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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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WEEK 1일차] 前 부비대위원장 남한결 비대위 공금 횡령

 

남한결 전 부비대위원장 (출처: FBS)

 

 바야흐로 횡령의 시대다. 작년 상경대장의 공금 횡령 사건과 박철 전 총장의 교비 횡령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51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前 부비대위원장 남한결의 공금 횡령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남씨는 총 14회에 걸쳐 230만 원가량의 공금을 횡령했다고 한다. 횡령 금액이 생활비와 스포츠 토토 등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거듭되는 횡령 사건에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5월 19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남씨에 대한 사퇴와 제명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비상대책위원장 명의로 고소장 또한 접수된 상황이다. 남씨는 5월 21일, 사과문을 통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있었던 사퇴 및 징계 의결을 존중하며 제 자신이 스스로 미숙하고 잘못된 판단을 했던 것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2016.06  박철 전 총장 교비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벌금 1,000만원 선고
 2016.09  박지호 전 상경대 학생회장 학생회 공금 횡령
 2017.05.11  박철 전 총장,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 확정
 2017.05.15  남한결 51대 부비대위원장 학생회 공금 횡령
 2017.06.12  이슬 20대 비대위원장 학생회 공금 횡령

이 모든 게, 지난 1년간 일어난 일이라면 믿겠는가?

 

 남씨는 또한 사과문에서 “5월에 제 앞으로 들어올 장학금이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사용을 한 뒤, 나중에 채워놓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씨가 평소 학생회 공금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16년도 사범대 학생회장까지 역임했던 그가 공금을 사실상 곗돈처럼 여겼다는 사실은 많은 학생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또한, 횡령 사실이 밝혀진 날인 5월 15일 그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당시 집행부 재정담당자에게 “사람 인생 하나 살린다 생각하고, 염치 불구하고 참작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실상의 사건 은폐 시도를 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었다. 5월 15일 오후 6시, 집행부 요청에 따라 중앙운영위원회가 열렸고 남씨는 그 자리에서 횡령 사실을 시인했다.

 

남씨, 집행부 재정담당자에게 횡령사실 은폐시도
(출처 : 총학생회(비대위) 페이스북, ‘횡령 관련 타임라인’)

 

수차례의 횡령,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나?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잘못을 저지른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14차례의 횡령이 일어나는 동안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3월 24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세워지고, 5월 15일 횡령 사실이 밝혀지기 까지 대략 50일이 걸렸다. 4월 21일 집행위원회와 재정담당자가 인준된 시점으로부터도 약 3주 동안 횡령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집행부 내부에서도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집행부 내부에서도 재정담당자와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남씨에게 재정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거래내역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씨는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회피하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의심하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개인이 버티면 어쩔 수 없다는 집행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적어도 5월 1일 정기총회 결산 전에는 이러한 문제가 드러났어야 했다. 전체 학생들 앞에서 자금 관리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는 자리인 정기총회에서도 단순히 ‘믿고 맡겼다’는 것은 분명 안일한 대처이다.

 백유진 비대위원장은 5월 28일 총학생회 페이스북을 통해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이후 6월 11일 열린 전학대회에서는 백 비대위원장에 대한 사퇴 및 징계 안건이 상정되었다. 논의 결과 백 비대위원장의 사퇴 안건은 부결되었고, 징계에 대해서는 다음 전학대회 전까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재정관련 총 책임자로서의 도의적 책임까지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6월 11일 전학대회, 백 비대위원장 징계건 의결 결과
(출처: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남씨에게 집중된 재정관리 권한, 사건 키워

 비대위의 부실한 자금관리 구조 또한 이번 사건의 큰 원인이다. 남씨는 비대위 공금을 개인 통장으로 혼자 관리했다. 재정관리 권한이 재정관련 최종 책임자인 비대위원장도 아닌 남씨에게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백유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와 같이 자금이 운용된 사실에 대해 “당장 운영에 필요한 돈을 받아야 했고, 남씨 명의의 잉여 통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사건을 조기에 발견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사건을 커지게 만들었다. 이는 지난해 상경대 공금 횡령 사건에서도 드러났던 문제다. 당시 상경대 학생회장 또한 공금을 혼자 관리했고, 이 때문에 횡령 사실이 발각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렸다. 처음부터 비대위원장 또는 재정담당자가 남씨와 같이 자금을 관리했다면 적어도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 권한 분산을 통한 상호 견제가 필요하나, 이를 강제할만한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총학생회칙 제161조(대표자의 책임)에서는 재정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각 단위의 대표자가 책임을 지고, 대표자는 본회 재정을 이용하여 개인, 단체, 단위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되어 있다. 총학생회 재정·감사운영 세칙에서도 감사에 관한 규칙만을 정하고 있을 뿐, 권한 분산에 관한 내용은 없다. 규정은 미비하고, 비대위가 세워지면서 당장 처리해야 할 행사들이 많다보니 주먹구구식 재정관리가 이루어졌다.

 

거듭된 횡령 사건, 우리에겐 무엇이 남았나

 이 사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사람은 남은 우리들이다. 우리는 앞으로 또 다른 총학생회, 단대 학생회, 과 학생회를 마주하게 된다. 제2의 남한결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순히 ‘그런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또한 ‘집행부가 막아주겠지’하고 막연히 기대해서도 안된다. 믿음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특히나 자금관리 문제에 있어서 문제 해결을 사람에게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남한결은 언제고 다시 나올 수 있다.

 남씨의 어긋난 생각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공금 횡령은 단순히 학생들의 요구에 의한 사퇴로만 끝날 일이 아닌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범죄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가 저지른 죄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 한 명 잡는다고 좋은 세상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횡령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거듭된 횡령 소식으로 학생들은 지쳐있다. 이는 자칫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지난 1년간의 실패를 바탕으로, 이제는 나아가야 한다.

 

현우식 기자(inspiredws@gmail.com)
인보근 기자(coriendo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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