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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행성 가인준 심의 부결 : “당신들 동아리에도 성소수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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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행성 운영진 인터뷰로 듣는 ‘그날’의 이야기


사진 = 김지원 기자
 

그날, 외행성은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이하 외행성)는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하반기 정기 전체동아리대표자 회의(이하 전동대회)에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가인준 심의가 부결됐다.
 
외행성의 가인준 부결에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전동대회에서 외행성이 얻은 약 42%의 기권 및 반대표가 차별적 인식에 의한 부당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특정 동아리 분과의 과대 대표성도 지적됐는데, 특히 종교・봉사2분과를 둘러싼 의혹이 있었다. 해당 분과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외행성에 일방적인 반대표를 던져 가인준 심의가 부결됐다는 의견이다. 
 
한편 외행성은 입장문을 통해 종교・봉사2분과장(이하 분과장)이 인준 과정에서 추천서 철회 압박 및 인권 침해를 포함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분과장은 반박문을 통해 해당 사안을 반박했으며, 사안의 중심에 있던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제38대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IVF 회장(이하 IVF 회장) 역시 각각 입장문을 게시했다. 
* 각 주체 입장문 정리 기사 링크 ☞ https://www.univalli.com/news/article.html?no=23612
 
외행성은 동연에 이의 제기하며 분과장의 인권침해 사안도 신고했다. 가인준 과정의 정당성 여부 확인과 월권을 행사한 분과장의 제명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동연은 분과장의 제명 징계를 결정했으나 의결 과정의 하자는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분과장이 의결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대의원들의 투표 행사가 절차에 따라 민주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주장이다.
 
동연의 결정에 일부 학우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외행성의 임시 전동대회 개최 요구 역시 기각되었기에 당장 추가적인 논의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행성은 추가 입장문을 통해 본회의 회칙 개정 및 재발 금지 방안 요구 등 이후 진행 상황을 공유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이에 외대알리는 외행성 운영진과 직접 만나 가인준 심의 부결 사안을 둘러싼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출처 = 외행성 인스타그램(@hufsouterplanet)
 

Q. 외행성이 중앙동아리가 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외행성이 추구하는 것은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공존 방향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과정에 중앙동아리로서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보장받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따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정기 모임을 하려 해도 회원들 사비로 공간을 대여하는데 지출이 많습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성소수자 동아리가 정식 중앙동아리로서 존재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외행성은 인준이 되지 않아 씁쓸한 마음입니다.
 
Q. 인준받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A. 제일 노력했던 것은 인준 절차에서 회원들에게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실명과 학번, 학과까지 기재하여 회원 명부를 동연에 제출한 것입니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활동 서류에 결격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동아리 분과별로 추천서를 하나씩 받아야 했는데, 아무래도 종교・봉사2분과에서 추천서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해당 분과의 한 동아리 회장분께서 추천서를 써주셔서 다음 단계까진 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동대회에서 부결된 외행성의 ‘가인준’은 정식 중앙동아리로서 ‘정인준’이 되기 위한 전 단계이다. 가인준 이후 1년 이상 지나야 정인준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데, 이때도 가인준 조건과 마찬가지로 중앙동아리 분과별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번 전동대회에서 가인준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후 종교・봉사2분과의 지속적인 반대가 있었다면 정인준 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운영진의 주장이다.
 
Q. 입장문을 통해 인준 과정에서 타 동아리의 외압을 포함한 부정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A. 당시 분과장은 문자 내용을 통해 반박문을 냈지만, 사실 전화로 전달된 내용이 더 많습니다. 전화로 “나는 반대하겠다. 전동대회에서도 반대할 것인데, 사실 회의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타 종교・봉사2분과 동아리 회장들이 분개한 상태다.”라고 발언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추천서와 관련해 IVF 회장을 압박한 사실을 몰랐는데, 그 사실을 빼고 말씀하셨고 이후 IVF 회장님께 추천서 철회를 압박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Q. 가인준 심의 부결 이후 많은 입장문과 반박문이 오갔습니다. 당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장 필요한 것은 당사자분들의 진심 어린 사과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동연의 분과장 제명 결정에 대해 해당 분과 동아리 회장(IVF 제외)들이 이의제기한 상황입니다. 또한 분과장이 동연 소속이기 때문에 동연 차원의 충분한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애초에 진상조사 과정 자체도 너무 오래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영진은 분과장의 제명 결정 불복에 대해 “인권 침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꼭 욕설해야만 인권 침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쉬운 의견을 표했다. 또한 “해당 분과 내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문화 자체가 타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연 차원에서도 인권 관련 부서를 통해 전반적인 회원들의 인권 교육을 더욱 신경 써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Q. 지난 10월 15일 발표된 동연의 진상조사위원회와 이의제기서 결정에 어떤 입장이신가요?
 
