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코로나가 우리들의 학습까지 망치나요….

코로나 학번의 학습권

코로나 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체제로 전환된 지 어느덧 1년 반이 흘렀다. 수업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대학의 활동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캠퍼스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길은 끊겼다. 한편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대학 입학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전면 비대면 체제 속에서 대학 생활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이들 20, 21학번은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코로나 이전의 수업, 학내활동, 대외활동 등 대학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세대이다. 누구나 그렇듯 많은 기대를 품고 온 대학이기에,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대학 생활에 크게 아쉬움을 느낄 법도 하다.

 

대학 생활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습’이 아닐까. 대학의 본질적인 목적은 학습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가지는 학습권은 대학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학습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은 큰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나 정상적인 대학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학번들에게 두드러진다. 코로나로 인해 학습 활동의 대부분이 비대면 체제에서 운영되는 지금, 코로나 학번들의 학습권은 충분히 보장받고 있을까? 외대알리는 코로나 학번이 지금의 대학 생활에 느끼는 아쉬움 중, 학습에 대해 어떤 아쉬움을 가지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집중도의 저하

 

비대면 수업이 학생들의 학습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코로나 학번을 인터뷰했다. 먼저 대부분의 인터뷰이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강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 얘기했다. A 씨(20학번,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의 경우 대면 강의는 모두가 교실이라는 어느 정도 학습 분위기가 조성된 환경에 모여 수업을 듣는데, 비대면 강의는 그런 환경이 보장될 수 없어 강의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말했다. B 씨(21학번, 경제학부)의 경우, 집주변에서 공사를 하여 공사 소음이 심각해 강의에 집중하지 못했던 상황을 언급했다. 이런 경우 스스로가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당시 B 씨는 주변의 스터디 카페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었다. 또한 C 씨(20학번, 경영학부) 역시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에 비해 몰입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얘기했다. 이렇듯 인터뷰이들은 비대면 수업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있음을 지적했다.

 

소통의 어려움

 

인터뷰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점은 바로 소통의 위축이었다. A 씨와 D 씨(21학번, 경영학부), 그리고 E 씨(21학번, 영미문학·문화학과)는 비대면 실시간 강의 대부분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끄고 진행하여, 교수와 학생 간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 위축이 원활한 질의응답을 방해하여 학습이 어려웠다는 의견을 전했다. A 씨의 경우 수업 중간에 질문하기에는 다른 학생의 눈치가 보여 질문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D 씨 또한 마이크를 끄고 진행하는 실시간 강의에서 모르는 것을 그때그때 질문하기가 어려웠다고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이크를 끄고 있어,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여 혼자만 마이크를 켜기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질문을 할 때는 메일을 이용하는 편이 많은데,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어 곤란하다고 했다.

 

E 씨는 내용 간의 흐름이 중요한 수업 같은 경우, 모르는 것을 그때그때 바로 질문하지 못해 그 뒤의 수업 내용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면 수업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수업을 탄력적으로 학생에 맞추는 과정이 가능한데, 비대면 수업에서는 그런 과정이 이루어질 수 없어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 또한 전했다. 질의응답의 어려움 외에도,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 작용이 크게 줄어들다 보니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떨어져, 실시간 강의를 듣더라도 사실상 녹화 강의를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기에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이 위축된 상황도 학습에 애로사항을 더했다. D 씨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인터뷰이는 학생 간의 소통 위축으로 인해 수업에서 얻어가는 것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B 씨와 D 씨, F 씨(21학번,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는 학생 간의 소통 저하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와 토론이 주가 되는 수업에서 큰 아쉬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D 씨는 인문 사회 분야의 경우, 정답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각자의 생각이 있고 학생 간의 토론과 소통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말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교수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나마 일부 수업에서는 수업 내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는 과제가 있었지만, 그 수업에서도 다른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기회는 없었다고 전했다.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 부재는 당연하게도 조별 과제 수행을 크게 위축시켰다. A 씨의 경우 전공 수업에서 조별 과제를 자주 진행하였는데, 비대면으로 소통하다 보니 팀원 간 의견 교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B 씨의 경우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팀원들끼리 만나지 못해 당연히 비대면으로 조별 과제를 위한 회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조별 과제 수행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을 말하며 팀원 간의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비대면이다 보니 소통이 제한되었다고 했다. 결국, 각자가 맡은 부분만을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서로가 맡은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해 조별 과제를 수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역량들을 제대로 기르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심화 학습의 어려움

 

이처럼 강의에 대한 집중도 저하와 소통의 위축으로 인해 학생들은 학습에 있어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되었다.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몰입도가 떨어지고, 수업 내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학습 활동들이 축소되면서 배운 내용에 대한 심화적인 이해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특히 토론 활동이나 실습 활동 같이 대면 수업에서만 가능한 활동들이 축소되거나 취소되어 깊이 있는 학습 기회를 줄어들게 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E 씨의 경우, 한 전공 수업에서는 학기가 끝나고 배운 극을 공연하는 행사가 있었다고 했다. 이 행사는 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의 내용과 흐름을 숙지하고 자신이 맡은 배역을 깊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취소되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러한 실습이나 행사의 기회가 축소되는 것은 곧 자신의 전공을 심화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는 것과 같다.

