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의 상경전공 우대 정책과 더불어 상경계열을 이중전공으로 이수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상경계열 이중전공 이수자에 대한 기업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실시한 ‘4년제 대졸자의 이중전공 이수와 첫 일자리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인문계열 및 비상경계열 학생이 상경계열로 이중전공을 할 경우 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70%로, 타 전공을 이중전공한 경우에 비해 매우 높았다. 이러한 기업들의 상경계열을 우대하는 추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취업포털에 게재된 기업 채용 공고에는 채용 시 상경계열 전공자만을 선발하거나 우대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시장의 흐름을 가장 예의 주시하는 대학생들이 상경계열 이중전공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이다.
한국외대 역시 상경계열을 이중전공으로 이수하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우세이다. 뿐만 아니라 2021년 2학기부터 교내 현장 실습 공고 방식이 해당 전공자만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되며, 최근 상경 계열로의 이중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는 더욱 늘었다.
외대알리는 상경계열로의 이중전공을 선택한 한국외대 학생들을 직접 만나, 상경계열을 지원하게 된 이유와 급증한 상경계열 이중전공 수요로 인해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짚어보았다.
*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는 경영대학의 경영학부, 상경대학의 국제통상학과와 경제학부, 그리고 글로벌캠퍼스에 GBT(Global Business & Technology) 학부와 국제금융학과가 상경계열 관련 학과로 존재한다.
상경계열을 선택한 우리의 이야기 :
1.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경영학 수업을 부전공으로 처음 접했던 학생 A 씨는 상경학사가 취업 시장에서 유리할 것이라 판단해, 경영학 이중전공을 선택했다. 그는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열리는 학과 토론방에서 최신 경영 스타일에 대한 논의에 참가했는데,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신문을 읽으며 최신 경영전략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흐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음을 언급하며, 경영학이 타 인문계 및 언어 과목보다 현대 사회의 흐름에 가장 적합한 학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취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
내가 이 학문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단지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이 아닌, 경영학에 대한 관심으로 상경계열 학사를 선택한 학생들도 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경영학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 B씨는 못다 이룬 목표를 위해 경영학 부전공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부푼 기대를 안고 경영학 수업을 들은 B 씨는 이론과 실무의 차이에 대해 깊게 고민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경영학에 관련된 실무자들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대부분 이들이 말하는 마케팅 방식과 학교에서 배우는 원론이 다르다. 물론 실무를 위해서는 이론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론만 배우다 보니, 아무래도 실무적인 부분과 차이가 큰 것 같다.”
덧붙여 B 씨는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학과를 선택하기 보다는, 과목에 대한 본인의 관심도와 적합성을 충분히 고민한 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3.“인생이 저화질에서 고화질로 바뀌는 기분이다”
외고를 졸업한 이후 한국외대에 진학해 언어를 전공하고 있는 또 다른 학생 C 씨는 타 언어를 이중전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판단했다. 또한 이공 계열은 배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선택지였던 GBT 학부로의 이중 전공을 지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초반에는 처음 접하는 과목들이 많아 걱정부터 앞섰는데, 다행히 교수님들께서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그리고 학부 내에서 회계, 마케팅, 코딩 등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가르쳐 주셔서 좋다. GBT 학부 수업은 본 전공 수업과 다르게 활자 공부, 암기 공부가 아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또 수업을 듣고 식견을 쌓으면 마치 인생이 저화질에서 고화질로 바뀌는 듯한 기분이다.”라며 GBT 학부 수업의 실용적인 면에 매우 만족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그는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사회에서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가’ 역시, 이중전공 학문을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C 씨는 상경계열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하며 회계와 코딩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로인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길이 넓어졌다고 전했다.
늘어난 수요 속 나타나는 문제점
한국외대 학생들의 상경계열 이중전공에 대한 수요는, 취업 시장 속 기업들의 해당 전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증가했다. 또한 타 전공보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실용적인 문과 과목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상경계열에 대한 학생들의 갈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상경계열로 몰리는 수요와는 다르게 상경계열 이중전공의 이수는 쉽지 않다. 또한 이중전공 선발 시험의 공정성까지 거론되며 학부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 족보가 필요한 경영학부의 이중전공 시험
경영학부를 이중전공하기 위해 학생들은 우선 학부 자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한 학점과 영어성적도 학부에서 공표하는 기준을 넘어야 한다.
학부는 사전에 시험 유형과 범위를 공지하지만, 실제로 선발되는 학생인원은 현저히 적다. 그만큼 학생들 사이에선 경영학부 이중전공 시험은 통과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다.
