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5 (일)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함께 목소리를 내주세요”...휘경동 폭행 사건 그 이후

길 건너다 갑작스레 피해자가 된 한국외대 유학생
용기를 내 제보한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 말아야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어요”... 더 큰 범죄를 막기 위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

지난 1월 12일 16시 15분경 휘경1동 주민센터 부근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유학생이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일면식도 없는 피해 학생 A씨를 갑자기 폭행했다. 범인 검거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였다. 사건 현장 바로 앞 슈퍼마켓 CCTV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사건 목격자와 용의자를 쉽게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범인은 사건 발생 3일 뒤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사건 이후 A씨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사건 경위에 대한 글을 게시했다. 게시글에는 사건 경위, 사건 이후 경찰 수색 과정, 폭행 사건 대응책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외대알리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화요일(1월 16일)에 A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사건 경위를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A씨)  12일 금요일 오후 4시 15분 경에 일어났어요. 사건 당일 원래 중랑천을 가려다 생각이 바뀌어 배봉산쪽으로 방향을 틀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어요. 건너편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고개를 들었는데 한 남성분과 눈을 마주치게 됐죠. 그 때 갑자기 주먹이 날아와 네 다섯번 정도 안면에 가격을 당했어요. 수사 결과 가해자의 가족으로 밝혀진 분이 가해자를 잡고 말리는 사이 저는 현장을 빠져나왔습니다. 

 

 Q.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A씨) 너무 당황했어요. 제가 폭행당하고 있는 일이 상상인 줄 알았거든요. 폭행을 당하고 빠져나오는 모든 과정이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뤄졌어요. 그런데 함께 길을 건너고 계셨던 할아버지가 “이거 미친 사람이네”라고 말했던 것을 들었어요. 그 기억이 떠오르자 제가 겪은 일이 단순히 제 상상이 아님을 깨달았죠.

 

 Q. 병원에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현재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A씨) 당일에는 충격이 커 병원을 갈 생각을 못했어요. 사건이 발생한 날이 금요일이다 보니 주말이 껴있어 어제(1월 15일)가 돼서야 진료를 받았어요. 정형외과에 갔는데 눈에 보이는 상처가 다 아물고 좀 가라앉은 상태라는 말을 들었어요. 혹시 몰라서 엑스레이를 찍어봤는데 아직 추가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요.
 

 

Q. 요새 외출하실 때 심정이 어떠신가요? 

 

(A씨) 확실히 조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죠. 길 다닐 때 무조건 CCTV가 있는지 확인하고 꼭 CCTV에 제가 보일 수 있게 노력하며 걷고 있어요. 만약에 CCTV가 없으면 주변을 더 각별히 살피고 핸드폰을 챙겼는지 한 번 더 확인해요. 뒤에서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면 너무 가깝게 오고 있지는 않나 확인을 하고요. 길을 걸을 때 사람이랑 부딪칠 수도 있는데, 사건 전과 다르게 사람과 가까워지면 제가 멈추게 돼요. 그리고 그 사람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고요. 혹시 모르니까요. 

 

Q. 에브리타임에 범죄 피해를 알리시고 대응 방법도 써주시며 피해 사실을 외부에 빠르게 알리셨어요. 사건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A씨) 가해자와 목격자를 빨리 찾고 싶었어요.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건 추후 누군가가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 지 주변인들에게 알리는 거였죠. 저는 피해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혹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있었다면 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어요. 

 

Q. 게시글을 보니 사건 현장 앞 슈퍼 CCTV가 있었으나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범인은 어떻게 검거됐나요?

 

(A씨) 아파트 지상 주차장 쪽에 있는 CCTV가 다행히 현장을 담아냈더라고요. CCTV를 통해 가해자를 특정해 경찰이 범인을 잡았다고 해요.


Q. 피해를 입으신 장소 근처를 평소에 지나다니실 때는 한 번도 이런 치안 문제가 없었나요?

 

(A씨) 이렇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죠. 

 

Q. 현재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씨)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가해자는 현재 불구속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해요. 

 

Q. 혹시 경찰 측에서 추가로 연락을 받으셨나요?

 

(A씨) 어제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는데요.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걸로 보여요. 그래도 경찰 측은 피해자를 위한 여러 지원 제도를 안내해주고 있어요.

Q. 안내 받은 구체적인 지원 제도는 어떤 게 있나요?

(A씨)
병원비같은 경우 어느 정도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범죄 피해자를 위한 스마트 워치도 제공받았어요. 워치는 버튼을 누르면 바로 신고가 되고 동시에 제 위치가 경찰 측으로 실시간 전달이 돼요. 그리고 상담도 제공해주는데 이번주 목요일(1월 18일)에 동대문 경찰서에서 상담을 받을 예정이에요. 피해자가 외국인인 경우 영어로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해요. 생각한 것보다 여러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아요. 

 

 Q. 혹시 대사관 쪽에도 연락을 해보셨을까요?

 

(A씨) 연락을 해봤는데 사건을 잘 인지하고 계시더라고요.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외국인을 위한 상담 등 여러 지원책을 안내받았어요. 추가로 담당 조사관 분의 연락처를 요구해서 전달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 대사관 측에서 이야기를 들은 건 없어요. 

 

 Q. 학교 측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원책은 없을까요?


(A씨) 외국인 유학생 지원센터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세요. 수사 경과도 틈틈이 확인해주시고 수사가 진전된 바가 있다면 연락을 먼저 주신다고도 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실까요?
 

(A씨) 사실 이런 부류의 범죄는 조심한다고 피할 수 없어요. 그래도 만약 피해를 입게 된다면 다양한 곳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꼭 용기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감정을 묵혀두지 말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세요. 그리고 부디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사건을 목격한 분이 계신다면 지나가지 마시고 꼭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에서 도와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범죄.. 대응은 어떻게 해야할까


 

A씨는 추후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하라고 제안했다. 

 

  1. 소리를 지르자. 그렇게 해야 가해자의 신속한 체포를 도울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목격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다. 

  2. 목격자가 있다면 경찰이 올 때까지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해보자. 

  3. 가해자의 인상착의를 최대한 기억하자. 

  4. 경찰 신고를 즉시 하자. 빠르게 신고한다면 현장에서 검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5. 상처가 남았든 안 남았든,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건강 상태 기록을 남기자. 

 

이번 사건은 사전에 대비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다. 서현역 사건, 신림역 사건 등의 범죄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범죄가 빈발함에 따라 사회적 차원에서 신속한 종합대책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건은 그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다연 기자 (dayeon226@naver.com)

정현채 기자 (good30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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