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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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가 알리줌] 레인 눈에서 비가 내린 이유는?

[알리가 알리줌] 레인 눈에서 비가 내린 이유는?

성공회대학교 퀴어 모임 Ra:in(이하 ‘레인’)은 올해 3월 신규 동아리 승격 서류를 제출했다.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되었지만 레인은 아직 동아리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어떻게 진행되었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회대알리에서 짚어봤다.
* 보다 심층적인 문제점은 후속 기사에서 다루겠습니다
.

 

 레인 측이 붙인, 학내 동아리 "일도"를 규탄하는 대자보. 일도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이유로 레인의 신규동아리 승인에 기권하였다. Ⓒ 이슬기 기자

[#0] 3~4월 - 동아리 인준 신청 과정
레인 측은 인터뷰에서 3월에 처음으로 동아리 인준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선명 동아리연합회장에 따르면 레인이 정식으로 동아리 인준 신청을 제출한 것은 4월, 동아리 인준 신청 기간이다. 황선명 동연회장은 “3월에 레인 측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미팅을 한 것은 아니다. 또 3월 당시에는 동연 회장이 아니라 후보였기 때문에, 동연회장으로서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니라 일반 학우의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레인 측은 “동연 회장을 통해 동아리 대표자들의 논의도 전달 받았다. 동아리 연합회 전체적으로 충분히 논의했다고 생각했다”며 “굉장히 논의가 잘 진행됐다고 느꼈고 신규 동아리 정도는 쉽게 패스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이다.
성공회대 동아리연합회 회칙은 “등록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정 하에 “신규등록원서, 창립취지문 동아리 회칙 1부, 희망분과 사유서 1부. 1년 사업계획서, 정회원 10인 이상의 서명된 발기인 회원 명부, 정 동아리 대표 2/3이상의 추천명부 (희망분과 동아리대표 2/3이상 포함)”라는 구비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제출 서류는 회칙상 생략하거나 변형하는 등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는 필수서류다. 그러나 레인이 제출한 서류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회원명부의 경우 ‘아웃팅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회원 수만을 기입한 명부를 제출했고,1년 사업계획서는 “레인은 한 학기 단위로 활동계획을 세운다”는 이유로 한 학기 사업계획만을 제출했다.

회원명부의 경우 다른 학교의 퀴어 동아리도 제출을 생략하거나, 합의된 방법에 따라 제출 후 바로 파쇄하거나, 지지자 명부로 제출한 사례가 있다. 다만 레인이 이런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다. 1년 사업계획서는 회칙 위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예산계획을 겸하고 있으나 예산에 대한 산출 근거가 전무했다.

                                          레인 측이 제출한 회원단체명단

                                            레인 제출 사업계획서 Ⓒ Ra:in

                                                     탈 제출 사업계획서 Ⓒ 탈

 

[#1] 5월 10일 – 양측이 미흡했던 전동대회

퀴어 동아리의 정식 동아리 인준은 퀴어 모임의 특수성과 인준이 가지는 상징성을 배려하면서도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의장단 및 학생사회와 해당 동아리 양측의 열린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레인 동아리 인준 신청’ 과정은 특수성, 상징성, 정당성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다.

동연이 레인의 동아리 인준 안건 상정 전에 미흡한 서류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고, 절차적 문제에 대해 사전 합의를 도출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면 현재와 같은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황선명 동연 회장은 “미비한 서류를 반려하거나 보충을 요구하는 등의 규정이 회칙에 없다. 동아리연합회장단에서 자체적으로 반려나 보충을 요구하면 ‘회칙에 없는 행위’라는 이유로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레인이 제출한 서류를 그대로 전동대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물론 모임의 특수성 때문에 1년 계획을 제출하지 못할 수도, 세부적인 사항을 일일이 기재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특수성을 다른 동아리가 인정하고 합의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동연의 역할 부재가 뼈아픈 부분이다.

첫 번째 동아리 승격 여부에 대한 안건 심의는 5월 10일에 진행되었다. 이날 논의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레인은 신규 동아리 승격을 신청하며 ‘퀴어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논의는 물리적 공간 개념(동아리방)에 한정된 채로 진행되었다. ‘퀴어 공간’이 퀴어가 구성원으로서 가시화되는 공동체 개념이 아닌 물리적 공간으로 이해된 것은 동아리 대표자들이 퀴어의 소수자성과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 컸다.