설상가상으로 2021년 1학기 시험부터 시험 문항 수와 커트라인이 바뀌며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본래 60문제였던 시험 문항이 70문제로 늘어나며 합격 기준 커트라인도 동시에 높아진 것이다. 경영학부 부전공생 D 씨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학부가 이중전공생을 많이 받지 않기 위해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경영학부 이중전공생 A 씨는 학부 측에서 늘어나는 지원자들의 족보 거래를 막기 위해 시험 문항 수를 급격히 늘린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외대알리는 시험 문제 증가의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경영학부 측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해당 시험 출제 교수와의 연결이 어렵다는 대답만 들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D 씨는 “경영학을 배우기 위해 경영학부 이중전공을 신청하는 건데, 이중전공 선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배우지도 않은 경영학을 공부해야 한다. 시험은 학부에서 미리 공지한 ‘경영학으로의 초대’에서 출제되지만, 내용이 어려워 책을 공부해도 족보가 없으면 통과하기 힘들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족보거래가 성행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진행되는 이중전공 시험방식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학기에 비대면으로 진행된 시험을 치렀던 A 씨는 “물론 학부에서 미리 공지해주지만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고, 범위에서 나오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족보가 없으면 합격이 불가능한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시험을 위한 족보거래 글이 에브리타임에서 올라오기도 한다. 몇몇 최신 경제용어는 교재에 나와 있지도 않다. 족보뿐만 아니라 경영 이중전공 시험을 한 번이라도 본 학생들이 유리하다”며 시험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번 경영시험이 족보거래 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했다. 비대면으로 진행됐는데 카메라 2개를 켜고 부정행위의 낌새가 보이면 사유서를 쓰게 하고 실격처리를 시켰다. 의심만 받아도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다”고 지난 시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2. 더 어려워지는 상경계열 수강신청
경영학부를 이수하는 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은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수강하려는 학생이 많은 만큼, 경영학부 측에서는 본전공과 이중전공의 강의를 따로 열고 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수요 대비 학교의 지원이 부족해 원하는 강의를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부전공으로 이수 중인 학생들은 수강신청 변경기간에만 강의 선택이 가능해, 차후 이중전공으로 변경하려 하는 학생들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현재 경영학부를 부전공으로 이수 중인 D 씨는 “수강신청이 굉장히 어렵다. 원하는 강의는 인기가 많아 결국 못 잡는다. 결국 학교의 지원이 부족해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학교의 미비한 지원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의를 수강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결국 경영학부 이중전공과 부전공을 이수 중인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수강신청을 한 번에 성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심지어 부전공은 수강신청 변경기간에만 경영학부 전공을 신청할 수 있어 본 전공과 이중전공으로 이수 중인 학생들보다 주어진 기회가 훨씬 적다. 이러한 수강신청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학부사무실에 문의했지만, 경영학부는 “학생 수가 많아 어쩔 수 없다” 며 부전공 수강신청 방식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경영학부 공지란에 따르면, 2021년 1학기부터 별도의 증원신청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이로 인해 경영학부를 이수 중인 학생들이 모두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GBT 학부의 수강신청도 별반 다르지 않다. GBT 학부를 이중전공으로 이수 중인 B 씨는 이중전공 인원이 많아 항상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점이 힘들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매번 증원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마저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듣고 싶은 강의를 못 듣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GBT 학부를 이중전공으로 이수 중인 C 씨는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가 되어서야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며 수강신청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3. “이중전공으로 변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제학부로 몰리는 이중전공
같은 상경계열로서 경영학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이중전공 지망 학부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학부. 경영학부와 달리 경제학부는 이중전공 선발 과정에서 별도의 자체 시험 없이 학생 개인의 학점으로만 평가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이후 성적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변경되면서, 학점만으로 이중전공을 선발하는 학과의 합격 커트라인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경제학부도 피해갈 수 없었다. 부전공으로 경제학부를 이수 중인 학생 E 씨는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합격 학점 컷이 많이 올라갔다. 상대평가 때는 경제학부 학점 컷이 3.7~8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4점대인 분도 떨어졌다고 들었다. 확실히 부전공을 이중전공으로 변경하기가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경학사를 취득하기 위해 경영학부 이중전공을 도전하던 학생들은 선발 시험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자연스레 경제학부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상경학사를 취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경제학부이기 때문이다. 다른 경제학부 이중전공생인 H 씨 또한 “경영학부 이중전공을 시도하다가 경제학부 쪽으로 돌리는 사람이 많아 신청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변화를 따라가는 빠른 학생, 변화에 뒤처지는 느린 학교
상경계열 이중전공이 취업 시장에서 유리하다는 통계와 실용적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다. 이제는 학문의 실용성이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누구보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학생들로 인해 상경계열 이중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 대한 학교의 느린 대응으로 인해 한국외대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역시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학생들은 늘어난 지원자 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부로 인해 수강신청에서 크게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이중전공 선발 시험에 대한 공정성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다. 또한,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본 전공생과 이중/부전공생이 다른 강의를 수강하도록 하는 경제학부의 방식은, 학생들로 하여금 차별받는 듯한 느낌을 유발한다.
이에 학생들은 “수강신청 방식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족보거래를 막기 위해선 3~4년에 주기로 문제를 바꿔서 내는 것이 아닌, 매 학기 시험문제를 고쳐서 내야 한다.”, “인원이 상경계열 학과로 몰리는 만큼 다른 상경계열 학과도 경영학부처럼 자체 시험을 보거나 전공 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식을 도입했으면 한다.”, “결국 모두 학교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지원을 늘려줘라”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언급한 것처럼 ‘사회적 흐름에 맞춰가는 방법을 배우는’ 상경계열이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며 느리게 대처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이중전공 시험의 공정성과 수강신청 문제는 학생의 학습권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또한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주체는 학교이다. 학교 측은 이대로 제자리 걸음하는 것이 아닌, 누구보다 발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고 변화해야 할 것이다.
박시은 기자 sini0418@hufs.ac.kr
윤주혜 기자 bethy1017@hufs.ac.kr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6호 : 우리가 만드는 뉴노멀'에 실린 기사로, 2021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