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위기의 대표자들

학생회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 그들은 학생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단위 모든 학우들을 대표하는 민주주의 구성체인 학회의 수장이 된다. 그들은 단위 대표자에 걸맞는 책임을 지니고 올바르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올해, 외대에서 몇몇 학생 대표자 중 일부는 대표자로 뽑힐 자격이 있는지 의심될 정도로 횡령, 회칙 위반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학생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를 주관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세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잘못하는 대표자와 학생회”를 만드는 명백한 원인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후보자 검증 안되는 선거

올해 외대 학생회 대표자 선거는 대부분 단선으로 치러지거나 무산됐다. 외대알리가 조사한 올해 11월 선거가 진행되었던 22개 단위 중 10개 단위는 선거가 무산되었고, 12개 단위는 단선으로 치러졌다. 유권자 학생들은 이제 후보를 고르는 투표용지보다는찬/반을 고르는 투표용지에 더 익숙해졌다. 단선 후보는 다른 후보와 경쟁할 필요도 없으니, 학생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단선 선거가 많은데도, 후보자 한 명에 대한 검증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적된다. 서양어대의 한 학생은 “선거홍보물이나 본인의 홍보 이외에는 후보자의 과에 대한 비전이나 능력 등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나 행사가 없어 직접 후보자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보자에 대한 평가나 검증이 힘들다는 것을 토로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검증할 만한 정보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외대알리가 11월 23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명 중 72퍼센트에 이르는 42명이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자 검증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선거기간 동안 학생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창구나 행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검증 기능의 부재에 더해 학생회 선거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아진 요즘의 상황이 겹쳐져 후보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투표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5명 중 70%를 차지하는 39명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투표했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단선 후보가 별다른 경쟁이나 검증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상 언급했던 이유들로 인해 후보자를 변별하는 선거의 메커니즘이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결국 학생회 대표자 선거에서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되는 관행이 만들어질까 염려되고, 자격이 충분치 않은 후보가 학생회장에 당선되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자가 선출되야 한다는 강박

강영환 영어대 학생회장(영어학부,14)은 신임 영어대 학생회장선거가 무산되어 고민이다. “비대위의 의결권 문제가 우선으로 걱 정된다. 또한 올해 임기가 끝나고 입대할 예정인데, 당장 후보자가 없으면 인수인계를 직접 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선거가 성사되고 직접 투표로 선출된 대표자가 나오는 것은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와 전학대회에서 안건에 투표를 할 수 없다. 단위 학생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회는 선거를 진행할 때 많은 수단을 동원해 선거를 홍보한다. 회칙에 근거해 투표시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선거가 성사되어야 한다는 바람이 강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 강박의 지점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작년 12월 있었던 아랍어과 대리 투표 사건이다. 아랍어과 학생 2명이 동기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리투표를 종용하는 글을 올리고, 대리투표 의사를 밝힌 2명과 한국에 없었던 교류회원 5명의 명의를 도용하여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었다.

“난 그래도 회장할 사람 누군가 나온 게 다행이라 생각하는 주의라”, “투표율이 어느 정도가 되야 하는데 사람들이 안 오니까” 대리투표 종용 글을 올린 아랍어과 학생은 대리투표 의사를 밝힌 학생에게 이렇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문제는 강박이었고, 그것은 무려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우는 선거의 4원칙 중 하나인 직접 선거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회칙이 뭐죠? 먹는 건가요?

그러게 말이다. 회칙이 뭘까. 학생회칙이란 학생회의 존재 목적과 근거가 기록된 학생자치의 DNA이자, 학생회의 가치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다. 그런데 최근 몇 학생회와 선관위가 학생회칙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대체 회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800여 만원의 학생회 공금을 개인적인 용도에 유용했다 탄핵된 박지호 전 상경대 학생회장은 지원국이 재정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상경대 학생회칙을 위반하고, 본인이 혼자서 자금을 모두 관리했다. 집행부 회의에서 수 차례 총무를 두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바뀌지 않았다. 학생회의 자금 관리를 독점한 상경대장 때문에, 상경대 집행부는 공금 유용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어서야 전 상경대장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회칙 위반으로 인해 결국 학생회 자금이 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이다. 상경대 학생들은 당연히 “횡령하는 단과대”라는 이미지를 만든 학생회에 분노했다. 학생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박 전 상대장의 유용 범위에는 상경대 학생들이 냈던 학생회비도 있었다.

학생회 대표자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의 선거세칙 위반 사례는 더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올해 프랑스어교육과 학생회장 보궐선거에서는 선관위가 선거세칙을 어기고 선거 후보자 등록기간을 임의로 늘려 물의를 빚었다. 그리고 프교과 선관위는 선거권이 있는 정회원 학생들만 기재해야 하는 선거인명부에 선거권이 없는 교류회원, 준회원들의 이름을 기재해 문제를 빚기도 했다. 선거인명부에 선거권이 없는 준회원, 타 학교에서 수학하는 교류회원들의 이름이 있다면 선거 성사에 필요한 투표율을 정확히 계산할 수가 없다. 이는 선거가 무산될 수도 있는 큰 문제이지만, 단위 선관위에서 2년 동안 4번이나 발생했다. 선거인명부에 정회원만이 기재될 수 있도록 선관위의 명확한 검증과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다. 번거롭다고 경시해서는 절대 안 되는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회칙 위반을 감시하고 고발할 수 있는 체계가 외대 학생사회 내에 뚜렷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나라 정부가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명백히 법을 어긴다면 사법부와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회의 회칙 위반은 집행부 경험이 있거나, 회칙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면 인지하기 힘들다. 회칙 준수 여부에 대한 범학생회적인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본적으로는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의 행정에 관심을 가지고, 회칙에도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학생들이 한눈 팔았을 때, 학생회가 딴짓을 하기 너무 쉬운 구조다.

 

>>지속되는 악순환

학생과 학생회의 괴리는 이미 심각해졌다. 선거는 대부분 무산되거나 단선으로 치러진다. 그런데 그나마 선출된 학생 대표자는 잘못도 저지른다. 무관심으로 학생회의 대표성은 점점 약화되지만, 역설적으로 학생회의 잘못들은 단위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형태로 단위 모든 학생들에게 되돌아온다. 결국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그것이 학생과 학생회의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든다. 손대기도 막막한, 지독한 악순환이다. 뻔하지만 유일한 대안은 유권자 학생들이 대표자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대표자들도 책임 있는 직무수행을 해야한다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학생회가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들여야 하는지 늘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 해결은 어렵다. 학생사회는 무기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고민이 멈추는 순간 학생사회의 심장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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