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9 (화)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휴스쿠]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하고 싶어요", 방의진을 만나다.

45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사진작가 브랜드 스탠튼의 사진집 'Humans of New York'로부터 시작된 인터뷰 무브먼트 '휴먼스(HUMANS)'는 전 세계적 반향을 이끌고 있다. 회대알리는 성공회대학교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성공회대판 휴먼스, 즉 ‘휴스쿠(Humans Of SKHU)’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휴스쿠가 만난 다섯 번째 인물은 성공회대학교 재학생 ‘방의진’이다. 작년 말까지 회대알리 편집장으로 지냈다. 올해 1학기에 휴학하고 인천의 지역신문에서 일했다. 독특한 이력과 더불어 혼술과 등산이라는 흥미로운 취미를 가졌다. 그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리라 생각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학교 다니면서 여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휴학 기간에는 바빴는데, 지금은 과제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어요. (웃음)

 

 

회대알리에서도 활동하셨어요. 회대알리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역이랑 연계해서 활동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학교가 구로에 있으니까 지역과도 연계해서 활동해 보자는 마음에서 구로마을tv를 인터뷰했어요.

구로마을tv에서 좋게 봐주셔서 회대알리와의 협업을 요청했고, 저희를 인터뷰하기도 했어요. 생방송 출연도 했었죠. 이걸 계기로 구로문화재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학생으로서 구로에 대한 문화 얘기를 해달라고요. 구로문화재단에서 하는 포럼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했어요. 학교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넘어서,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지역 주민들이랑 소통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대학언론 중 학보사가 아닌 독립언론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학보사도 좋고, 독립언론도 좋은데 아예 학보사는 고려하지 않았어요. 독립언론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예요.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게 ‘눈치 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가서 기자가 되면, 앞으로는 눈치 볼 일밖에 없을 거 같았어요. 학보사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누리고 싶어서 독립언론을 선택했습니다.

 

대학언론에서 활동해 보신 입장에서, 대학언론이 갖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비대면 상황이 2년 반 넘게 지속이 됐잖아요. 비대면 상황에서 에브리타임이 학생들의 소통 창구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에브리타임이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은 못 했다고 느꼈습니다. 정제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대학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객관적으로 ‘정말 잘했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휴학 전과 후를 비교해 봤을 때, 달라진 점이 있나요?

휴학 기간 동안 지역 언론 기자로 일했어요. 지역 언론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기자라는 꿈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는 게 가장 커요. 원래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지만, 많이 만나본 건 아니었어요. 회대알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인데, 지역 언론에서는 그 부분이 해소되니까 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뻔뻔해지고 여유로워진 거 같아요. 대화를 이끌어 가는 능력, 사람 보는 능력 이런 게 생겼어요.

 

인천지역신문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속상한 일이 몇 개 있어요. 제가 섬 지역을 관할했고 그 지역에서 제보받았어요. 한 번은 물고기 잡을 때 쓰는 어구가 선착장에 쌓여있어서 악취가 나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어촌 계장님과도 통화하면서 취재를 했고, 나름 잘 썼어요. 기사가 올라가고 어촌 계장님께 보내드렸는데, 전화가 왔어요. ‘이것도 기사라고 쓴 거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내시더라고요. 그분이 보시기에는 기사의 강도가 덜 했나 봐요. 저는 일목요연하게, 덤덤하게 썼거든요. 공감해서 문제가 있다고 쓴 건데, 너무 격하게 반응하셔서 속상했어요.

 

속상하셨겠어요. 반대로 보람을 느꼈던 일화도 있나요?

인천 지역 내에서 사이버 성폭행이 발생했어요. 이걸 제보받아서 되게 오랫동안 취재했고, 단독 기사로 나갔어요. 그런데 다음 날 연합뉴스 인천지부가 제 기사를 베낀 거예요.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오히려 좋았어요. 내 기사가 가장 빨랐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장 큰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베꼈다는 거니까요. 연합뉴스를 통해서 다른 언론사로 퍼져나갈 수 있었어요. 유퀴즈에 출연했던 ‘김종기’라는 분 아시나요? 그분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에 계시는데, 그 재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썼던 사이버 성폭행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요. 가교 역할을 해서 피해자 부모님께 전달해 드렸죠. 제가 쓴 기사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게 뿌듯했어요.

 

기자를 꿈꾸고 계시잖아요. 기자를 목표로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7살 때부터 ‘기자 놀이’를 했어요. 아마 그때 찍은 영상이 아직도 집에 있을 거예요. 11살 때부터는 뉴스나 대선 토론도 챙겨봤어요, 뉴스를 보고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걸 놀이처럼 생각했던 거 같아요, 뚜렷한 계기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흥미와 적성에 딱 맞는 첫 번째가 기자예요.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언론인으로서, 개인으로서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잘 듣는 거예요. 기자라는 직업이 글로 써서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글에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가 안 들어갈 수가 없어요. 기자가 대단한 직업은 아니지만, 사회에서는 아직 전문 직업인이나 지식인으로 보고 있죠. 기자 중에서는 그런 데에 갇혀 남의 얘기를 듣지 않는 사람들도 좀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듣는다는 건 강자의 얘기만 듣는 게 아니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질문하는 거예요. 1차원적인 질문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뻔뻔해야 해요. 한겨레 기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은 기자가 가져야 하는 가치에 대해 ‘얼굴 두껍고 달리기 잘하면 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신 이야기겠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저도 동의하거든요. 뻔뻔하면 질문도 계속할 수 있고, 주눅 들지 않아요. 권력자나 정치인을 만나면 주눅이 들 수도 있어서 태도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나를 고무시킨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그 사람과의 일화를 소개해 주세요.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나요?

