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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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권위주의 공론화 사건] 권위주의? 권위, 주의!

[아침햇살 권위주의 공론화 사건] 권위주의? 권위, 주의!

 

권위주의, 고발합니다

대나무숲에 올라온 아침햇살 동아리 내부의 권위주의에 관한 문제제기 글 전문 캡처본 ⓒ 페이스북 성공회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

지난 3월 3일, 성공회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문선동아리 아침햇살의 권위주의적 문화에 대한 고발글이 올라왔다. 제보자에 따르면 아침햇살 동아리 회장은 ‘동아리 내 연애금지’를 강요했고, 동아리 부회장은 ‘뒤풀이 참석’을 강요했다. 동아리 선배들은 신입기수들에게 ‘합의 없는 반말’을 자연스럽게 시도했으며, MT에서는 신입기수들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이 모든 사건들은 신입기수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은 채 선배기수들만의 합의로 이루어졌다. 아침햇살의 선배기수들은 새내기들에게 권위주의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에 3월 4일 아침햇살 18~22기 일동의 사과문이 성공회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게시되었고, 5일 사과문에 대한 비판문이 게시되었다. 8일에는 아침햇살 페이스북 페이지에 아침햇살 18~22기 일동의 새 사과문이 게시되었으며, 10일 아침햇살 주체기수 입장문이 공개되었다. 아침햇살 선배기수들이 기수문화를 기반으로 권위주의적 폭력을 인지하지 못한 채 행사하거나,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행사해왔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개선해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공론화 사건으로 학우들이 받은 충격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침햇살은 새내기새로배움터와 축제 등을 통해 학우들과 자주 접하는 동아리이며, 더욱이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침햇살은 사회문제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인권친화적인, 좋은 이미지의 동아리였다. 그런 동아리가 신입기수들에게 동의 없이 말을 놓고, 연습 때면 고함을 지르며, 선배기수끼리 싸우는 몰래카메라를 시도한 행위들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3월 8일 아침햇살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 전문의 캡처본이다. ⓒ 페이스북 아침햇살 페이지

회대알리는 이번 공론화 사건의 이해를 위해 작년 아침햇살 신입기수이자 현 회장 최찬영 씨와 2017년 아침햇살 신입기수로 활동했던 A씨를 인터뷰했다(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익명 처리함). 인터뷰이들에 의하면, 아침햇살은 연습시간 후 피드백 시간과 뒤풀이를 가진다. 또한 대동제, 동문제 등 각종 행사가 끝나면 ‘총화’라는 시간을 가지며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이를 보았을 때, 구성원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시간 자체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에 동아리 내부 문화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분위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연습시간 후 피드백 시간에는 “오늘 재밌었다”, “춤이 어려워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와 같은 연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동아리 내부의 불편한 문화에 대해 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총화 시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뒤풀이 등 사적인 시간에는 공동체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뒤풀이 시간에 참석하지 못하거나 선배들과 사적으로 접촉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문제제기의 기회가 주어지기 어려웠다.

 

권위주의에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권위주의를 지적한다는 것은 신입생이라는 약자가 재학생이라는 강자를 겨냥하고 ‘너희들의 행동이 나를 불편하게 해.’라며 화살을 쏜다는 것이다. 나보다 강하고 숫자도 많은 그들은 간단히 화살을 튕겨내고, 내게 대포를 쏘아댈지도 모른다. 문제제기는 그것에 대한 뒷감당을 오롯이 개인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기에, 아무리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라도 발언이 쉽지 않다.

 

더욱이 연습의 피드백 위주로 진행되는 발언시간, 즐겁게 먹고 마시는 분위기의 뒤풀이 시간에 권위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그것이 곧바로 성찰과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약자인 신입기수에게 현실성이 낮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게 선배와 신입생 간의 소통 악화로 쌓인 문제점들이 쌓여 이번 공론화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안타깝지만, 이러한 권위주의 문제는 결코 아침햇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권력문제는 가부장제와 같이 모든 곳에서 아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 모두는 이번 사건으로 받은 충격을 뒤로 한 채, ‘평화로운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사회문제를 지적하며 사회운동에 힘쓰는 자들의 위선적 행태에 대한 실망과 환멸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 각자가 속해 있는 과, 동아리, 기타 학생사회 등 여러 공동체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법들이 있겠지만,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해답은 ‘끊임없는 대화와 성찰 ’이다.

 

공동체 내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제기와 수용, 논의, 결정 네 과정이 필요하다. 오픈채팅방, 마음의 소리 우편함과 같이 제보자에게 위해가 가해지지 않는 창구를 확보하고, 공동체가 문제를 확인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간의 합의로 도출된 개선안만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며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아침햇살 역시 이를 인지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구조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침햇살은 구글독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익명성을 통한 동아리 문제제기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페이스북 아침햇살 페이지

 

당신도 권위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 [차이나는 클라스, JTBC]

이번 공론화 사건은 아침햇살 선배기수들이 지극히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발생했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앞서 말했듯 아침햇살은 노동자 문제, 여성 문제, 동성애 문제 등과 관련해 고민하고 정기공연을 하는, 평소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동아리이다. 또한 아침햇살은 2017년 2학기에 인권위원회를 통해 권위주의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누구라도 조금만 무신경해지면 가지고 있는 권력을 폭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집단 내에서 다수에 속했거나, 선배이거나 등)이 언제든지 나 이외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성찰해야한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구성원 간 끊임없이 공유하고 반성한다면, 우리는 좀 더 평화로운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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