A. 제명 징계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의제기서를 기각한 것 자체는 저희도 형평성 문제로 재투표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바입니다. 다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것은 실망스럽습니다. 이렇게 사안이 끝나버리면 이제 저희는 종교・봉사2분과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영원히 가인준이 될 수도 없습니다. 특정한 분과에 과대 대표성이 있지는 않은지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운영진은 동연이 형식적인 평등을 강조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다음 전동대회에서 관련된 논의 사항을 꼭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을 동연에 전달했다.
 
또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아리연합회 인권침해사건 대응 세칙’에 따르면, 중앙동아리 회원 당사자만 관련 문제를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외행성은 중앙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 자체가 불가하다. 이번 사태는 외행성 운영진이 타 중앙동아리 회원을 겸직했기에 한정적인 조건 아래 신고할 수 있었다. 운영진은 가인준을 포함한 전반적인 과정에서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혐오에 대응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Q. 지난 외대알리 기사 (총학생회 퀴어퍼레이드 지지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인터뷰에서 ‘동아리 활동 중 현실에서 혐오 세력을 맞닥뜨린 적은 없었다’라고 언급하셨는데, 혹시 이번 사태 이후로 생각이 바뀌셨나요?
* ‘총학생회 퀴어퍼레이드 지지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기사 링크 ☞ https://www.univalli.com/news/article.html?no=23541
 
A. 생각이 바뀐 것 같습니다. 사실 분노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당시 인터뷰할 때까지는 저희가 정식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 직접 다가와서 적극적으로 혐오를 나타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저희가 권리를 주장하면 할수록 혐오 세력이 더 크게 와 닿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외행성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어떻게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회원들이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또 저희가 제출한 회원 명부는 15인이지만, 실제 회원은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중앙동아리 회원 출신도 많습니다. 반대표를 던진 종교・봉사2분과와 체육분과에 과연 저희 회원들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을 가지십니다. 또 올해 연이어 안 좋은 소식이 이어져 우울해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운영진은 혐오 세력이 원하는 것은 분노와 무력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 무력감은 내려놓고 분노를 오래 가지고 갈 것입니다.
 
Q. 외행성에 반대표를 던진 동아리와 일부 부정적인 여론에 한마디 하신다면?
 
A. 당신들 동아리에도 성소수자가 있습니다. 보통 자신이 마주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더 쉽게 혐오 발언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성소수자는 절친한 친구이거나 가족일 수도 있고, 또 애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면 인식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성소수자 담론을 가시화하는 것입니다.
 
추가로 운영진은 외행성과는 별개로 자신이 타 중앙동아리 회장 출신임을 언급했다. 당시의 개인적인 경험상 중앙동아리 인준 과정은 특별한 결격 사항이 아닌 이상 대부분 찬성으로 가결되는 일종의 ‘관례’였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따라서 약 42%의 기권 및 반대표가 더욱 실망스러웠으며 인준 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재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Q. 타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와 인권 동아리가 연대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 함께 응원해주신 학우분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A. 연대 대자보의 경우 저희가 입장문을 올리면서 대부분 먼저 연락이 오셨습니다. 외행성에 이슈가 있으면 타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와의 긴밀한 연결망을 통해 연대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또 이번 사태에 첫 문제 제기도 타 동아리 대표자분이셨습니다. 포함해서 학우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이제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할 것이고,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중앙동아리가 되는 것에 도전할 것입니다.
 
Q. 이번 사태를 지나 외행성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더 학내 성소수자를 대표하고, 또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연 측에서도 이번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한 사람을 제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근본적인 것이 개선되기까지 저희도 끝없이 투쟁할 것입니다.

 

출처 = 외행성 인스타그램(@hufsouterplanet)

 
외행성은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연합 동아리이다. 이번 서울캠퍼스 외행성 가인준 심의는 부결됐지만, 글로벌캠퍼스 외행성은 중앙동아리 인준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캠퍼스는 서울캠퍼스와 달리 글로벌캠퍼스 동아리연합회 차원의 심사만 거치면 인준할 수 있다.
 
추가로 운영진은 “학교에도 자문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현재 성평등센터에선 학내 성소수자가 차별과 혐오를 당했을 때, 관련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학교의 역할 부재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교육부 권고로 내년에 학교 성평등센터와는 독립된 별도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부서가 신설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행성 가인준 심의 부결 사안은 현재 진행형이다. 운영진이 예고한 ‘끝없는 투쟁’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원 기자 suv11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