퀴어 공간은 물리적 공간만을 일컫는 개념이 아니다. 퀴어 공동체는 물론 포비아적 시선을 벗어나 정서적 안정을 얻고, 서로 연대, 공감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공유하는 부분도 퀴어 공간의 개념이다. 공식적인 논의, 의사 결정체에 퀴어를 대변하는 집단이 정식으로 편입되어 목소리를 내는 것도 공적 영역 안에 존재하는 퀴어 공간이다.

‘퀴어 공간’에 대한 개념은 동아리 대표자들이 ‘퀴어 모임의 정식 동아리 승격’이라는 안건을 다루기 위해 사전에 숙지했어야했다. 하지만 대표자들은 이를 숙지하지 않은 채 논의를 진행했다. 각 동아리 구성원의 의결권을 대의하여 모인 대표자들이 안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했다는 얘기다. 황선명 동연회장은 성숙하게 논의를 진행할 책임이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역량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 5월 23일 – 재의결 상정, 온라인 서명, 감정 싸움 시작

5월 23일, 레인 페이스북 계정에는 <성공회대학교 퀴어 모임 레인 학내 정식 동아리 등록 촉구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레인은 서명과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저희는 춤추고 노래하고 사진 찍고 공을 튀기는 모임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서술을 했고, 이 문장은 해당 동아리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몇몇 동아리는 이를 자신들의 철학과 존재 의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황선명 동연 회장은 전동대회 단체 카톡방에서 전동대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레인 신규 동아리 승인 의결 안건 재상정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오후에는 경향신문을 통해 레인의 동아리 등록이 기각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해당 기사의 파장은 컸다. 투표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열린 자세로 재상정을 검토하고 있음에도 성공회대 동아리연합회가 소수자혐오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명백한 소수자 혐오발언도 튀어나왔다. 모 동아리 대표는 “동성애자 모임은 그냥 음지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님 논의할 거 없어요. 저 동성애 싫어합니다”, “근데 웃긴데 동성애 반대하면 문제가 되는 건가요? 어떤 의도든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표현의 자유 외치는 분들이 자기랑 의견 다르면 문제 삼기나 하고 이런 건 참 불편합니다”, “(레인 자의적으로 기사를 냈는데) 이런데도 저분들 인권 챙겨주고 싶으세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레인 동아리 인준 안건 재상정 여부를 묻는 투표는 찬성 14표를 기록하며 해당 안건을 재상정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성명서를 발표한 레인 운영위원회, 경향신문의 기사를 보고 갑작스럽게 공격받았다 생각하는 일부 동아리 구성원들, 모 동아리 대표의 소수 성적 지향 혐오발언. 서로의 감정은 격앙되어갔다. 레인의 동아리 승격은 본질을 떠나 감정 싸움으로 변질되어 갔다. 소수 성적 지향 혐오발언을 한 동아리 대표는 징계에 회부되었다. 동아리연합회 회의록에는 자세한 논의 사항이 공개되어있지 않지만, 대상자가 속한 동아리의 전동대회 의결권이 정지되었다. 또한 반성폭력 회칙을 참고하여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되었다. 그 외 조치는 공개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3] 5월 31일, 6월 7일 – 부결, 반전, 다시 부결

23일 회의 결과에 따라 신규 동아리 승인 안건이 상정되었다. 레인의 발제 후 표결했으며, 찬성 9표, 반대 2표, 기권 4표로 전체 동아리의 2/3 이상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되었다.

표결 이후, 당일 의결과정에서 의장의 회칙 미숙지로 인한 위반사항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당시 표결에 참여한 동아리에는 준동아리가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준동아리가 표결에 참여하려면 사전에 투표권 부여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했지만 그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의결은 무효가 되었다.

레인의 신규 동아리 승격 안건이 다시 상정되었고 재차 표결이 이루어 졌다. 투표는 기명인 동시에 사유도 함께 적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2표, 기권 5표. 2/3 이상의 찬성이 아니었다. 결국 레인 신규 동아리 승인 안건은 최종 부결되었다.

