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문화산업대학교 재학생들이 학생활동을 제한하는 학칙에 대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일 위 학칙에 근거해 캠퍼스 내 설치된 윤석열 규탄 대자보가 하루만에 철거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윤석열 퇴진 대학생 운동 본부’를 포함한 청강대 학생들은 만화 도서관 등의 건물에 3장의 대자보를 붙였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창작자가 되기 위해 청강에 온 사람으로서 가만 있을 수 없는 역사의 한 순간’이라며 ‘청강인 여러분, 토요일 5시 국회로 모여달라’고 부탁했다. 해당 대자보는 게시 하루만에 철거됐다.
앞서 지난해 9월, 청강대 학생취업처는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는 교내 대자보 게시자에게 자진 철거를 요구했었다. 당시 학생취업처는 대자보 옆에 공지문을 붙여 ‘교내 게시되는 모든 게시물은 학생취업처의 승인을 받고 지정 게시판을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불법 부착한 게시물에 대해 자진 철거를 하지않을 경우 학교에서 철거할 예정’이라며 ‘본 안내는 학칙 및 학생준칙에 의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공지가 붙은 후 대자보 게시자는 쪽지를 통해 ‘학생처에 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교내 정치활동 금지 학칙으로 수정을 요구해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교내 정치활동 금지, 대자보 허가제는 예전 학원 자주화 투쟁 때 사라진 구시대적 학칙’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청강대는 학칙 제61조와 제63조를 통해 재학생의 교내 정치활동 금지와 대자보 허가제를 명시하고 있다.
청강대 웹툰웹소설콘텐츠학과 전공심화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씨(여)는 “처음 대자보가 붙은 것을 보고 그 용기가 고마웠는데, 그게 하루도 안 지나서 떨어졌다”며 “너무 허망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학칙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난생처음 알았다”며 “학칙이 헌법보다 위에 있을 순 없는데, 학교가 ‘불온’과 ‘정치적’이라는 두루뭉슬한 언어로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7일 국회 시위에 참석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대자보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대자보를 써 붙였다.
공연예술스쿨 2학년 정씨(여)는 “예술은 권력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는 분야인데, 그걸 배우는 학교에서 학생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칙 제61조와 63조는 명백히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 밝혔다.
현재 청강대 재학생들은 오는 15일까지 △학생활동 금지 △학생활동의 사전승인 △광고, 인쇄물의 허가를 명시한 학칙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씨는 “이전에도 학교가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도 “학교의 비민주적인 행태가 하루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강대 인재개발처 학생팀 측은 이번 대자보 철거 여부에 대해 “게시판에 부착한 대자보는 유지되고 있다”며 “게시판에 붙이지 않은 대자보는 교육환경 유지를 위해 3일 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철거한다”고 알렸다. 또한 “학칙 제61조는 국가안보나 공공의 안전, 또는 타인의 권리나 자유를 침해하는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가입하는 행위를 막는 것에 취지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례와 같이 이타적 해석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경우, 기본권 침해 발생 여부를 확인한 뒤 해당 규정 개정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2년 7월 명지대학교에서도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대자보를 철거했었다. 국가인권위회는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 그 해 11월 명지대에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
최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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