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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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대처법] GoGo, 고소! 고소米 고소You, 캐치You 감방Go

썸네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성폭력 대처하기] GoGo, 고소! 고소米 고소You, 캐치You 감방Go

 

사건 발생, 고소 결심

기자의 지인들이 성추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기자가 아는 사람만 20명, 모르는 사람까지 합치면 70명이 넘는다. 아무리 세상에 조질 놈 많다지만 저 정도일줄은 몰랐다. 이 상황에서 할 일은 하나. 직접 조지는 거다. 기자와 친구들은 고소를 결정했다.

고소 과정과 결과를 기사로 남기는 이유는 하나다. 피해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며,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고소장, 어떻게 쓰는거지?

고소를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고소장을 써야한다. 경찰에 제출해야하는 서류는 대부분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따로 정해져있는 양식은 없기에 직접 만들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꼭 들어가야 하는 사항은 있다.

 

1. 고소(고발)인 인적사항

신고를 하는 사람의 이름, 연락처, 주소를 말한다. 주민등록번호는 꼭 적을 필요는 없다. 증언일정 조율, 사건경과 전달 등이 모두 고소장에 적은 연락처를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고소장에 적은 주소로 법원출석명령장이 온다.

기자 본인이 고소한 사건에 대한 경찰서의 응답 문자. ⓒ 박재연 기자

2. 피고소(피고발)인 인적사항

피고소인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는 넣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고소인 측이 그것들을 모를 때는? 이럴 때는 일단 그 칸에는 ‘모름’이라고 적고, 피고소인을 특정할 수 있는 서술을 고소내용에서 써주면 된다.

 

3. 고소(고발) 내용

길게 쓸 필요는 없다. 피고소인(이름)이 고소인(이름)에게 언제, 어떻게 성폭력을 저질렀는지 쓰고, 어떤 법에 근거해 형사 고소한다고만 적어주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다.

 

4. 내용의 근거가 될 피해사실

성폭력을 당한 때와 상황, 장소를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야한다. 연, 월, 일, 시까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대략적인 시기라도 써야한다.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사건 발생 전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가해자가 접근해왔는지를 적어야한다. 상대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어느 신체 부위에 성폭력을 가했으며,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혹은 지금도 입고 있는지를 적자. 여기서 적은 내용은 추후 법적효력을 얻기 위해 경찰 앞에서 다시 증언을 해야 할 수도 있다.

 

+. 고소와 고발?

고소와 고발의 차이는 간단하다. 피해당사자가 본인이 신고했다면 고소, 피해당사자의 주변인이 신고했다면 고발이다. 기자의 경우,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나’와 ‘직접 피해를 입은 피해당사자 1인’과 함께 신고했기에 고소인지 고발인지 약간 애매했다. 나는 일단 고발이라고 적었지만, 고소와 고발을 같이 적어주어도 된다.

 

저놈이 나쁜 놈은 맞은데, 어떻게 나쁜 놈이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해당 법률을 통해 유형이나 사례까지 알기는 어렵다. ⓒ 김주환 기자

성범죄의 유형은 한정되어 있다.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기타 성범죄 관련 특별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은 가중처벌 규정과 상황을 다룰 뿐 유형을 추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성범죄 상황에 대해 어떤 법이 적용받을까?

 

1. 성폭행 - 강간, 준강간과 유사강간

강간과 유사강간은 성기 삽입 여부로 결정된다. 형법은 성기를 제외한 구강, 항문 등 신체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및 신체 일부 혹은 도구를 넣는 행위를 유사강간으로 규정하며, 성기에 성기를 넣는 행위는 강간으로 규정한다.

대학에서 일어나는 강간 상황은 학교 외부 공간과 시간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술에 취한 피해자를 자취방 혹은 숙박업소에 데려가 강간 및 유사강간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성년•심신미약자 간음추행죄가 적용된다. 미성년자와 심신미약자(이 상황에서는 술에 취한 자)를 위계 및 위력을 동원해 간음, 추행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다. 위력은 물리적인 힘을 말하며, 위계에는 지위, 권세, 고의로 착오를 일으키는 행위(기망), 유혹 등이 포함된다.피해자의 심신미약 상황, 즉 술을 마신 상황이 아니면서 폭행과 협박이 동원된 상태로 간음이 이루어졌다면 강간죄의 적용을 받는다. 즉, 준강간과 강간의 차이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여부다. 해당 상태였다면 준강간으로 규정된다.

