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성공회대와 제40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학부제 개편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2026년 시행 예정인 이번 학부제 개편안은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목표로 한다. 자유전공학부는 기존의 ‘OO융합(자율)학부’가 해당 학부 내의 전공 하나를 필수로 선택해야 했던 것과 달리 모든 학부의 전공을 제약 없이 선택할 수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국제학부를 제외한 기존 6개 학부에서 각각 25%씩 입학 정원을 감축하여 신입생을 충당할 계획이다. 사회융합학부의 경우 현재 정원인 101명이 2026년부터 75명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간담회는 기획처장을 비롯한 학교 측의 기본적인 학부제 개편 계획 및 상황 설명 후 중운위와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학교 측은 먼저 자유전공학부 도입 이유로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설명했다. 24년도부터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전공자율선택제가 평가 기준으로 추가되어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이에 맞춘 학부제 개편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자유전공학부의 교원 충원 계획에 대한 질문과 ‘획일화되는 교육부의 기준만 따라가다 우리 학교만의 특색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등 학부제 개편이 이루어질 시에 발생할 문제점과 향후 시행 계획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학교 측은 중운위의 우려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교육부의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자유전공학부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자유전공학부 신설은 새로운 전공을 개설하는 것이 아니며, ‘1학년 과정에서 소속 단위를 하나 추가하는 것으로 기존 전공 이수 체계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부제 개편 과정에서 우려되는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외에도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관리에 대한 부분, 학교와 학우 간의 소통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간담회는 질의응답이 끝난 후 학교 측이 학부제 개편 과정에서 학우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을 이야기하며 마무리되었다.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성공회대
성공회대가 학제 개편 때마다 교육혁신과 함께 주요한 요인으로 제시한 것은 학교의 재정난 해결이었다. 학과제를 학부제로 개편한 2017년과 4개 학부에서 국제학부를 포함한 7개 학부로 확대한 2024년에도 시기별로 방안과 배경은 달랐지만 이유는 같았다. 이번 학부제 개편의 경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한 재정 지원이 그 배경에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부의 기존 지원사업이 개편되면서 2019년부터 시행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일반재정지원대학*을 대상으로 하며 성공회대는 올해 기관인증평가와 재정진단을 통과해 지원 요건을 충족했다.
*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기관인증평가를 통해 선정되며,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재정 지원은 크게 정량성과(포뮬러 배분)와 정성성과(인센티브 배분)로 나뉜다. 두 가지 방식 모두 각각의 평가 기준에 따라 지원하며 전체 사업 예산의 50%씩 차지한다. 정량성과는 대학의 기본역량 제고를 지원하며 미리 결정된 배분 공식에 따라 지원금을 배분한다. 공식에는 재학생 충원율과 교육비 환원율, 국가장학금 1유형 수혜 지수 등 대학의 기본적인 여건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포함된다.

그러나 정량성과는 재정진단을 2회 연속 통과한 대학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24년도 재정진단에서 탈락해 올해 신규 통과한 성공회대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정성성과에 한해 지원받을 수 있다. 정성성과는 정해진 공식에 의해 지원금이 배분되는 정량성과와 달리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사업을 선정한 후, 사업 성과에 따라 지원받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혁신사업 이행 여부를 평가해 대학을 각각 S, A, B, C 네 개 등급으로 구분하며 이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갑자기 등장한 전공자율선택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기존 목표는 대학의 자율성 및 특수성에 기반한 기본역량 강화였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은 기본 운영방향과 사업개요에서 각각 “대학이 스스로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의 비전, 목표 등에 부합하는 혁신과제를 선택·추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며 “대학이 건학이념과 특성, 강점 분야 등을 살려 발전할 수 있도록 대학의 기본역량 강화를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기본계획은 특정한 혁신사업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대학의 자율적인 사업 선택을 보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2024년부터 기본계획에서 정성성과 사업비 배분의 80%를 차지하는 혁신성과 부문에 전공선택권 확대와 이를 위한 교육과정 혁신을 명시했다. 또한 수도권 대학에 한해 전공자율선택제(자유전공학부) 도입에 대한 가산점을 추가했으며, 25년도 기본계획에서는 기존 10점이었던 가산점을 15점으로 확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남주 교무처장은 회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혁신사업 평가가 100점 만점으로 이루어질 때 대학마다 점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며 “15점의 가산점을 받는 학교와 받지 못하는 학교는 완전히 평가가 갈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학의 전공자율선택제 도입 여부에 따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한편 교육부는 ‘입학 시 전공이 결정되어 졸업까지 이어지는 기존 교육 구조’로는 다양한 학문에 기반한 융합역량을 함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공자율선택제 도입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남주 교무처장은 교육부가 도입하는 전공자율선택제가 취지나 방향에 있어서 현재 우리 대학의 교육 방식과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그것(전공자율선택제)을 너무 강하게 재정지원과 연계시키고 특정한 모델만을 인정하는 방식은 대학의 운영을 지나치게 경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복되는 학제 개편 속에서 앞으로의 성공회대는?
현재 계획대로 학부제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성공회대는 2024년 학제 개편 이후 2년 만에 새로운 학부를 신설하게 된다. 이전의 학제 개편이 6년 차이를 두고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이다. 이번 자유전공학부 신설 계획의 경우 개편된 교육부의 평가 기준으로 인해 다소 급하게 준비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학우와 교직원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 간의 논의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지난 학제 개편 과정에서는 학교가 이러한 논의 과정에 학우를 배제하면서 소통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없이 개편안을 사후 통보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학부제 개편의 경우 학교 측은 올해 상반기부터 학우들과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남주 교무처장은 공식적인 소통 창구만으로는 논의할 수 있는 주제나 시간상의 한계가 있다며 “학교와 학우 간의 일상적이고 상시적인 대화와 소통을 이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정문제가 얽힌 학제 개편에서 대학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특히 교육부가 재정 지원에 있어 요구사항을 명확히 한 만큼 학내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앞으로의 학제 개편 과정 또한 재정난 해결이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남아있다면 이전의 사례와 같이 개편 계획에 대한 반발이 생기더라도 학교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성공회대는 지난 3월 19일 교무위원회에서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위한 학칙 개정을 의결했다. 이후 5월 30일 대교협에 개편된 수시모집 요강을 제출 및 발표하게 되며, 같은 날 대학입학전형지원시스템에 공식적으로 정보 공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취재, 글, 사진 = 이혜성 기자
디자인 = 이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