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2 (금)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다는 '국가근로장학금', 문제점은?

저소득층 수혜비율의 지속적인 감소와 선발 '내정자' 논란
대학별 자체 선발기준에 따른 근로지 의견 우선
직전학기 미선발 학생을 당해학기 중 총 근로장학생 수의 60%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은
단순 '권장수준'에 그쳐

한국장학재단(이하 장학재단)의 국가근로장학금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학업 여건 조성을 위해 학자금을 지원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학기 중 또는 방학 중에 교내/외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고, 근무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받는다. 임금은 등록금 외 범위에서 수혜가 가능하다. 그러나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습권 및 직업 체험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사업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실제 수혜자 중 저소득층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외대 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글이다. 이런 문제가 단순한 우려로만 그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국가근로장학금 사업 운영 결과에서 저소득층 학생의 수혜 비율이 줄어드는 문제를 확인했다.

 

 

2022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1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분위가 가장 낮은 기초생활수급자의 근로장학생 수혜비율은 2017년 이후로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학자금 지원 1~2구간의 비율 또한 55.9%(2017)에서 42.6%(2021)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가구 소득수준이 높은 학자금 지원 6~8구간 수혜자 비율은 12.3%(2017)에서 18.3%(2021)로 매년 상승했다.

 

또한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로부터 얻은 자료 ‘2022학년도 2학기 소득분위별 국가근로장학생 근무 비율’을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자는 15%, 학자금 지원 1~2구간은 38%로 나타났다. 6~8구간은 24%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나타난 소득분위별 수혜 비율의 분포 양상를 통해 파악된 문제가 외대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직전학기 미선발 학생 60% 기준은 '권장사항'


 

저소득층 수혜비율이 줄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답을 국가근로장학생 제도 운영 방식에서 찾았다. 장학재단은 사업 운영에 있어 근로장학생 지원 자격과 선발기준을 위와 같이 규정한다.  △학자금 지원구간(소득분위) 8구간 이하 △직전학기 성적 C0(70/100 만점)이상을 기본 지원자격으로 두고, 장애인, 다자녀가정 자녀 등의 경우 우선선발 대상으로 지정한다. 또한 긴급 경제적 위기 가구 학생 등에 대해서는 기본 지원자격이 되는 학자금 지원구간 적용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지원자격과 관련해 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기준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내정자’ 의혹을 키우는 조항도 존재한다. 직전학기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지 않은 학생이 당해학기 총 근로자 수의 60% 이상이 되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에 그친다.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한 번 뽑은 사람을 연속해서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외대 도서관에서 국가근로장학생으로 근무했던 A군을 인터뷰한 결과 이에 대한 현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A군은 “도서관에서 1년 정도 근무했어요. 당시 소득분위가 1~2분위였는데, 첫 신청때는 선발되지 못했고 그 이후에 선발됐었다”고 말하며 저소득분위 우선 선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꼬집었다.

 

“매 학기 도서관 근로장학생 인원은 25명 남짓해요. 근로장학생은 도서관 3, 4층에서 나눠서 근무하다보니,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잘 없어요. 그나마 다 모이는 자리가 본격적인 근무 시작에 앞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인데, 그때 봤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직전 학기에도 봤던 사람들이었어요.”

 

A군에 따르면 직전 학기 근로장학생들이 이어진 학기에도 또 선발됐다. 근로지마다 기존 인원을 내정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점이다.

 

 “기준 근무 기간이 마무리될 즈음, 담당자가 근무를 마무리할 건지, 다음 학기에 또 할 건지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기존 근무자가 다음 학기에도 신청한다면, 근로지 입장에서는 이 사람을 한 번 더 뽑으려는 건가 싶었죠.”

 

외대알리는 장학생 내정 선발과 관련해 한국외대 측에 국가근로장학생 선발 및 운영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청구 포털을 통해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장학재단 누리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외대의 ‘대학 자체 선발기준’ 문서 뿐이었다.


‘소득분위’보다는 ‘근로지 의견’이 우선하는 현실


 

장학재단은 구체적인 선발기준에서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학생에 대상으로 각 대학이 우선선발기준을 고려해 대학자체 선발기준을 수립하고, 기준에 따라 근로자를 선발할 것 명시한다. 장학재단에서는 소득분위에 따라 우선선발 기준을 1순위에서 3순위까지 총 3가지로 차등화한다. 그러나 이는 국가근로장학생을 선발하는 주체인 대학차원의 ‘대학자체 선발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고려사항'일 뿐이다.

 

 

실제로 한국외국어대학교는 국가근로장학생 대학자체 선발기준에서 소득분위가 1순위가 아닌 ‘근로지 의견’을 1순위로 설정했다. 이렇게 대학자체 선발기준을 설정한 이유와 함께 한국외대의 소득분위별 국가근로장학생 현황 파악을 위해 서울캠퍼스 장학팀에 물었다. 이에 대해 외대알리는 ‘근로지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학생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답을 들었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대학자체 선발기준, 권장사항에 그치는 조항 등에 막혀 국가근로장학금 사업의 본래 취지는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업 운영을 되돌아 볼 때이다.

 

 

박원주 기자 (dnjswn0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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