휴학 때 다니던 지역 신문 선배 두 분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어요. 복학을 한 것도 그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하게 됐어요. 두 분 중 한 분은 뻔뻔함을 굉장히 잘 실천하시는 분이에요. 예를 들면, 지방선거 때 이재명이 계양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었잖아요. 그때 취재진이 정말 많아서 어떤 언론사든 취재하러 들어가기 힘들었어요. 저희 신문사에는 사진 기자가 없고 취재 기자가 직접 찍었어야 했는데, 다른 전국지보다 훨씬 더 가까이서 사진을 찍은 거예요. 인파를 뚫고 들어가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냐고 물어보니, 이재명 지지자들에게 ‘기자인데, 이재명 후보 사진 좀 잘 찍어드리려고 한다’라고 하니 들어오라고 했대요. 또, 그 선배가 계양을 맡고 있어서 계양구청장님과도 안면이 있었어요. 계양구청장님한테 ‘여기 들어가야 하는데 같이 들어가시죠’라고 해서 그분이랑 같이 들어갔다고 해요. 이런 부분에서 뻔뻔함을 배웠죠. 다른 한 분은 가치관 면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약간의 뻔뻔함도 있지만 그분은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전복시키는 사고를 하는 것 같아요.

 

요즘 가장 빠진 취미는 무엇인가요? 왜 좋아하게 되었나요?

최근에는 등산 다니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한 번 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산에 올라갈 때는 너무 힘들어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데, 운동하면서 되게 자아를 가다듬는 편이라 ‘이거 하나도 해내지 못하면 인생에서 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올라요. 산에는 기승전결이 있는 느낌이에요. 올라갈 때 힘들면 쉬어가고, 정상에서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내려가서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산에 빠진 거 같아요.

취미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혼술 하는 걸 즐기게 됐어요. 원래 혼자 술 마시는 걸 즐기지는 않았는데, 혼자 술 마시면서 음악 듣고, 생각도 하고, 책도 읽는 시간이 좋아요. 술이 좋은 건 아니지만요. (웃음)

 

그럼 언제부터 혼술을 즐기셨나요?

얼마 안 됐어요. 두세 달 정도예요.

 

주로 어떤 술을 드세요?

주종은 다양한데, 혼자 마실 때 소주는 안 마셔요. (웃음)

양주, 위스키, 와인, 맥주 중에 맛있는 술 위주로 마셔요. 안주는 없거나 과자 정도예요.

 

 

지나고 보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나서 보면, 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후회도 거의 안 해요. 당시에 최선을 다하기도 했고, 후회한다고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잖아요. 후회하는 시간도 아깝고요. 좋은 경험이든 안 좋은 경험이든 간에 배울 점이 있어요.

 

재수를 했어요. 현역 때도 성공회대 수시 종합전형 면접을 봤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아요. 면접을 잘 보기도 했고, 성적도 괜찮았고요. 게다가 6지망이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예비도 없이 떨어졌어요. 이름이 누락됐나 의심될 정도였어요. 기자를 하려면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재수하기로 했죠. 이렇게 열심히 산 적은 없었다 싶은 정도로 살았던 1년이었어요.

입시 공부가 잘 맞는 사람은 없겠지만, 하면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저일 거예요. (웃음)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면 웬만한 건 다 예상한 만큼 결과가 나왔거든요. 대학 입시 공부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자만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죠. 재수를 통해 얻은 것도 있지만, 없어도 될 경험 같아요. 돈도 너무 많이 들었고, 19학번으로 들어왔으면 동갑내기 친구들도 더 많았을 텐데 아쉬워요.

 

 

올해가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올해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새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해가 마무리되는 거에 있어서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처럼 정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속도보다는 방향에 집중해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 큰 산을 하나 타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지리산이요. 산에는 혼자 가요. 학교 산악회를 하고 있는데, 큰 원정 산은 잘 안 가거든요. ‘좋은 사람들’이라는 산악회가 있는데, 돈을 내면 같이 차를 대절해서 산을 타고 오는 거예요. 모르는 사람들끼리 딱 산만 타고 와요. 혼자 갈 때는 주로 이걸 이용해서 갑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제가 회대알리에서 활동할 때가 코로나19가 심했던 시기였어요. 전 편집장으로서 얘기하자면, 회대알리 살리기 쉽지 않았거든요. 비운의 코로나 학번인 20학번이라 아는 사람도 없고, 인원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당시 대표랑 으쌰 으쌰 해서 불씨를 살렸어요. 대학 언론, 학보사도 그렇고 회대알리도 그렇고 다른 대학교도 다 마찬가지로 학생 자치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느껴요. 극복 방안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공익과 대의를 위해서 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의미 있는 활동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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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황혜영 기자(hyeng925@gmail.com)

취재=황혜영, 고은수 기자

사진=황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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