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2 (금)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술이 당신을 부를 때, 공강인 그대 떠나라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찾아오고, 옆구리 옆에 곰팡이가 피었다면, 그대 이제 떠나라! 가을은 소리소문 없이 갑자기 찾아와 마음을 붕 뜨게 만들고, 괜히 모든 게 센치해진다. 본 기사에서는 가을을 맞아 세종인의 공간 시간을 십분 백분 활용할 수 있도록 알차게 코스를 구성했다. 여유가 없는 당신이라면 지하철로 세 정거장 안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추천한다. 반대로 남는 게 시간이라 시간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당신들에게는 특별히 수익률 대박을 칠 수 있는 핫플레이스 코스를 소개한다.

기자가 가봤습니다.

먼저 세 정거장 코스다. 이 테크는 바쁜 가운데 가슴에 가을이 가득한 감성러들에게 추천한다. 짧은 시간으로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들은 모두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먼저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동부지방법원이다. 제일 쉽게 가는 방법은 학생회관 옆 버스정류장에서 3216번 버스를 타고 광진구청에서 하차한다. 광진구청에서 동부지법까지는 7분 정도 떨리는 마음으로 걸어가면 된다.

이곳이 바로 동부지방법원이다. 벌써부터 긴장감에 얼굴이 굳는다. 본 기자도 법원은 처음이라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얼굴에 ‘암쏘쿨 가면’을 쓰고 청경에게 어디로 들어가면 재판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으로 돌아온 말은 ‘아무 데나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본 기자에게 갑자기 주의를 준다. 판사님이 들어오고 나가실 때 기립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호흡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들어간 재판의 주제(?)는 절도죄. 형사재판이라 재판장 안의 모두에게 엄숙함이 가득했다. 엄숙함 가운데 재판장님이 들어오셨다. 그런데 여자 판사였다. 검사님도 여자였다. 뉴스에서 들었던 사법연수원생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어 판사님이 증인을 호출하고 증인이 불출석했다는 사실에 재판관님은 그 자리에서 범칙금 200만원을 결정하셨다. 이어 재판은 증인이 없어 연기되었다. 그렇게 참관을 하고 나오는데 판사님의 한 마디에 200만원이라는 벌금이 부과됐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말로만 듣던 권력이구나. 판사님의 권력은 재판장 안에서만큼은 하나님과 같았다. 권력을 실제로 체감하니 괜시리 본 기자도 권력에 대한 욕심이 일어났다. 도서관에 앉아서 나라의 녹봉을 받으며 권력을 행사하길 원하는 여러 세종대인이 가서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받길 추천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건대 중국인거리. 이곳은 학교에서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하다. 위치는 건대역 6번 출구에서 나와, 로데오거리를 지나 한 블록 더 가면 된다. 위의 동부지법에서도 걸어오는데도 15분이면 충분하다. 중국인거리는 양꼬치 혹은 꿔바로우로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특별히 그중에서도 2곳을 추천한다. 매화반점과 경성양육관(경성양꼬치)이다. 매화만점은 수준 높은 안주들이 싼 가격에 나온다. 맛은 웬만한 중국 본토의 음식점보다 훨씬 낫다. 이곳은 메뉴판만 3장이 넘어갈 정도로 요리가 다양하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 20분 대기는 기본이다.
 

다음으로 추천할 경성양육관은 자취생들의 구세주이자 요리 전도사님이신 백종원 씨가 최고의 꿔바로우 집으로 추천한 바 있다. 이곳도 평소 대기가 길게 늘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은 특별히 노린내 안 나는 양꼬치가 별미다. 양꼬치엔 뭐다? 당연히 칭따오다. 칭따오 한 잔에 양꼬치는 평소 공부와 가을 사색에 가득해 우울했던 너님들에게 활기와 기운을 챙겨줄 것이다. 쯔란 팍팍! 기운 팍팍! 어차피 없는 이성친구는 잊어버리고 이색적인 중국음식에 빠져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가장 서울이 미워졌을 떠나, 돌아올 서울이 사랑스러워지는 하루 공강 여행'

