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8 (수)

대학알리

여성·젠더

섹스 그리고 여성 질, 병

미디어가 침묵하는 섹스 이후의 이야기

짠, 여기 우연한 계기로 만난 두 남녀가 술잔을 부딪친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꽤 즐거워하는 두 사람. 초록색 소주병들이 테이블 구석탱이에 쌓이고, 주인공들은 혀가 꼬인 목소리로 진솔하고 대범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급격히 마음의 벽을 허문다. 계산하고 나와서도 집에 가기 아쉬운지 술집 밖 담벼락에서 갑자기 키스를 시작하고, 키스는 남자주인공(거의!) 집 침대에서 이어진다. 애석하게도 방심위 심의 문제로 중간 과정은 생략. 그리곤 아침에 눈을 뜨는 두 사람. 어제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여자는(혹은 남자도) 너무 쪽팔린 나머지 급하게 자리를 피한다 -남자는 벗고 여자는 꼭 나시를 입고 있다. 대체 왜..?- 집 와서 쪽팔림에 이불킥 한 번 날려주지만, 거짓말처럼 두 주인공은 원나잇을 계기로 가까워진다.  

 

미디어 속 원나잇 연출은 더는 낯설지 않다. 섹스 묘사하는 장면 좀 나왔다고 19금 딱지 붙는 건 옛날이야기다. 원나잇은 보통 주인공 두 명의 서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면으로써 쓰인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원나잇 이후 드라마 속 여자주인공의 걱정이라곤 ‘아, 앞으로 저 남자 어떻게 보냐’ 뿐이다. 과연, 술김에 원나잇 한 여자들이 부끄러워하며 이불이나 쾅쾅 찰까? 절대 아닐걸. 

 

콘돔은 꼈나? 몇 번 했더라? 아 이 새끼.. 안에 한거 아냐? 얘 성병 있으면 어떡하지? 설마..몰카는 없겠지?

 

원나잇 한 여자는 이런 걱정을 한다. 그런데 지금껏 원나잇을 소재로 사용했던 미디어는 죄다 이 사실을 외면한다. 드라마가 현실을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 이름하여 ‘현실 고증’을 잘 수행하는 것이 잘 만든 드라마의 중요한 기준인 지금, 왜 섹스 이후 벌어지는 다양한 일에 대해서는 왜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평가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가? 우린 왜 섹스 이후의 여성에게 이토록 무관심한가.

 

네? 제가 성병이라고요?

A(25)는 작년 5월 성병 진단을 받았다. 평소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는 편이 아니었으며,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레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종종 내원하여 검진받았으나, 성병 검사를 따로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와 관계 중 콘돔에 피가 살짝 비친 것을 발견했고, 생리 전 증상이겠거니 짐작했으나 며칠이 지나고도 생리를 시작하지 않아 산부인과에 내원했다. 초음파를 보던 중 자궁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이 출혈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곤지름(콘딜로마, 성기 사마귀)까지 진단받았다. 

 

“청천벽력이었어. 너무 당황했지. 큰일 났다, 아니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 진짜 무서웠던 것 같아. 내가 성병에 걸리다니?”

 

A는 산부인과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이전에 성병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현 애인 이전에 유일하게 관계를 맺었던 전 남자친구가, 성관계는 처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성병이란 모르는 사람과도 별 개의치 않고 잠자리를 많이 가지는 사람이라던가, 성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 성 노동자, 혹은 성 매수 남성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알고 있었다. 단 두 명과 관계를 맺어도 걸릴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 기사는 대학알리+에 업로드되는 프리미엄 콘텐츠로, 무료 회원에게 공개됩니다.

대학알리+ 구독하고 기사 전체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