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6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저의 고향은 북한입니다 : 탈북민 외대생의 이야기

탈북민 3만 시대,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이제는 사회적 소수자를 넘어 동반자로 인식해야 할 때
우리가 다른 것은 하나, 고향

33,752명. 2020년 기준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이탈주민(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에 정착한, 이하 탈북민)의 누적 인구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1,000명 이상의 탈북민들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북한을 떠나 짧게는 1~2년에서부터, 길게는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제3국을 거쳐 남한에 입국한다. 탈북민들은 북한을 탈출하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들을 계속해서 맞닥뜨리지만, 각자 생계유지라는 원초적인 목적에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한 희망까지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난다.

 


▲자료출처 =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책 현황

 

남한 입국부터 사회 적응까지


남한은 그들이 어렵게, 가족들을 남겨두고, 그리고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고향을 뒤로한 채 정착한 새로운 삶의 터전이다. 탈북민들은 제3국(주로 중국, 라오스, 태국 등)의 한국 대사관을 통해 국내 입국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입국 후에는 국정원을 비롯한 남한 정부로부터 여러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들은 기본적인 신분조회를 시작으로 북한 출신임을 증명하는 등의 시간들을 보낸 후, 최종적으로 공식적인 탈북민으로 인정받는다. 이후 통일부 소속 하나원에서 일정 기간 남한 사회에 대한 교육과 적응 과정을 거친 후에야, 탈북민들은 비로소 남한 국민의 일원으로 사회에 나오게 된다. 탈북민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각자의 역량을 개발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자연스레 남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스며든다.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고, 당장 먹고살기 위해 일터로 가는 이들도 많다.


탈북민들의 대학 생활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무시


한국외대는 탈북민의 비율이 타 학교들에 비해 높다고 한다. 공식적인 통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많은 탈북 대학생들도 외대 내 탈북민 비율이 가장 높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탈북민 중 혹자는 외대가 언어적으로 특화되어서,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언어를 습득한 탈북민들이 전공으로 외국어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학내에서 그들을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탈북민은 외모부터 말까지 어느 것 하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일부 탈북민들은 학교를 포함한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과 혐오를 느낀다. 조금씩 다른 억양과 표현이나, 북한 정권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인식 등 다양한 요인들로 하여금 탈북민들은 무시당하기 일쑤이다.

 

▲자료출처 =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2020)

 

외대알리는 교내 탈북민들 중 한 인물과 인터뷰를 통해, 탈북민 외대생으로서의 생활과 그 속에서 느낀 차별과 혐오 경험을 들어보았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 외대에 입학하여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탈북민 대학생입니다.


Q. 탈북 시기와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2004년 10월(당시 16세) 북한에서 나와, 2012년도 3월에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북한에서의 삶은 굉장히 열악했습니다. 씻는 것조차도 굉장히 힘들었으며, 먹는 것도 부족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환경 속 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삶과 새로운 경험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탈북했습니다. 탈북 후 8년 동안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운동선수로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신분이 보장되어 있지 않았던 삶이었고, 안정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삶을 위해 남한에 정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Q. 남한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기 때문에, 남한의 기본적인 이념이나 사회 운영 시스템은 알고 있었
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낯섦과 두려움이었습니다. 제가 고향(북한)에 있을 때에는 중국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생활할 때는 한국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항상 궁금했던 곳이었지만, 처음 땅을 밟았을 때 느낌은 낯섦과 익숙함 사이의 오묘함이었습니다. 또한 남한에서의 적응과 새로운 관계 형성에 대해 두려움도 함께 느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용기도 갖기 어렵게 했습니다. 물론 탈북 후 중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그곳을 떠나 또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용기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가 성인이 된 시점에 남한에 넘어와서, 생계와 공부 등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Q. 생계와 공부 사이의 고민, 그중에서도 대학을 진학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래 제가 고향에 있을 때에는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학교생활을 경험하며 좋은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는 학교라는 사회와 그 생활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사실 남한에 들어온 직후에는 우선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생계유지라는 벽 앞에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동시에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중국에서의 학교생활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또한, 남한 대학생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하면서 남한에 적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힘들고 두려움이 굉장히 컸는데, 새로운 도전을 위해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Q. 대입 과정에서 외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한, 일각에서는 ‘탈북민 대입 전형’과 관련하여 특혜라는 목소리도 존재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국외대, 동국대, 한동대를 합격했습니다. 그중에서 외대를 택했던 이유는 언어적으로 굉장히 유명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붙을 줄 몰랐습니다. (웃음) 전형을 얘기하자면, 북한이탈주 전형을 통해 저에게 면접을 볼 수 있고 대학 진학의 기회가 마련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탈북민 전형이 특혜라는 인식은 지인들을 통해 많이 들었습니다. 남한 내에도 대학에 가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왜 탈북민들을 챙겨주냐는 인식이었습니다. 제가 가지는 감정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탈북민 정착금 지원하고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비판하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면서 괜히 민폐인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대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아쉽게도 저의 대학 생활은 없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대학 생활이 없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학부나 학과에서의 생활이 없었습니다. 신입생 때부터 학생회나 학과 차원에서의 연락이 없었습니다. 별도의 단체 채팅방 초대나 공지 같은 것들이 없어서 많이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자연스레 학사일정이나 수강신청 공지와 같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Q. 차별이라고 느끼시지는 않았나요? 그리고 주변 탈북민분들도 그러한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나이가 또래보다 조금 많아 그런 것으로 이해했기에 점점 무뎌졌습니다. 주변의 탈북민 학생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이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차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당연히 학교에 직접적으로 물질적 혜택이나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학생회나 학과 차원에서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남한 학생들과는 달리 어려서부터 대학에 관해 알고 들어오는 경우가 전무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이처럼 다 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남한 학생들처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학교 밖에서 경험했던 차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한에 왔을 때 문화적 괴리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또 누군가 이를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알려주는 것도 어렵지만 제가 배우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가르치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2018년 인도에 자원봉사를 가기 위해 준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중년 관계자가 ‘스마트폰 쓸 줄은 아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남한에 정착한 지 6년이나 된 것을 알고도 그랬던 것입니다. 사실 탈북민은 그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것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러한 경우에서 무시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탈북민들은 이런 차별들을 각자 겪으며, 점점 고향 친구(탈북민)들하고만 어울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 생활을 통해 느낀 점이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교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언어적인 적응과 남들과 소통하며 나를 표현하는 법입니
다. 1학년부터 지금까지 수업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알아가며, 차분하게 나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
통해가는 과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또 첫 팀플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때, 저는 한 마디도 끼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가가냐 못 다가가냐의 문제인데, 많은 탈북민 학생들은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 다가갔을 때 거절당하면, 더 예민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러했지만, 이후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해서 새로 많은 친구들을 알아가기도 했습니다.


