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집에 살 권리가 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은 2015년 창립총회에서 모두들 주거권을 선언했다. 모든 사람은 살 만한 집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협동조합은 열심히 노력해도 내 몸 하나 편히 뉘일 공간을 찾기 어려운 사회구조를 문제의식으로 삼아 시작됐다. ‘내 집’ 마련이 어렵다면 ‘우리의 집’을 함께 만들고 살아가자는 생각이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의 현병택 이사장
모여라 두더지들, 오늘날 우리의 모습
모두들 협동조합이 만든 청년주거공동체 ‘두더지 하우스’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에 위치한다. 모두들 협동조합의 현병택 이사장은 만나자마자 귀여운 두더지 캐릭터가 그려진 팸플릿 하나를 건넸다. 모두들 협동조합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담겨있었다.
“모두들은 ‘모여라 두더지들’의 줄임말인데요, 두더지는 청년들의 모습이에요. 청년들이 자신이 마주한 어려움을 자기만의 어두운 굴에서 혼자 해결하려는 모습이 두더지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했고, 청년들의 문제를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여서 함께 해결해 보자는 생각으로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적은 최저임금, 어려운 취업, 학자금 대출 등 청년들이 마주한 문제가 많지만 모두들은 그중에서도 청년 주거 문제에 집중했다. 청년들이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의 보증금, 매달 내기 부담스러운 월세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에서 오는 불안감과 청년들이 혼자 지내면서 겪는 정서적인 어려움도 해결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모두들이 생각한 방법은 집세 부담을 줄이고 삶을 나누고 보듬을 수 있는 형태의 ‘공동주택’을 만드는 일이었다.
▲모두들이 운영하는 ‘두더지 하우스’.
‘두더지 하우스’는 생활공간이자 사무공간이고 조합원 간의 모임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돈이 없어 학교에서 살아요’
2009년 성공회대에 ‘노숙모임 꿈꾸는 슬리퍼’ 활동이 있었다. 이 모임을 시작했던 이들은 학교 내 텐트를 설치해 생활하며 ‘돈이 없어 학교에서 살아요’라는 캠페인을 통해 청년 주거 문제를 알렸다. 이후 모임에 있던 3명의 청년이 주축이 되어 자신들이 공유한 집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모두들 협동조합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더지 반찬 모임’을 통해 같이 요리를 하며 끼니를 챙겨 먹는 일로 시작했다. 청년들이 혼자 지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는 이유로 밥을 거르기보다 모임을 통해 제대로 된 밥을 먹고 함께 식사를 챙기며 공동체로서의 활동을 하자는 의미도 있었다.
다른 모임활동을 진행하다 2013년 공동주택 ‘두더지 하우스’가 처음으로 생겨났고 현재 모두들은 총 4채의 ‘두더지 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모두들에 속한 공급자 조합원은 ‘두더지 하우스’의 보증금을 마련해주거나 건물을 빌려주고 소비자 조합원은 보증금 없이 월세를 내고 ‘두더지 하우스’에 거주한다. 공급자 조합원은 보증금이나 건물을 마련해주고 시중 은행의 금리보다 높은 금액의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공급자 조합원들은 이자를 받지 않거나 모두들의 활동에 쓰라고 기부를 하기도 한다. 모두들에는 공급자 조합원과 소비자 조합원 외에 모두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후원자 조합원도 있다.
▲두더지 반찬모임을 하는 모습. 같이 반찬을 만들고 함께 식사를 준비해 먹는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
소통하고 삶을 공유하는 두더지 하우스 ‘공동체’
모두들은 거주할 ‘공간’뿐 아니라 함께 거주하며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 문화도 만든다. 현 이사장은 그런 의미에서 ‘두더지 하우스’에 거주하는 조합원들끼리 관계를 맺고 서로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몇십 년을 각자 다른 배경을 두고 살아온 이들이 거실 하나를 두고 서로의 방 문턱을 낮추는 일이 쉬울까. ‘두더지 하우스’에 지내면서 함께 지내는 일을 힘들어 한 사람은 없었냐는 기자의 물음에 현 이사장은 당연히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저희가 추구하는 공동 주택의 생활 방식을 부담스러워 하시기도 했어요. 사실 저희는 냉장고를 쓸 때도 내 것 네 것을 구분하기보다는 같이 나누고 이러는 걸 지향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내 칸 정해두고 쓰는 것을 원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두더지 하우스’에 들어오셨다가 그러한 차이 때문에 나가게 된 분도 있었죠.”
공동체 안에서 살기에 느끼는 재미들
‘같이’ 어울려 사는 건 힘이 드는 일이다. 생활공간을 공유하면서 살기 위해선 저마다 다른 생활 방식을 맞추고 배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들은 생각을 많이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참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재미있는 일들도 생긴다.
