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 바라보는 대학 민주주의
우리는 과연 언제쯤 학교를 믿을 수 있을까?
이 기사는 신입생이 바라보는 대학내 민주주의① 에서 이어집니다.
학생 의견이 묵살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이 대학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자체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등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 보장을 명시하고 있지만,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현재 대부분 대학의 학칙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법 제46조는 학생의 학교 운영 관여를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 안에서도 모순되는 조항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 규정 제2조는 총 위원 9명중 3명을 학부생 2명, 대학원생 1명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등록금 인상이 감점 요인이 되며 등록금 동결이 일반화된 지금, 큰 실효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우리 학교 대학평의원회는 학부생 1명, 대학원생 1명의 참여를 규정하고 있지만, 최소 11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2명만으로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없다.
학내 민주주의는 학생 사회의 중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에 관련해 문제가 되는 법 조항을 개정하고, 나아가 대학생인권법 혹은 대학인권법을 제정하여 학생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3월 23일 ‘학내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여한 이혜연 건국대학교 전 정치대학 학생회장은 고등교육법 제46조에 대해 “학생을 학교의 정책에 일관적으로 따라야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것. 학생이 학교 구성원으로서 각종 현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만한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대법원은 ‘2012두 19496, 19502 병합’을 통해 “사립학교법 상 개방이사제도는 그 취지가 교직원과 학생 등의 학교운영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학생이 학내 현안에 대해 다툴 자격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판례도 있는 만큼, 진정한 학내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해 해당 조항에 대한 올바른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주최 ‘학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정책 간담회’ 진행 모습 ⓒ박재연 기자
같은 간담회에 참석한 이승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이 설치되어도 학생 위원 배석 수가 적어 실효성이 없다. 게다가 이들 위원회가 운영되어도 등록금심의위원회는 등록금 심의만 가능해 사실상 1, 2월에 종료되며 대학평의원회는 자문·심의기구일 뿐이어서 학교가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말하며 “학생 사회가 자생적인 힘을 기르고 학교 정책에 관여, 감시할 수 있을 여건 마련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이 학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협의회를 상시 설치하고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재단과 이사회가 권한의 비대함에 비해 본래의 교육적 책무를 다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하며, “권한을 축소시키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의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모 청년참여연대 대학분과장도 이에 동의하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위원의 비중이 법적 최소치인 30%인 학교가 대부분이다. 과반의 동의로 의결되는 상황에서 30%의 비율은 너무 작다.”며 “학생들이 의결기구 참여에 대한 법적 보장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관련 법령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미였다.
박주민 국회의원 측은 약 2시간동안 진행됐던 간담회를 끝내며 학생들이 온전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대학인권법 입법을 약속했다. 해당 법을 제정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각 대학 학칙을 심사, 인권 침해적 요소에 대해 개정을 권고해 학생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을 없애겠다는 다짐이었다. 또한 간담회 참여 패널의 주장대로 고등교육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야, 그러니 이제 귀를 열어줄래?
지난 설명회에서 우리 학교는 민주주의를 4대 가치중 하나로 포함에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그 자체는 좋은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수업을 통해 가르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국정을 장악하고 박근혜 정부의 비리가 가능했던 것이 국민이 민주주의를 배우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학교의 모습을 적어 붙였다. 대부분 민주적이고 소통이 있는 학교를 원하고 있었다. ⓒ32대 총학생회 바다 페이스북
우리 학교는 학사 구조 개편을 진행중이다. 이전의 학점포기제도 폐지와 분할수업제도 도입 때처럼 학교는 일방적인 통보만 반복하고 있다. 학교에서 개최한 설명회는 형식일 뿐이었다. 학생들은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제도에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학교가 보여준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태도에 대한 항의한 것이다.
그러니 학교가 민주주의를 가르칠 의향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민주주의를 배우는 최고의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라고. 학생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몇 학점짜리 수업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이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