멋지게 수강신청에 성공해 하루 공강을 만들었을 때의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치열하게 만들어 낸 공강을 대체 어떻게 써왔었나? 처음 계획대로라면 휴식도 휴식이지만 이 시간에 영어공부도 조금 해보고 학업으로 빼곡하던 일주일 중 하루는 친구도 만나고 데이트도 할 생각에 들떴었다. 그러나 실상은 이불 속에서 핸드폰 화면을 반쯤 감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창 밖을 보니 해가 지고 또 내일도 학교를 가야 한다는 좌절감에 휩싸여 잠에 들었다. 날 좋은 봄이나 가을날에도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가을만큼은 공강의 자유를 만끽하며 기분전환을 위해 하루만 이불 안에서 나와보자. 하늘은 푸르고 선선한 바람이 살짝 부는 중간고사가 끝난 시월 중순의 오후가 좋겠다. 분명 학교와 같은 삭막한 서울 땅인데 어쩐지 조금 이국적이면서 설레는 이태원과 남산을 하루 공강 여행지로 추천한다.

이태원은 뭔가 다르다. 분명 여기는 서울인데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보인다. 거리에도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취향을 고집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 곳이 바로 이태원이다. 이 곳의 모두가 자유롭진 않겠지만 적어도 여행자인 우리는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잠시 떠나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고 하면 와 닿으려나.

이태원의 상징이자 가장 유명한 건물은 아무래도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다. 3번 출구로 나와 우사단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골목길 사이로 자그맣지만 예쁜 식당, 카페 등을 엿보면서 걸으면 금세 모습을 드러낸다. 우사단길은 이태원의 다양한 길 중에서 높은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풍경이 멋지다. 최근 유행하는 루프탑을 갖춘 펍에서 해질녘의 남산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을 마시면 가격이 조금 맘에 걸리긴 하지만, 내려다보는 서울 풍경이 이렇게 따뜻하고 사랑스러웠었나 싶을 것이다.

2번 출구 위쪽으로는 유명한 스타쉐프들의 음식점, SNS에서 핫하다는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이태원거리가 있다. 4번 출구 쪽으로 나와 이태원 엔틱 가구거리를 구경하거나 이태원 시장에 들러 숨은 보석 같은 물건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요새 가장 소문난 곳은 1번 출구로 나와 녹사평역 쪽으로 걷다 해방촌 방향으로 꺾어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경리단길,회나무길이다. 물론 멋진 음식점과 펍, 옷가게, 카페 등으로 가장 잘 알려진 소위 핫하다고 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떠나서도 다정하게 서울을 내려다보는 남산과 N서울타워, 그리고 해방촌의 몸과 마음이 녹녹해지는 옛 분위기와 젊은이들의 예술이 만나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공강 여행자들에게 남는 건 시간이요, 얻고 싶은 건 여유니 일정이나 코스를 정하지 말고 맘에 드는 아무 골목길로나 가보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다. 골목길 구석구석 자리잡은 자그맣고 예쁜 가게의 유리창 너머로 요리에 열중하는 멋진 쉐프를 훔쳐보기도 하며 느긋하게 걷고 있으면 마치 길고양이가 된 기분이다. 길을 따라 걷다가 해질녘이 되면 걸어서도 좋고 버스를 타도 좋다. 남산 쪽으로 발길을 향해보자.

N서울타워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산을 오르며 노을을 감상하고 벤치에 잠시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해가 지고 타워의 불이 켜질 때까지 잠시 기다려보자. 별것 아닌데 반짝하고 불이 들어오는 순간은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불꽃이 터질 때의순간처럼 괜히 ‘놓치지 않았어! 이 예쁜 순간을!’ 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별들을 발아래 둔 듯 아래서 반짝이는 불빛들로 가득한 서울 야경과 빼곡히 매달려있는 사랑의 자물쇠들을 구경한다. 맥주 한 캔의 아주 가벼운 취기에 기대 함께 온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거나 혼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이야말로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그 순간은 그때가 하이라이트인 줄 모를 수도 있다. 끝나고 나야 그때가 행복이었음을 아는 지나간 연애처럼 진짜 여유는 나중에서야 느껴진다. 또다시 일상이 시작되고 지치고 위로가 필요한 어느 날, 이 공강여행이 문득 떠올라 웃음이 지어졌다면 이 여행의 목적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정규일 기자 ttuuxx321@sejongalli.com

박채원 기자 itsmechae@sejongal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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