 

언어 학습의 어려움

 

비대면 체제로 인해 학습에 있어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학생들 중 하나는 어문 전공 학생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외국어는 배운 지식을 직접 사용해보지 않으면 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문 전공 F 씨와 G 씨(21학번,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모두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외국어 실습의 기회가 대폭 줄었음을 언급했다. F 씨는 외국어 공부의 경우, 자신이 배운 지식을 직접 활용해봄으로써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이런 과정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회화 수업의 경우 보통 두 명씩 짝을 지어 실습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실습 진행이 느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던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업 시간은 정해져 있기에, 수업을 듣는 모두에게 실습 기회가 돌아가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학교에 가지 못해 같은 전공 동기들이나 선배들을 만날 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 아는 동기나 선배가 적어, 주변에 외국어를 직접 써보면서 자신의 지식을 점검해보거나, 모르는 것을 물어볼 사람이 부족했던 상황을 들며 확실히 외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기회의 감소로 인해 시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도 전했다. G 씨는 언어를 배울 때는 말하기든 쓰기든 이를 실제로 구사해보면서 자신이 맞고 틀리고를 스스로 고쳐나가는 게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어떤 언어든 외국어 수업은 쌍방향적인 수업이어야 훨씬 얻어가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는 그러한 쌍방향적인 수업이 어렵고, 이로 인해 외국어를 직접 사용해볼 기회를 많이 잃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느낀, 비대면 수업이 학습 습관에 미친 영향

 

몇몇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 중 녹화 강의가 자신의 학습 습관에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A 씨는 녹화 강의가 자신의 학습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녹화 강의의 특성상 규칙적으로 듣지 못하고 몰아 듣게 되는 상황이 자주 있었는데, 이로 인해 수업에서 가르치는 지식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공 이론 수업의 경우, 규칙적으로 수업을 수강하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배운 지식을 복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강의들 대부분이 그저 시험만을 위한 강의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전했다. E 씨 또한 녹화 강의의 특성이 학생들의 학습 패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점을 느꼈고, F 씨도 녹화 강의의 경우 실시간 강의보다 더 불성실하게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럼 학회나 학술동아리는?

 

학습 활동은 정규 수업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몇몇 학생들은 정규 수업에서 느낀 아쉬움을 보충하기 위해, 혹은 관심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 학술동아리나 학회를 찾거나, 선후배 간 튜터링 활동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학회나 학술동아리, 튜터링 활동 등은 학생들의 기대를 채워줄 수 있었을까? 먼저 튜터링을 신청하여 활동했던 F 씨와 G 씨는 튜터링도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는 학회, 학술동아리도 마찬가지였다. 학회 혹은 학술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한 A 씨와 C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학회와 학술동아리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정규 수업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해소해줄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사진 관련 학회에 가입하여 활동한 A 씨는, 비대면 활동으로 인해 학회 사람들과 충분히 친해지지 못해 아쉬웠으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외부 활동의 빈도가 줄어들다 보니 학회에서 배운 것들을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활동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학회에서 개최하는 사진전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어 보람이 덜했다고도 전했다. C 씨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어려웠으며, 자신이 활동하는 마케팅 관련 학회에서는 공모전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이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공모전을 준비하는 팀원 간의 시너지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면으로 진행했으면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게 이뤄졌을 것들이 비대면으로 인해 지체되고 비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주가 되어 결성한 학회나 학술동아리, 튜터링에서도 모두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정규 수업에서 있었던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학번의 학습 공백, 대비책 마련 시급...

 

인터뷰를 진행했던 학생들 모두 지금의 학습 상황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다. 수업이나 각종 학습 활동이 대면으로 진행되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장받지 못한 학습권은 학습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코로나 이전의 정상적인 대학 생활을 경험해 본 학번들보다, 코로나 상황 속 대학 생활만을 경험한 20, 21학번들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학생들 모두 이런 공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E 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에 부족함이 생기면서 전공 이해도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공은 학년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기에 기초를 배우는 1~2학년에서 공백이 발생해버리면, 이후 대면에 들어가도 학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표했다.

 

각 학년 당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만큼, 이러한 학습 공백은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학번이 버려진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대학 생활이 돌아와도 이 학습 공백은 보충되기가 쉽지 않아 20, 21학번이 학교의 커리큘럼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학습 공백의 영향을 최대한 완화하고, 이들이 무사히 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대책 마련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가 아닐까?

 

 

이동윤 기자 (dlehdyoon13@hufs.ac.kr)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6호 : 우리가 만드는 뉴노멀'에 실린 기사로, 2021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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