Q. 남한 학생들이 먼저 다가왔던 적은 없었나요?


남한 친구들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다가와도, 고향(탈북민) 친구들에게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탈북민 학생이든 남한 학생이든, 각자만의 색깔과 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주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특히 탈북민임을 알고도 다가오는 그 용기와 태도가 너무 좋습니다. 


Q. 남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하겠습니다만, 누구든지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또한, 탈북민 친구들을 낯설고 무섭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탈북민들이 더 감성적이고 정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순수하고 멋진 친구들도 많습니다. 누구나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계들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Q. 탈북민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싶지만 도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말하고 싶은 건 고향에서 온 친구들이 항상 자존감을 잃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남한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렵겠지만, 각자의 장점과 개성을 통해 먼저 다가가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은 어쩔 수 없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상황들을 마주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학 생활도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은 대학 생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남은 대학 생활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사귀고 싶습니다. 저는 공부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활동을 함께 참여하며, 소중한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입학만 시키면 끝이 아닌, 세심한 관심이 필요


탈북민 학생들이 대학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보 접근의 한계와 학생 공동체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다. 외대알리가 만난 인터뷰이는 학생회를 비롯한 학과 및 학부 차원에서 보다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학생회와 학과 차원에서는 일부러 차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놓칠 수 있는 부분을 한 번만 더 챙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물론 모든 탈북민들의 경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인터뷰이가 겪었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은 여전히 우리 공동체에 남아있다.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신입생들이 공통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학 생활이 있다. 따라서 학과나 학생 공동체는 재외국민에 들어가는 탈북민들을 내부적으로 배척하지 않고 한 번 더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한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고 가까워진다면 학생 공동체에 녹아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보 접근의 한계 역시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학교 차원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남한 학생들과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탈북민들을 조금 더 배려하고 그들이 대학 사회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향만 다를 뿐, 우리는 동반자


탈북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프레임을 안고 살아간다. 바로 ‘북한 출신’이라는 것. 이는 그저 고향이 북한 지방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북한 출신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다. 이러한 인식의 밑바탕에는 이들을 향한 연민과 동정이 존재하는데, 이 또한 단순히 매체를 통해 생겨난 북한의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언어와 음식은 물론이고,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정’ 문화나 특유의‘한’과 같은 감정도 공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바로 우리가 지난 70여 년의 현대사를 제외하고 함께 살아온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더 이상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며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위로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함께 동반자로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대학에 처음 입학하고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면, 가장 먼저 자기소개를 할 때 꼭 들어가는 것이 있다. 바로 서울, 부산, 제주, 강릉 등 자신의 고향을 밝히는 것이다. 고향을 듣고 우리는 별다른 생각을 하는가? 대부분은 ‘그냥 거기서 왔구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탈북민들의 고향을 들어보자. ‘평양,원산, 청진’. 많이 다른가? 그렇지 않다.

 

그냥 그들의 고향이 북쪽 지역일 뿐.

 

 

오기영 기자 (oky98@daum.net)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6호 : 우리가 만드는 뉴노멀'에 실린 기사로, 2021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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