현 이사장을 만나러 가기 전 모두들에 관련한 다른 기사를 읽다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발견했다. 달걀 사는 데에 두 시간을 넘게 토론한 일이었다. 현 이사장을 만나 그 에피소드를 물으니 생각이 난 듯 웃으며 답했다.
“채식하는 구성원이 있어서 공금으로 고기나 생선을 사지 말자는 규칙을 정한 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달걀을 사는 문제 때문에 어떤 달걀을 살 것인지 등을 논의하다가 시간이 길어진 적도 있죠. 그리고 ‘두더지 하우스’는 여성만 쓰는 집도 있고 남성만 쓰는 집도 있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쓰는 집도 있는데 여성과 남성이 함께 쓰는 집에서는 화장실 사용 문제로 한참을 이야기하고 맞춰 나가기도 했어요.”
‘두더지 하우스’에서는 차이를 좁히기 위해 구성원 간에 크고 작은 논쟁이 끊이지 않아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는 분명 모두들이 지향하는 삶에 중요한 일이다. 모두들의 조합원들은 단순히 집세를 저렴하게 내고 살 공간을 마련하자는 목적으로만 모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복닥복닥 살아가는 것은 모두들이 지향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함이다.
▲두더지 영화제.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초대해 영화제 개막 공연을 열고
토크쇼를 진행하며 이야기를 감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
‘부천청년주택’의 운영기관이 되다
2017년은 모두들에게 한층 더 바쁜 한 해가 될 예정이다. ‘부천청년주택’의 운영기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천청년주택’은 국토부와 LH가 공급하는 사회적 주택으로 대학생,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 재취업 준비생이 자격요건이다. 모두들은 2016년 9월 지원을 해 청년주택 운영기관으로 발탁이 됐는데 현 이사장은 지원 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사실 아예 지원하지 않아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청년주택이 오피스텔의 원룸 형태로 공간이 나뉘어 있는 환경이잖아요. 같이 살면서 방문을 여는 것도 힘든데 거주자들이 굳게 닫힌 철문을 넘고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집값도 비쌌고요. 둘이 지내면 보증금 300에 월세 17이고 혼자 지내면 보증금 600에 월세 34인데 다른 데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월세도 그렇고 보증금 몇백은 청년들에게 마련하기에 부담스러운 금액이잖아요.”
이러한 고민요소가 있었지만, 모두들은 운영기관을 해보기로 했다. 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추는 방법도 구해보고, 굳게 닫힌 철문을 넘어서도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법도 마련해보자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청년주택의 거주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들
모두들은 ‘부천청년주택’ 44호를 맡게 되어 2인 1실 기준으로 88명의 입주자와 소통할 예정이다. 모두들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한 달 정도 입주자 지원을 받았고, 12월 중순에는 입주설명회를 통해 청년주택의 특징, 운영 방식, 비용 문제 등에 관해 설명하고 예비 입주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입주자 간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일을 시작했다. 현재 모두들은 계속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고, 현 이사장은 입주자들과 함께 논의하여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짜고 3월부터 좀 더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44호를 운영하며 거주자 간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은 ‘두더지 하우스’를 운영하는 일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기자의 물음에 현 이사장은 어렵겠지만 청년주택을 잘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저희 말고도 다른 단체도 청년주택을 같이 운영하는데 청년주택에 있는 호마다 2명씩 입주를 하면 300명이 넘는 거주자들이 들어오게 돼요. 300명이 넘는 숫자면 주변 상권이 바뀔 수 있고,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부천시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고, 저희도 지역 문화를 변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해보고 싶죠.”
청년들에게 다양한 주거 형태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
모두들은 ‘부천청년주택’ 운영기관으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집을 선택할 수 있는 요소를 넓혀보자는 생각도 했다. 지금까지 모두들이 운영한 ‘두더지 하우스’는 공동주택의 형태이다. ‘두더지 하우스’는 생활공간을 공유하면서 같이 사는 것에 열린 사람들이 선택한 곳이지만 ‘부천청년주택’은 다르다. ‘부천청년주택’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커뮤니티를 통해 주변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될 수 있는 곳이다. 현 이사장은 두 집의 성격을 조금 다르게 보고 ‘부천청년주택’을 찾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은 앞으로도 청년들이 단순히 저렴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닌 삶을 같이 만들고 응원해 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7년도 모두들은 이 시대의 더 많은 두더지들이 자신의 굴 밖으로 나와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이 운영하는 ‘부천청년주택’의 입주자를 2월 28일까지 모집합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모두들의 공식 블로그 주소를 첨부합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 http://modoodeul.blog.me/
* ‘같이가치청춘’은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협동조합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이 콘텐츠는 <같이가치 with kakao>,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