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9 (화)

대학알리

거리로 나온 예비교사, '교육백년지대계'는 옛말인가

임용 절벽…“시험 붙어도 교사 못 돼”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공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4학년 이준호씨는 홀로 '공부시위'에 들어갔다. 올해로 4학년인 그는 임용고시를 앞둔 예비교사다. “자라나는 아이들을위한, 자라나는 교사들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두른 책상에 앉은 이준호씨는 이날을 기점으로 사흘 동안 시위를 이어나갔다.

 

목적형 양성체제의 붕괴와 행정부의 인지 부재

 

 

교원양성체제는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 필요한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제도다. 교원양성체제는 크게 ‘목적제’와 ‘개방제’라는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목적제는 교원양성이라는 단일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교육양성기관 (교육대학∙사범대학 등)을 설치해 일반대학 체제와는 달리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반면 개방제는 특정 목적대학을 설치하지 않고 일반대학에서 다양하게 교원을 양성하는 형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성전문기관인 교육대학 △전문기관인 사범대학 △일반대학의 교직과정을 통해 교원을 양성한다. 교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사범대학과 교육대학 같은 기관은 꿈을 이루기 위한 ‘목적형 양성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호씨의 말에 따르면, 최근 교육당국의 경향 또한 목적형을 지향하는 추세로,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유도하는 적정 수준의 경쟁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중등 임용 경쟁률은 10:1 수준, 초등 임용 경쟁률은 2.2:1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과열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와 재정적 문제로 인해 입학초부터 교사의 꿈을 버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교직이 아닌 외부 분야로 이탈하게 되고, 교원양성체제의 '목적성'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준호씨는 "현재 교육당국의 정책이 이(적정 수준의 경쟁률)를 달성하는데 부적합하다"라고 평가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28조에 따르면 교원 양성은 교육부장관이 관할한다. 또한 초중등학교 교원의 수급 조정을 위해서 교원 정원 또한 교육부장관이 관리∙조정한다. 이와 관련해 이준호씨는 “행정부가 교사양성과 수급뿐만 아니라 정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해야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책임감, 인지의 정도가 현저히 부족해 실망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교사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양성기관에 들어온 인적 자원들이 낭비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그들(예비교사들)은 사회에 나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음에도 결국 교사가 되기 위해서 4년 이상의 양성 과정을 거처야 한다" “그런데 4년을 공부한 그 인재들이 결국 다른 길을 찾아야만 하는 이 상황이 심각하지 않느냐"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대학교와 사범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능 시험 성적 분포를 보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사범대의 ‘10:1’과 교대의 ‘2:1’이라는 비율을 봤을 때 합격 인원을 제외하고 임용되지 못한 나머지의 우수한 인적 자원들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학령인구 대비 교사 많아 VS 정원 유지하고 과밀학급 줄어야

 

 

통계청과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 감소했다. 그러나 전국의 교대∙사범대 입학정원은 10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처럼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역주행이라도 하듯 입학생 수는 부동의 상태다. 이에 교육당국은 교대∙사범대의 정원 감축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대학 측의 반발로 수차례 무산된 바 있다.

 

반면 현직 교사단체들은 현재 교∙사대 입학 정원과 교원 임용 인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평균치보다 많다"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국내 중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3명으로 OECD 평균(13.1명)을 웃돌았고, 고등학교는 11.4명으로 평균보다 1.6명이 적었다. 이처럼 교사 개인이 맡을 학생 수가 줄어 그 부담이 개선되었음에도 국내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3명으로 평균(21.1명)보다 1.9명, 중학교는 26.1명으로 평균(23.3명)보다 2.8명이  많았다. 

 

교사단체에서도 ‘교원 정원 유지'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으로 주 무게가 실리면서 교육당국과 대학 그리고 현직 교원들의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된다. 서로 다른 말들이 오가는 상태에서 임용의 문턱은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이준호씨는 이러한 혼선들이 결국 법의 개선을 막아 예비교사들의 사교육 의존률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경쟁과열로 인해 인터넷 강의와 교재 등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 예비교사들의 현실로 고등교육법 아래 교원 양성 기관이 존재하는데도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이 사교육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이에 그는 “공교육의 중추인 교육부가 사교육을 통해 경쟁하는 교사를 뽑는 다는 것은 모순이지 않느냐”라고 현 상황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실제 인사 담장자와의 면담을 가졌던 그는 당시의 실망스러움을 토로하는데, 교육대 학생들과 비교적 유대감을 가진 담당 관리자의 협조적인 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원 양성의 현실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는 현저히 부족하다"라는 것이다.

 

“제 생각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곳에서 임용시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白年之大計)’ 라고 했다.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말로 국가와 사회발전의 기초인 교육의 중요성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 그 초석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준호씨는 자신도 예비교사로서의 양성 과정을 밟아오면서 비합리적인 교사 양성 구조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으신 것 같다" “그래서 이 사실을 시민들께도 전달해드리며 동시에 권한을 가진 분들께도 전달하고 싶어서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다가올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이목이 집중되는 한편 ‘교원 양성 정책’에 대한 공약은 어느 후보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교육과 관련하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일명 △킬러 문항 철폐 △중학교 3학년 대상의 기본학습역량 진단과 보충교육의 기회 제공의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입 전형 유형 단순화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등을 제시했는가 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수시 전면 폐지 △수능 연 2회 실시를 내세운 바 있다. 수능 위주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교육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교원의 ‘목적형 양성체제’에 관한 정책은 전무한 것이다.

 

이준호씨는 지금의 교원 양성 정책에 대해 “(정책의 모순으로) 학생들은 4년이라는 시간뿐만 아니라 재정, 스트레스, 불안감의 무게까지 짊어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를 ‘국가적 차원의 손실’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후보자들께서는 이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을 위해 행동하려는 경향도 있겠지만, 당신들을 믿고 있다"라며 교육이 국가의 백년지대계(敎育白年之大計)인 만큼 지금의 교원 양성 실태를 조속히 파악해 다시금 그 기반을 튼튼히 다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정책의 한계를 직시하고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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