찬성 (9)

애오라지, ELPIS, 꾼, M.R.Crew, 탈, 아침햇살, BIS, 동아리연합회 회장, 동아리연합회 부회장

반대 (2)

NUTEE, JOY

기권 (5)

CCC, COL, CSI, Flow, 일도

      기명 투표 결과

레인은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와 기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당 표결에는 반대와 기권표가 나왔고, 찬성은 2/3을 넘지 못했다. 그들은 왜 반대했고, 기권했을까.

반대한 동아리들

NUTEE: “명단을 낼 수 없다면 동아리보다 학교나 총학생회와 논의해 독립기구로 인정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으며, 대동제 부스 활동은 가능해도 전동대회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운동은 지지하지만 동아리로써의 권리를 포기할 것이라면 꼭 동아리로 승인되어야 할 이유는 모르겠다. 퀴어 공간이 필요하다면 동아리보다는 독립기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JOY: “레인이 처음과 다르게 무언가 요구를 할 때마다 계속 추가 자료를 제기했는데, 함께 (동아리 승격에) 지원한 모임과 형평성이 어긋난다. 또한 명단, 회의 및 총회 참석 등에서 예외를 두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한다. 회칙 개정이 사실상 2학기가 될 것이며, 퀴어 공간인 동아리방 배정도 재배정인 내년에 이루어지기에 현재의 반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권한 동아리들

CCC: “장애인 동아리, 이성애자 모임이 없듯 특정 사회 구성원의 모임은 소모임으로 충분하다. 인권과 성평등을 위한 동아리라면 폭넓은 활동이 이루어져야하는데, 정기모임의 내용이 특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면 단순 친목도모로 번질 수 있다.”

플로우: “동아리 내부적으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반대로 인식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일도: “레인은 처음 승격안 부결 당시 성명서와 기사를 올렸는데, 성명서에서 레인측이 정보를 왜곡하고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써놓았다. 1차로 동아리연합회에 사과하고, 성명서를 내리고, 잘못 기술된 사실 관계를 정정한 뒤 서명자들에게 사과해야한다. 신문사에도 오보 정정이나 게시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서로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뒤 논의함이 옳다. …(중략)… 현 레인의 성명서, 공격적인 태도에 앞으로 레인이 어떤 것을 더 요구해오고 다른 사람을 고통에 잠기게 할 것인가 의문이다. 동아리 대표자들의 투표에 따라 레인의 발제를 듣지 않겠다고 결정이 났음에도 참관인 자격으로 레인이 전동대회에 참여한 행동은 사전 협의 사안도, 전달받은 사안도 아니었다. 재발제가 부결되었다고 전달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모습은 신규 동아리로 승격 이후 의결을 존중할 것이라는 신뢰를 할 수 없다. 레인이 보여준, 자신들에게 반대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악으로 규정하는 교묘하고 악랄한 프레임 짜기에서 느끼는데 레인이 다른 동아리와 협업하기보다 여론몰이를 할까 걱정이 된다. 신규 동아리로서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C.O.L: “당초 승격안 추후 논의와 동아리 승인 자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성명서 발표와 서명운동을 보고 입장을 바꾸었다. 재논의를 요구해놓고 성명을 진행하는 행동은 원하는 것을 압박을 통해 얻어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의결은 불가능하다. 자신들과 의견이 다를 경우 공격적으로 몰아세우고 추궁하는 태도는 타 동아리들과 어떤 논의를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여 반대한다는 소수 내부 의견이 있다.”

CSI: (사유를 제출하지 않았다)

사유를 함께 제출하는 기명 투표였음에도 왜 레인 승격은 부결되었을까. 표결 진행에 참여한 동아리 대표들이 포비아적 사고를 갖고 있었고 반영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기 때문이었을까, 논의에 감정이 개입되어 객관적 판단을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가장 크다 말은 못하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모든 문제가 쓸데없이 잘 어우러진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제 레인은 2학기 신규 동아리 승격 모임 모집 기간까지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기권과 반대표 사유들을 보았을 때, 다음 학기에 동아리 승인이 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reburn_park@naver.com 박재연 기자

mouloud@skhu.kr 김서정 기자

qkrtkdgur972@naver.com 박상혁 기자

majesticer13@gmail.com 조일신 기자

kjh101212@naver.com 김주환 기자

lhanhye0731@naver.com 이혜원 기자

tmfrl925@naver.com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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