 

2. 성추행 -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

성추행은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으로 다루어진다. 심신상실 및 항거불능 여부가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을 구분짓는다. 상술한 성폭행 부분을 참고하면 된다.

 

3. 성희롱 형법상 성범죄가 아니다?

성희롱은 성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게 모욕죄, 혹은 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 대학가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카톡방 성희롱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형법은 ‘신체적 상황’을 성범죄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공연성’, 즉 ‘공개적인 발언’인가 여부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는 비공개적 SNS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비밀을 약속하거나 다수간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인정받기도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 및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징역 및 벌금형에 처한다)에 근거해 가중처벌 받을 수도 있다.

 

증거를 모으자

고소미(米)가 작물이라면 고소장은 농기구요, 증거는 비료다. 증거의 핵심은 ‘사실’과 ‘불쾌감’이다.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문서들도 사건 정황, 피해자 증언과 일치한다면 법적으로 가치가 있다. 간접·직접증거 모두 꾸준히 모아야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도 숨기지 말아야한다.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가 고의적으로 은폐하려는 사실이 있다고 공격할 수도 있다.

사실과 불쾌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작성 시간과 날짜가 저장되는 이메일을 사용해 피해사실과 불쾌감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 내게 쓰기 기능을 사용해 모아둬도 괜찮고, 가해자에게 직접 보내도 괜찮다. 오히려 가해자에게 바로 항의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증거가 되기에 재판에서 상대가 피할 구석을 줄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성추행 피해 사실에 대해 주변인과 이야기한 메시지나 카카오톡도 증거가 될 수 있다. 보낸 날짜와 시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용도 명확할수록 좋다.

증거취득 목적으로 가해자와 연락, 접촉하는 행동은 피하라. 증거취득을 위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부드럽고 친밀한 척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 이를 재판에서 역이용 당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쌀, 고소米

작성한 고소장은 직접 가서 제출해도 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우체국에서 경찰청 민원실로 내용증명으로 보내도 된다. 내용증명은 수신자, 발신자, 우체국이 각자 보관할 용도로 세 부가 필요하며, 수신자와 발신자가 보내는 우편물에 적혀있어야 한다.

내용증명은 빠른등기로 보내지며, 영수증에 적힌 등기번호로 배송추적도 가능하다. 비용은 약 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면 된다.

 

경찰 조사

피해자 및 고소인도 경찰조사를 받아야하며, 신분증과 도장을 챙겨가야 한다. 사실 확인과 증언의 법적효력을 갖추려면 경찰 앞에서 증언하고 문서로 남겨야하기 때문이다. 도장은 지장으로 대체 가능하다.

성범죄는 여성청소년계로 배정된다. 기자의 친구는 피해 증언을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가 놀랐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삭막하고 어두운 방에 스탠드 불빛 하나만 있는 취조실을 기대했는데, 푹신한 소파와 나뭇잎무늬 벽지가 산뜻한 분위기를 내고 있어 아쉬웠다나(…).

 

검찰 송치, 재판

경찰이 수사를 끝내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다. 검찰에서는 기소 여부를 가리는 일을 한다. 검찰로 송치되면 문자가 온다. 형사사법포털(www.kics.go.kr)에서 사건번호를 입력해 사건진행 경과를 알 수 있으며, 탄원서 제출도 가능하다.

기자 본인이 고소한 사건의 처리 경위에 관하여 문자가 왔다. ⓒ 박재연 기자

첫 공판에서 검사 측과 피고 측이 쟁점들을 거론하며 재판의 방향이 설정된다. 치열한 공방은 영화에서나 벌어진다. 판사 입장에서는 오늘 처리해야할 재판 여러 개 중 하나일 뿐이다. 주장과 반박이 길게 반복되지 않는 이상 10분 정도면 끝난다.

고통에 비해 너무 성의 없이 끝나는 것 아닌가, 딱딱하고 사무적인 모습이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서 ‘법’이구나 싶기도 하다. 기자가 고소한 사건은 검사가 징역 3년 6개월과 교육 이수를 구형했다. (이후 정식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마무리하며

혹시 성범죄 피해자가 되어 고소를 해야 한다면, 한 가지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피해자는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의사에 반해 폭력을 저지른 쪽이 나쁠 뿐이다. 다만 폭력으로부터 온전한 권리를 행사하고 법적 보호를 받는 데에는 피해자의 대응 역시 중요하다. 부디 이 기사가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고 범죄자를 단죄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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