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새로운 교황으로 미국 출신 로버트 프렌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이 선출됐다.
새로운 교황의 교황명은 ‘레오 14세’이다. 통상 교황명을 선택할 때 자신이 닮고 추구하고 싶은 성인의 이름을 선정하는데 ‘레오’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사자’를 뜻한다. 레오는 지금까지 역대 교황이 많이 선택한 이름 중 하나이다. 특히 이전 레오 13세가 사회 정책과 정의에 힘쓴 교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레오 14세 역시 ‘정의’를 중심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자 아메리카 대륙 출신 두 번째 교황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새 교황인 레오 14세는 1956년 시카고에서 테어났다. 그는 이후 1977년 아우구스티노 대학인
빌라노바 대학에서 수학을, 1982년 가톨릭신학연합에서 신학 석사를 취득한 후 같은 해에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 성직 수사로 서품됐다.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약 11년 간 페루에서 선교활동을 전개했으며 2001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장상직에 착좌했다. 전임 교황이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2014년 페루 치클라요 교구의 교구장과 수파르의 명의주교로 임명하며 같은 해 12월 주교로 임명된 적이 있다.
그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을 지내며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다.가톨릭 주교로서 그가 모범을 보인일화가 하나 있는데, 치클라요 교구장 시절 그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동안 치클라요 교구와 더불어 카이오 지역의 사제와 신자들도 담당하게 됐다. 그는 이 당시 카이오의 사제와 신자들을 보기 위해 약 700km을 이동하면서 직접 그들을 살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레보스트 주교를 교황청 주교성 장관으로 임명했으며, 같은 해 9월 부제급 추기경(추기경은 부제, 사제, 주교급 추기경으로 나뉘어 있다.)으로 임명하면서 그는 교황청에서 활동했다.
신임 교황인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첫 발언에서 “모든 이에게 평화”를 말하며 전 세계에 축복을 전하는 한편 전임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언급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용감한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 귀에 들린다”며 “제가 몇 주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했던 것과 똑같은 축복을 드려도 되겠냐”고 말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향성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10일 추기경단 대상 공식 첫 연설에서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발표한 권고 「복음의 기쁨」의 핵심 가치들인 그리스도의 주도성, 시노달리타스, 평신도의 감각, 민중 신심,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세상과의 용기 있는 대화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하느님의 자비로운 얼굴이 그리스도 안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연설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혁 노선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당대의 사회 문제에 응답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도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 존엄과 정의, 노동을 지키는 데 응답해야 한다”고도 언급하며 레오 13세의 신학적 정책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영국 BBC는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다”며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된 건 추기경들이 그런 평가에 동의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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