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3 (금)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전시회를 기획하는 청년 예술가들

새로움에 과감히 도전하는 일

“미술 말고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게 제 길이라고 생각했죠.”
“예술을 다양한 방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채로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미술이 인생 자체가 된 청년 예술가들은 대학에서 끊임없이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며 각자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는 뜻밖의 복병이었다. 다수의 전시회가 취소되면서 예술, 전시업계 관계자들의 활동에 지장이 생겼다는 기사를 흔히 접했을 것이다. 그들의 심정을 들었다. “팬데믹 이후 전시회를 기획하는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생각보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대답은 의외였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스쿨에서 3D 뉴미디어를 전공 중인 이연우 씨는 2021년 3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언급했다. 감염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던 8월에는 까다로워진 방역수칙을 지키고 전시 공간의 크기를 키우는 것 외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 재학 중인 이정윤 씨도 2021년 3월과 5월에 개인전과 기획전을 개최했다. 그런데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제외하고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편해진 것도 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에 재학 중인 김채윤 씨는 올해 지역연구를 진행하는 지원 사업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진행된 회의 정도가 기획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였다고 언급했다. 회의 과정에서 카카오톡 등 다른 협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유용했다. 거리상으로 만나기 어려운 팀원도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오히려 편했다.

 

낯선 환경 속 새로움을 찾아가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전시회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고있다. 기존의 ‘대면 전시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간에 대한 변화는 삼차원을 넘어서 나타났다. ‘온라인 전시회’ 역시 예술계에서는 뜨거운 감자였다. 비대면의 형태는 감염의 두려움이라는 현상황에  안성맞춤인 듯했다. 그뿐일까? 온라인이라는 전시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청년 예술가들의 답변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이정윤 씨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는 “공간의 장악력은 분명히 크다고 생각해요. 가상 공간처럼 주제가 온라인과 잘 맞아 성공하는 경우는 봤지만 대부분 화면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도록 (내용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엮은 목록)을 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더라고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이러한 물리적인 한계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채윤 씨는 “물론 일반 전시회보다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러나 온라인의 특성을 이용해 글과 영상 등 많은 콘텐츠를 연결할 수 있어요. 그리고 조각 작품을 다각도로 돌려 보거나 작가의 이미지를 관객들이 내려받아 작업한 후 다시 웹페이지에 올리는 등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어요”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어 방문객과 설치물을 관리하기 편리했다.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정윤 씨는 ‘창밖 전시회’라는 광진문화재단에서 기획했던 전시 형태를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갤러리가 아닌 공간을 대여해주는 곳이었어요. 앞에 통창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안을 볼 수 있는데 코로나에 맞춰 기획 해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관객참여형의 전시회가 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윤씨는 학교에서 퍼포먼스 전시회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팬데믹 이후 해당 활동이 금지되어 취소되었다. 전시회에서 영상 작업을 감상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헤드셋을 착용할 때마다 기구에 비닐을 씌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관객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코로나가 여기에 하나의 벽을 더 만든 느낌이에요. 이러한 문제점들을 잘 인지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라며 관객참여형 전시회와 방역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방안을 강조했다.

 


전시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애로 사항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도 청년 예술가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김채윤 씨는 이제는 코로나19가 진부한 주제가 되어버려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어려움의 극복보다는 현상황의 직면과 전달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끝으로 이연우 씨는 대중이 청년 예술가들의 전시와 작품에 더 깊은 관심을 갖기를 소망했다. 흔히 대규모의 유명한 전시회에 향하는 관심이 소규모 전시를 억압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전시회를 열 기회가 비교적 적은 신진 예술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청년 예술가들의 미술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강한 믿음이 있었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이들의 열정은 바이러스가 감히 막지 못할 만큼 뜨거웠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회적 담론 속에서도 자신을 믿으며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갔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표현이 이들에게 가장 부합한 것 같다. 예술가로서 열정과 용기를 지닌 이들의 발걸음을 열렬히 응원한다

 


윤주혜 기자 (bethy1017@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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