폭발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양극화, 불평등 심화 등이 사람들을 더 많은 차별과 혐오의 감정으로 몰기 때문에, 소수자들이 쉽게 그런 감정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현재 서구가 만든 그대로 (백인이 가장 최상위, 흑인이 가장 하위, 그리고 중간 어딘가에 동양인들이 있는) 인종주의를 학습해왔는데, 이것이 경제 수준과 같은 변수들이 만나 일어나는 원인이 매우 복합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아시아계일지라도, 우리나라에 일하러 왔거나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이들을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StopAsianHate

 

단순히 깨닫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실천적 행동을 통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제도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경태 교수는 서구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벌어진 #StopAsianHate 캠페인에 대해 긍정적인 활동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인종 또는 다른 민족들에 대한 차별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내가 속한 사람, 나와 같은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이제서야 이러한 캠페인이 시작된 게 때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이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인 ‘공정’은 사실 능력주의로, 노력할 기회조차 없는 이들에게까지는 미치지 않는다”며 ‘차별해도 되는 구조’가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혐오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이들의 삶을 개선하고 다른 이들과 같은 수준으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가장 기초적인 출발이라고 언급하며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제호 변호사는 다문화가정 지원법, 제한 외국인의 처우에 대한 기본법 등의 법은 존재하지만, 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 근절을 위한 법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과거 동화주의 정책이 만연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도나 정책 면에서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단순히 ‘모두를 포용하자’라는 태도뿐만 아니라 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 자신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차별, 그리고 왜곡된 사실들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신도 행복하고 이주민들도 다 같이 행복하려면 교육, 제도, 사회적 인식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1세기 들어와 우리는 차별과 혐오로부터 더 자유로울 수 없어졌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차별 당한 경험을 토로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아시아계를 비롯한 외국인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차별과 범죄는 존재한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분노했던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박경태 교수는 사랑은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랑은 어려울지라도,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이가 외국인이든, 아니든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당연하게도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아시아계가 겪는 정신적 폭력으로부터 맞서야 할 때다. 다양한 문화와 부딪히고, 다른 이들과 끊임없이 갈등하는 지금, 우리는 퇴보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날 헌법질서의 중심적 가치는 기본권이라고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한 기본권의 모태가 인간의 존엄이라고 생각할 때 인간의 존엄이 헌법의 핵심적 가치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헌법 제10조의 규정은 '모든 인간은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존엄하고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헌법의 중심 가치는 인간이고 국가권력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이라 함은 생물학적 의미의 모든 인간을 의미하며, 일정한 요건이나 자격을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합의되고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글=윤하늘 기자(wyguson@gmail.com)

취재=김지수, 신민철, 윤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