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학년 졸업예정자의 눈물]
졸업까지 일 년이 남았다. 죽지 않고 사망년을 버텼지만 취직이라는 짐은 나를 짓누르고, 내 화려한 대학 생활이 남긴 성적표는 내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고 있다. 토익, 대외활동은 고사하고 학점이 3.5는 넘어야 회사에 서류라도 들이밀 수 있다는데, 내 학점을 보니 마음이 심란하다. ‘그래도 공부를 그렇게 안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싶다가도 희미하게 떠오르는 내 화려한 과거들. 딸기 딸ㄱ... 이게 아니지. 중간중간 농부가 되어 버렸던 나 자신이 미워진다. 전공과목에서도 C뿌리기의 향연이라니. 쌍권총을 잡지 않은 게 어디인가 싶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취업이고 뭐고 딱 망하기 좋아 보이다. 그래서 ‘교수님 살려주세요’ 라고 재수강 찬스를 외치려는 찰나에 들려오는 그 과목의 폐강 소식. 왓더퍽 내 재수강은? 학점은? 심지어 전공과목인데? 내년에 강의가 열릴 수 있으니 기다리란다. 하하하 5학년 때 ‘열어줄 수도 있으니’ 기다리라니, 욕이라도 한바탕 하고 싶은데 누굴 욕할지도 모르겠는 황당함이란.... 부모님, 불효자는 웁니다. 학자금대출 늘어나는 소리가 들려요....
[난 학점이 고장난 8톤 트럭 이건 슬픈 자기소개서, 친구들아 sing it together.....]
D를 받아 재수강해야 하는 과목이 폐강되어 학점 테러를 받은 기자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일기였다. 끔찍해요 엉엉. 지난 12월 26일 총학과 교무처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학교는 우리에게 일방적인 강의 폐지를 통보했다. 수강신청 전에만 알려주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안내가 늦었다는 말과 함께. 폐지되는 강의의 재수강은 추후에 ‘학과에 문의하면’, ‘열릴 수도’ 있다는 말로 실질적인 대안이 없음을 보여줬고, 총학생회에서 폐지되는 과목 목록을 요구하자 뒤늦게 준 목록에는 전공은 온데간데없이 교양과목만 있었다. 심지어 학교는 홈페이지에 이런 사실을 전혀 공지하지 않아 학생들은 총학생회 페이스북 통해서 종강 후에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아 SNS를 하지 않는 학생이 시무룩해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게다가 어떤 전공과목이 사라졌는지는 학생이 알아서 찾아보라는 말인가. 수강편람도 1월 31일에나 올리고 그마저도 2월 8일에 수정했으면서 여태 별다른 공지가 없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불친절한 학교가 아닐 수 없다. 일해라 세종대!
[꼭 그래야만 했냐!]
수업과 측은 전임교원 확충 지표를 위해 강의 축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임교원이란 교육 기관에서 교수 활동과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교원으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대학평가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학교 측은 비전임교원(시간제 강사) 강의 축소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여 전임교원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적립금이 900억 원 이상 있으면서 대체 얼마나 더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궁극적인 목표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에서 좋은 등급을 받는 것이란다. 전임교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비전임교원을 해고하겠다는 것은 놀랍게도 마치 좋은 등수를 받겠다고 나보다 잘하는 친구를 암살하겠다는 것과 같은 수준의 발상이다. 아이 무서워.
강의축소는 11월 말부터 학교 안에서 진행됐으나 총학생회의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들에게 밝혀진 것은 1월 4일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폐지되는 전공강의 목록을 주지 않아 총학생회가 직접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학과별로 폐지된 과목을 조사해야 했으며, 호텔관광대학, 생명과학대학,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전자정보공학대학은 취합이 덜 되어 아직도 뭐가 사라지는지 알지 못한다. 학교는 학생들과 추가 면담자리를 갖겠다고 하였으나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수강 신청도 끝난 지금까지도 어떤 과목이 폐강됐는지에 대한 목록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수업과 측에 문의하자 수강편람에 ‘폐지’라고 쓰여 있는 과목을 확인하면 된다 했지만 일부 과목만이 확인됐을 뿐, 폐지된 모든 과목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기 시꺼먼 것이 나의 미래인가 너의 미래인가 아니면 우리의 그것인가.]
