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외대 역시 지난 20일 제2차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통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인상률은 5%로, 이는 2025학년도 1학기부터 납부할 학부(내국인, 외국인)와 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통번역대학원 제외) 등록금에 적용된다.
열흘간의 분투, 결과는 등록금 인상
지난 11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학교 본부로부터 등록금 인상 계획을 통지받았다고 알렸다. 이후 총학생회는 13일 열린 등심위 학교 위원과의 면담에서 ‘재정 구조 개선과 법인 확약 없이는 등록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후 총학생회는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설문조사는 양 캠퍼스와 대학원 총학생회, 외국인유학생회 GSA가 연대해 12일부터 사흘간 진행됐으며, 2,37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그중 2,065명(87.1%)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학생 대표들은 15일 제1차 등심위와 18일 대학평의원회에서 학교 본부에 등록금 인상 계획의 근거를 재검토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본부는 ‘등심위 부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등록금 인상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결국 20일 열린 제2차 등심위에서 위원 9인 중 5인의 찬성으로 등록금 인상이 확정됐다.
‘16년 만’ 등록금 인상?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학부(내·외국인)와 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통번역대학원 제외)의 등록금 인상은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그러나 학교 본부는 지난 2021년부터 학생 구성원들의 등록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다.
2021년에는 대학원 등록금을 1.2% 인상했으며, 2022년에도 대학원 등록금을 1.65% 추가로 인상했다. 같은 해 학부 계절학기 수업료는 학점당 79,000원에서 85,000원으로 올랐다. 이어 2023년에는 학부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이 4% 인상됐고, 2024년에는 통번역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이 5.6% 인상됐다. 이처럼 올해 등록금 인상 결정은 학교 본부의 점진적 등록금 확대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등심위의 표결 구조 또한 주목할 만하다. 본교의 등록금 심의 및 책정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진행한다. 이 기구는 고등교육법에 의거해 모든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등록금 관련 사안 외에도 학교의 예/결산안을 심의하는 권한을 가진다.
한국외대 등심위는 교직원 위원 4인(재무·대외부총장, 기획조정처장, 양 캠퍼스 학생·인재개발처장)과 학생 위원 4인(양 캠퍼스 총학생회장단), 그리고 양측 위원들이 협의해 총장이 위촉하는 외부 전문가 1인으로 구성된다. 이로 인해 학생 위원 4인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이러한 표결 구조는 이번 등심위에도 영향을 끼쳤다. 1월 20일 열린 제2차 등심위에서 학생 위원들은 대학 본부에 장기적인 재정 정책 수립과 법인의 투자 확약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본부 측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고, 학생 위원 4인은 모두 반대 표를 던졌다.
이날 등록금 인상안은 등심위 9인 중 5인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
마지막 등록금 인상으로부터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소비자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한국외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재정 적자 문제를 호소해 왔다. 학교 본부들은 이러한 경제적 압박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4일, 제1차 등심위를 앞두고 서울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는 학교 본부의 등록금 인상 계획에 대한 결의안을 게재했다. 전학대회는 ‘등록금은 본래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자원’이라며, 학교 본부가 법인의 재정 구조 문제를 등록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등록금 인상에 앞서 학교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법인의 실질적 기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금전적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박동’의 나민석 회장(정치외교·22)은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등록금의 절대적 동결이나 인하가 아닌, 대학 구성원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변화와 진정한 외대 발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 순수 인상분 23억으로는 대학 발전과 쇄신을 이끌 수 없다’며 ‘외대에는 시설, 전임 교원 부족, 연구 환경과 실적, 그리고 학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주장의 핵심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외대 비전 수립’이다. 특히 장기적인 재정 운용 계획 등 명확한 설명 없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신이 크다.
63.2% - 2023년 대학재정알리미에서 분석한 한국외대의 등록금 의존율이다. 이는 동년 함께 분석한 연세대(35.4%), 고려대(48.5%), 성균관대(46.7%), 이화여자대(47.6%), 한양대(54.8%) 등 타 대학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재정 운영은 지속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나 회장은 ‘외대는 타 대학에 비해 등록금 회계에 심히 의존하는 대학’이라며 ‘이외에도 법인이 학교 운영을 위해 부담하는 법인전입금 역시 법률이 정한 기준의 46.7%(2022년도 기준)로, 절반에 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연구소에서 진행한 2021 한국외대 재정보고조사에 따르면, 법인전입금은 전체 수입 중 0.9%에 불과했다. 이는 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만 의존해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송도캠퍼스 부지의 세금 문제로 지속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상황 역시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나 회장은 외대 재정 구조에 대해 ‘외대의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고, 법인 전입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육부 등 국가기관이 사립대학이 처한 현실에 맞는 재정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외대 법인이 느껴야 할 책무성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진 기자 (dldmswls02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