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환경을 고려한 미래 산업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출시됐지만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을 고려하기엔 이른 출시가 아니었는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7일 서울 성수동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 65명의 인력과 차량 27대가 동원됐다. 화재 현장 근처에 있던 시민들이 창문을 깨고 운전자를 구출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전기차 1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대원 52명 △경찰 11명 △구청 직원 2명과 △펌프 6대 △탱크 7대 △구조대 2대 △구급차 2대 △기타 차량 7대가 투입돼 수십 대의 장비와 수십 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이외에도 전기차를 보유한 차주들은 차체 결함을 경험한다. 전기차 차주 박현진(55⋅오산) 씨는 “설에 서울로 올라가다 시동 오류가 생겨 보험 회사를 불렀지만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해 택시를 타고 집에 온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 견인 조치 후 본사에서 수리를 했는데, 수리기사가 사람으로 치면 심장마비가 온 상태라고 설명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경우 일반 차와 차이가 있다. 전기차 화재의 평균적 통계를 보면 일반 차에 비해 화재 진압 시간은 5배 정도이고 필요한 물의 양은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의 특수성 때문이다. 차세대 전지로 알려진 리튬 이온을 사용해 충격이 발생하면 터지듯 폭발하기에 다 탈 때까지 쉽게 꺼지지 않는다. 배터리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일명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진압에 많은 시간과 인원이 필요하다.
소방청은 “최근 3년 사이 전기차 화재 사고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기차를 보유 중인 박 씨는 “화재가 나면 차가 열리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유리창을 부수는 요령을 찾아보기도 했다”며 전기차 화재 사고를 접한 심정을 밝혔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 해 11월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을 통해 지난 1월, 새로운 ‘이동형 냉각수조’를 개발했다. 이동형 냉각수조는 바닥과 4면이 막힌 수조 안에 화재가 난 전기차를 넣고 물을 채워 리튬 이온 배터리가 물에 잠기게 하는 장치이다. 수조 윗부분이 개방돼 있고, 물을 가득 채우면 무게가 많이 나가 터널이나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아직 모든 소방서에 보급되지 않았다. 서울 소방재난 본부 홍보기획팀 이수민 주임은 “수조 한 개당 비용이 약 2천만 원에 달해 모든 소방서에 ‘이동형 냉각수조’를 보급할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현재 국내에 있는 이동식 수조는 44개이며 올해 72개의 수조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를 보유 중인 김유진(47⋅용인) 씨는 “화재 진압 시 필요한 수조도 부족하지만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다”며 “전기차를 운전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는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윤채원(24⋅서울) 씨는 “전기차 화재 사고 소식을 접한 후 전기차 구매를 보류하게 됐다”며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기차 외에도 LPG 등 다른 친환경 차량을 알아볼 것 같다”고 밝혔다. 박정옥(47⋅용인) 씨 역시 “화재 사고 등 문제가 지속된다면 출시를 중단해야 한다”며 “전기차의 모든 결함이 보완될 때 구매를 다시 생각해 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문하은(25⋅하남) 씨는 “화재 발생 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관련 제도가 마련된다면 전기차 구입을 희망한다”며 “환경을 생각해서는 꼭 필요한 산업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