이렇게 강의 축소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머릿속을 제일 먼저 강타한 것은 작살난 과목의 학점들일 것이다. 그 과목이 폐지되면 재수강을 못 하고, 그럼 우리 학점은.... 암담하다.
수업과 측은 재수강 과목 폐지에 대해 추후에 과목이 다시 개설될 수 있고, 동일 과목 지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인 것이지 확실한 것은 아니며, 개설된다고 해도 졸업예정자들은 그 과목을 들을 수 없다. 아 물론 대학을 5년 다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또한 대체과목 지정조차 되지 않은 과목이 많다. 이 나쁜 학교, 드랍도 못하게 하면서 너무하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폐지되는 과목에 한해서라도 학점 포기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재수강할 과목이 무려 2개나 폐지되어 암담한 우리 학교 학생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이제 3학년이 되는 인터뷰이는 1학년 때 들은 생활속의 심리학(자유교양)과 인도의 정치 경제와 사회(중핵필수선택) 수업이 폐지되었다. 심지어 두 과목 모두 대체과목조차 열리지 않는 상황이라 큰일 났단다. 게다가 해당 수업이 폐강되는 것조차 학교를 통해서가 아닌 총학 페이스북을 이용해 알게 되었다. 당황스러워서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학교는 과목이 폐지될 때 미리 3학기 전에 예고하거나 해당 과목 학점포기를 가능하게 해준다는데, 우리 학교는 너무 학생 배려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인터뷰이는 당장 대체과목조차 만들어주지 않았으면서 내년에 다시 개설될 수도 있다는 학교의 말은 당연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학교의 일처리에 대해 비판하며 좀 더 학생들을 위한 행정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일 똑바로 해라 세종대! 학생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처럼 다른 학교의 경우 1. 대체과목을 만들어주거나 2. 미리 해당 과목이 폐지될 것임을 예고하거나 3. 학점포기를 허용해주는 등의 제도를 사용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세종대, 보고있나? 이게 행정이다.
[대학평가, 너 뭐니?]
대체 대학평가가 뭐길래 죄 없는 비전임교원들 떠나보내고 학생들 성적 테러 하면서까지 높은 등급을 받고 싶어 하는 걸까? 혹시 우리 학생들 학사경고 받듯 낮은 점수 받으면 누군가에게 혼나기라도 하는 것일까?
정확히 대학구조개혁평가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교육부가 2015년부터 시행한 평가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대학을 총점에 따른 비율과 대학 간 점수 차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E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때, 대학들은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원을 감축해야 해야 한다. 학교는 신입생이 많이 들어와야 돈이 쌓인다. 따라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맞게 될 인원 감축이라는 교육부의 맴매가 심쿵할 수밖에.
대학평가 등급의 부여 기준은 다음과 같다.
당연히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 학교에게만 안 좋은 일은 아니다. D, E 등급을 받은 학교는 재학생들의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제한된다. 반면 높은 등급을 받으면 학생들이 보조금이나 국가장학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신규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당장 내가 저 수업 학점이 영원히 D로 남게 생겼고, 내 학점은 복구 불능 상태인데 학교의 신규사업이 알게 뭐람. 우린 학점이 낮으면 취업이 안 된단 말이다.
교육여건의 전임교원 확보율을 늘리기 위해 전임교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비전임교원을 해고하다니. 그에 따라 강의가 사라져 피해를 보는 것은 온전히 학생인데 학교가 평가 지표에 있는 교육수요자 만족도는 미처 못 본 모양이다. 이런 댕청이들!
학교는 강의축소가 좋은 의도로 한 일이라 말하지만, 학생과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한 행정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입학했던 기자는 입학 전 면접 자리에서부터 교수님들께 세종대가 대학평가 A등급을 받았음을 들어왔다. 입학식에서의 강연에서는 물론, 입학 후에도 오래도록 학교 내에 플랜카드가 매달려 있었고 학교 홈페이지에는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팝업창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우리 세종대, 이제는 교육부한테 칭찬받은 것을 자랑하기보다 학생들에게 이쁨 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허울뿐인 A등급이 아닌,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똑똑한 학교가 되어야겠다. 잘하자 세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