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 7304 강의실에서 ‘청소노동자 건강권 연구 기반 증언대회’(이하 증언대회)가 개최됐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증언대회는 1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팀의 에코주간 전후 노동강도 비교 발표, 2부 청소노동자와의 토크쇼로 이루어졌다.

성공회대학교의 에코집중휴무(이하 에코휴무)는 2023년 하계 방학부터 시행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코’라는 명목으로 시행되지만, 실제로는 재정 부족과 맞물린 비용 절감 정책이란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교 측이 공개한 내부 문건에도 에코휴무가 운영비 절감 정책의 일환임이 명시되어 있다.
하계와 동계 방학에 시행되는 에코휴무는 2주간 학교 운영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시설 사용이 제한된다. 휴무 중에도 여전히 기숙사는 운영되지만, 중앙도서관과 같은 학생 복지 및 휴게공간의 중단은 학생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특히 휴무 기간의 청소 공백으로 생기는 곰팡이와 쓰레기 문제는 시행 초부터 꾸준히 지적됐다.
‘에코’란 말이 지우고 있는 것

증언대회에서는 에코휴무가 청소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1부의 노동강도 비교 발표에서는 청소 공백으로 생기는 문제가 비단 학생들의 불편만이 아닌,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 상승으로도 이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조사는 지난 하계 에코휴무 이후 2주간 진행되었으며 성공회대 청소노동자 18명 중 15명이 참여했다. 기준으로는 주관적 운동 강도를 6점-20점 사이로 나타내는 보그 척도(Borg scale)가 사용됐다.

평소 성공회대 청소노동자의 평균 노동강도는 12.3점으로, 빠르게 걷는 수준의 힘듦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에코휴무 직후 2주간의 노동강도는 평균 15.7점으로, 100m 달리기 수준의 힘듦으로 상승했다. 직무요구도를 봤을 때도 “이전보다 일이 많아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일하게 됨”과 “이전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80%, 86.7%였으며, “이전보다 업무량이 현저히 증가하였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00%에 달했다.
이에 대한 기타 응답을 종합하면 방학 중엔 기숙사 청소와 바닥 왁스 작업과 같이 학기 중에 할 수 없는 대청소 작업을 주로 하게 되지만, 에코휴무로 인해 시간은 부족해지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업무량은 오히려 늘어나 노동 강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소 노동 강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개월간 몸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86.7%가 “있다”라고 답했으며, 같은 기간 요통 근육통 등 건강상 문제를 겪은 비율 또한 평균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산재 처리가 용이하지 않아 8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노동자 개인이 치료비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부 청소노동자와의 토크쇼에서는 1부에서 다룬 문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토크쇼에 참석한 청소노동자 채명숙 씨와 강순 씨는 에코휴무로 인한 바닥 왁스 작업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이들은 “방학 중 왁스 작업이 되어있어야 학기가 시작되어도 오염이 덜하고 생기더라도 제거하기 수월하다”며 “에코휴무로 인해 왁스 작업이 지연되거나 미시행될 경우 걸레질을 하더라도 오염을 제거하기 어려워 어깨에 무리가 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왁스 작업을 한 번에 몰아서 할 경우 왁스 냄새로 인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고도 밝혔다.
월당관 청소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강순 씨는 “월당관은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층을 이동하려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은 층마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기에, 강의실 한 곳을 청소하기 위해서 계속 기다리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전했다.
휴무 기간에 대해서는 “자식하고 남편이 출근하는데 혼자만 놀러 갈 수 없다”고 전했다. 또 "휴일이 생기더라도 월급에서 약 50만 원 정도가 감소하는데 어떻게 휴식을 하냐"며 "놀러 간다는 생각은 감히 못 한다”고 토로했다. 채명숙 씨 또한 2주 동안 단기 일자리를 급하게 구하기도 어렵다며 "에코휴무는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고 전했다. 에코휴무 시 청소노동자의 실수령 월급은 약 11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업체’란 말이 지울 수 없는 것
에코휴무 초기, 청소노동자들은 성공회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학교가 처한 재정적 고통을 분담하고자 했다. 그래서 기존 협약서상 에코휴무는 위반 사항이었지만 불이익을 감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다른 교직원들의 처우가 정상화되었음에도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모든 관련 문의에 ‘우린 용역업체를 쓰는 것일 뿐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는 학교의 소관이 아니다’라는 뜻을 전했다.
이번 취재 결과, 학교 측은 2024년 동계 에코휴무 중 청소노동자의 요청으로 추가 근무를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고용 형태는 밝히지 않았다. 향후 계획이나 입장 또한 용역업체의 소관이란 말의 되풀이였다. 그러나 ‘용역업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탕감할 수는 없다. 학교는 방학 중 에코휴무 외에도 ‘금요 휴무’라는 주 4일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른 교직원은 격주로 유급휴무가 보장되지만, 청소노동자는 예외다. 계약서상의 근무 시간 역시 일 8시간이 아닌 7.5시간으로 짧다. 그럼에도 복지 혜택은 물론, 명절 상여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7.6년이다. 단순히 계약서에 쓰여진 고용주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성공회대학교의 구성원이라는 사실까지 지워버릴 수는 없다.
취재= 주미림, 이선영 기자
글, 디자인= 주미림 기자
사진= 이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