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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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가치청춘] 사람이 사는 연천, 그루터기 청년들

대한민국의 중심은 서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모여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서울 혹은 그에 준하는 대도시에서 일하지 않는 청년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청년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회초년생들은 서울에 가까운 직장을 잡으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회 초년생들과 달리 사람냄새가 나는 연천이 좋다는 청년협동조합 그루터기 김신애 이사장, 최선철 조합원을 만나봤다.

Q. 그루터기를 설립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자리를 만들려고 설립했어요. 사실 연천에는 청년들이 거의 없어요. 연천에 남아있는 청년들은 스스로를 패배자라는 인식해요. 이런 생각은 연천뿐만 아니라 작은 소규모 도시에서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에요. 다들 대도시로 나갈려고하죠. 이런 상황에도 연천에 남아있고 싶은 청년들도 있어요. 하지만 청년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해요. 그래서 우리가 연천에 남아있는 청년들을 위해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러면 연천에 남아있고 싶은데 대도시로 가는 청년들이 줄어들겠죠.

Q. 일자리를 만들려고 협동조합을 세웠다는 생각이 특이해요. 혹시 수많은 모델 중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설립 직전에 협동조합 모델을 알았어요. 우연히 협동조합 기초강의를 듣게 되면서 접했죠. 협동조합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생각하는 모델이에요.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와 저희가 실현시키고자 하는 가치가 알맞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협동조합 모델을 선택했죠.

Q. 연천에 청년이 많이 없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청년들을 모으셨나요?

사실 그루터기는 연천에 있는 사회적 기업 해피트리에서 근무하고 있던 청년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이에요. 지금 조합원 대부분은 해피트리에서 근무하던 청년들이에요. 아직은 작은 규모의 협동조합이죠. 이사진 4명 중 3명은 가족이고 1명은 친구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지내왔던 친구죠. 연천에서 대안학교도 같이 나왔고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도 같이 지낸 친구에요.

Q. 캐나다에서 공부하셨다고 하면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원래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신건가요?

아니요. 저는 원래 애들을 좋아해서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캐나다에서도 유아교육과를 전공했죠. 학교 다닐 때 힘들었어요.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벌어서 생활을 했었어요. 그래서 1년에 반년은 대학교를 다니고 나머지 반년은 돈을 벌어야 했죠.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요. 취직을 하고나서도 돈에 얽매이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Q. 해피트리는 돈에 얽매여있는 삶에 지쳐서 입사하게된 것인가요?

네. 한국에 두 달 정도 있었어요. 부모님이 해피트리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부모님 일을 도왔죠. 돈에 얽매이지 않은 일을 하니까 행복했어요. 캐나다에서 일을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사람 사는 느낌이 났었죠. 일을 도와주다보니 여기서 일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했어요. 그래서 바로 일을 정리하고 해피트리에 입사했어요.

Q. 해피트리를 나와서 그루터기를 만드셨잖아요. 그루터기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그루터기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에코꾸러미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어요. 그루터기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에코꾸러미 협동조합이 있기 때문이에요. 에코꾸러미 협동조합의 홍보 및 판매 활동을 그루터기에서 대행해 위탁수수료를 받아요. 요즘 경기가 나빠서 수익을 거두지 못해요. 그리고 지역 축제에도 참여해요. 작년에 연천에서 하는 구석기 축제와 농·특산물 축제에 참여했어요. 주변 군인아파트 장터에도 참여했습니다. 

Q. SNS를 보니 그루터기는 수익을 위한 활동도 하지만 청년에 대한 고민도 하는 것 같아요.

네. 저희는 청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요. 특히 일자리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민해요. 그루터기를 만든 이유도 일자리 고민에서 시작됐고요. 그래서 청년들을 모으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어요. 따복 네트워크에서 지원 받아서 연천청새를 만들었어요. 연천청새에서는 연천에 있는 청년들이 함께 고민하고 즐기는 장소 제공해요. 아직 두 번 밖에 모이지 못해 아쉽네요.

Q. 일자리 말고 다른 고민을 하신적은 있나요? 

청년에 대해 고민할 거리는 많아요. 앞서 말했듯이 연천에 있는 청년들은 자존감이 너무 낮아요. 그래서 위축되어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청년들을 만남의 자리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사회적인 흐름과 인프라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는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Q. 그루터기로 인해서 실제로 연천의 분위기가 바뀌었나요?

그루터기가 아직 연천 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아요. 사실 협동조합 관련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주축이라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몇몇 사람들은 그루터기를 이 부분을 보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요. 하지만 연천 내 많은 사람들이 청년들이 있으니까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세요. 연천 내 조금이나마 생기를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죠.(웃음)

Q. 앞으로 더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마을축제를 열고 싶어요. 가평 협동조합이 한 번 면, 리 단위의 마을축제를 기획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어르신들끼리 모여서 친목을 다지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 예비 사회적 기업에 지원을 했어요. 예비 사회적 기업에 선정되면 인건비 지원을 받아요. 지원을 받으면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더 만들어 주고 싶네요.(웃음)

Q. 앞으로 어떤 협동조합이 되고 싶으신가요?

많이 알려진 협동조합 중에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있어요. 한국에 몬드라곤에 대한 책까지 출간되어있을 정도죠. 스페인으로 협동조합 연수를 간적이 있어요. 몬드라곤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몬드라곤에 속해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도 가지고 있어요. 그루터기가 몬드라곤 협동조합 사례를 보면서 배울점이 많죠. 저희는 연천 내 청년 단체와 협력하면서 자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작년에는 처음 시작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이제 부딪히면서 좀 더 알게 됐어요. 올해는 제대로 성과를 내고 싶어요. 조합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더 많은 일을 시켜보고 싶어요. 그리고 정책적으로도 소규모 도시의 청년들이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1년은 희망찬 1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루터기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다. 기자는 팍팍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모여서 그루터기라는 인간적인 단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서 그루터기는 아직 인간미가 상실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협동조합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 ‘같이가치청춘’은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협동조합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이 콘텐츠는 <같이가치 with kakao>,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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