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권력남용, 근무태만…위기의 외대 동아리연합회

동연실 앞

➀ 동아리연합회장 … 재정 및 자치공간 부정사용 의혹

외대의 유일한 환경동아리, ‘그린HUFS’는 어디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는 ‘그린HUFS’라는 환경동아리가 있다. 2000년 초까지 환경·생태관련 학술활동을 하는 동아리였다. 하지만 최근 이 동아리의 활동내역은 물론 어떤 홍보도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근 몇 년간 서류상으로 존재했던 그린HUFS, 취재결과 빠따스의 위장동아리로 활동해온 것이 밝혀졌다.그리고 그 위장동아리의 회원으로 김세원(인도어10) 현 동아리연합회장과 오형묵(경영09) 현 인문사회분과장이 활동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하캠퍼스 B2-04호의 정체는?

동아리에게 배정된 지하캠퍼스 B2-04호는 현재 ‘그린훕스’라는 문패가 달려있다. 하지만 주변에 거주하는 동아리를 포함한 그 어느누구도, B2-04호에서 ‘그린훕스’가 활동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유일하게 모습을 보이는 회의석상에서도 별 발언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동아리 그린훕스 동아리방

빠따스는 외대내의 동아리연합회에 소속되지 않은 비공식동아리다. 따라서 자치공간과 재정을 분배 받지 못하지만, 이 공간을 휴게실 및 장비보관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세원 현 동연회장은 올해에도 활발히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다른 동아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인문사회분과 소속 한 동아리 회원은 “다른 사람들은 공간이고 돈이고 인준조차 못 받아 허덕이는데, 권력을 사용해서 이를 보장받는 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이 사실에 대해서 “원래 회장이 외대합창단보다 빠따스 활동을 열심히 했고, 여기(빠따스)에 애착이 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빠따스는 동연에 소속된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동아리로 회장선거에 출마 할 수 없다. 회장은 외대합창단소속, 인문사회분과장은 목요음악반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김세원 동연회장 사진

▲ 빠따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 중인 동아리연합회장 사진

재정과 공간은 어디로?

동아리연합회는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를 통해 각 동아리의 사업계획을 받아 활동비를 분배한다. 그리고 각 동아리는 보통 한 학기당 약 80만원의 교비를 받는다. 이는 그린HUFS에게도 해당돼, 동아리연합회에 예산을 신청하여 사용할 수 있다. 현진호 동아리연합회 부회장은 올해 그린HUFS에게 지출된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하지만 김세원 동아리연합회장은 지난 학기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요청받은 교비결산 공개를 내부사정을 이유로거부한 바 있다.익명을 요구한 동연 집행부 관계자는 재정지출 내역에 따라 학교에 영수증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학교에서는 예산과 영수증의 내용을 판단하기 보다는, 현금·카드영수증의 형식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린훕스 검색결과

➁ 기독교 동아리, 신개념 기득권

종교분과 따로, 기독분과 따로?

현재 기독분과에는 CCC, CAM, UBF, JOY, 예수전도단, 네비게이토, IVF 등 총 7개의 동아리가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모두 국제학사 4층에 동아리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이 유지되는 동아리는 몇 개 없다는 게 타 분과들의 의견이다. 국제학사 4층에 같이 입주한 타 동아리원들에 따르면, 아침에 일찍 예배를 드리는 동아리 몇을 제외하면, 배달음식 광고지가 쌓일 때까지 출입조차 하지 않는 동아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동아리 인준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재정 및 공간부족이라는 것에 비춰봤을 때, 현 상황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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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동아리, 너네는 전도해도 되는거야?

2014년 9월 29일 훕스라이프에는 동아리연합회 고윤상 기독분과장의 글이 올라왔다. 기독분과에서는 ‘이단단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외부 ‘이단단체’의 전도로 피해를 받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기독분과가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외대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친 곳은 동아리연합회 소속의 ‘네비게이토’이다. 이들은 90년대 학번이상의 졸업생까지 합세해 전도에 열을 올린다.특히 신입생 입학 시기에 맞춘 대규모 선교로 48대 비상대책위원회와 마찰을 빚어 교내에 선교금지 플랜카드가 걸리기도 했다.네비게이토 동아리는 특히 설문지로 가장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개별 연락을 통해 ‘동아리모집’을 위장한 ‘전도’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리연합회, 등잔 밑이 어두운 것인지 혹은 신개념 기득권을 가진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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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9월 29일 훕스라이프에 올라온 동아리연합회 고윤상 기독분과장의 글

➂ 동아리연합회, 과연 ‘제대로 된’ 대표자인가?

동아리들의 의견은 잘 수렴되는가?

동아리연합회의 가장 큰 존재목적은 동아리들의 권익신장이다. 그렇다면 동아리연합회는 이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가? 체육분과 동아리 회원들의 얘기에 따르면, 대화가 많이 부족하고 서로 잘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그동안 동아리연합회에 대해 느낀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외대의 체육시설은 매우 열악합니다. 그래서 지하캠퍼스 대강당을 개방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그래서 농구부가 주도적으로 총장에게 가고 많이 노력했는데 정작 동아리연합회는 한 게 없어요. 오히려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조차 제대로 말도 못하고 왔어요.”

또 인문사회분과 동아리의 회원도 논조를 같이한다. “공연동아리들은 어차피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학회 동아리들은 이미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심포지엄이나 이벤트가 필요해요. 동아리 간 가교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동연에선) 이런 걸 원하는지도 모를 거에요.” 전동대회의 참석률이 좋은데도 그러냐는 물음에 그는 “돈 주니까 가는 거지 이런 얘기는 할 생각도, 들을 생각도 없어요.”라고 답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2학기 참석률 0%

그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동아리연합회의 위치는 어떨까? 동아리연합회는 중운위 성원으로 동아리연합회 회장을, 전학대회 성원으로 동연회장 및 부회장·각 분과장 등 최대 10명을 참석시킬 수 있다그리고 현 성원은 선출되지 않은 애기능분과장, 종교&봉사분과장, 공연분과장, 체육2분과장을 제외한 6명이다.

전학대회 총 성원이 66명인 것을 감안할 때, 약 10%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아리연합회의 출석률은 9회의 회의 중 4번을 전원 불참했으며, 가장 최근 개의된 929() 회의에도 불참하여 결국 자치회비 지급이 정지됐다.

이에 대해 이지원 부총학생회장(인도어12, 전학대회 부의장)은 “일반적인 학과/단과대 학생회에서 수렴할 수 있는 비율이 30%안팎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나머지의 대다수를 동아리를 통해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아리의 역할은 매우 크며,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텐데 (불참 등이) 아쉽다성원들의 권리를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윤상 기독분과장은 학내 커뮤니티인 훕스라이프에 전학대회 불참으로 빚은 오해를 게시글로 올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분과장은 올해 ‘The celebrity 강연회’의 연사 섭외과정과 선정금액에 대한 적절성을 비판했으나, 정작 연사 선정과정과 예산지출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던 ‘1학기 전학대회에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체적 난국의 해결책은 오직 본질뿐

 위의 일들의 시발점은 결국 회칙이다. 회칙에 따른 의사결정과 이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다. 동아리연합회의 대표자부터 분과와 동아리 회원들에 이르기까지, 그간의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깨고 나올 때가 되었다. 학과/단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이들을 대표하는 동아리연합회가, 현실을 부정할지,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봉현 기자 chop01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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