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입학전형없는 우리학교,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실태는?
글로벌캠퍼스에 재학 중인 기자는 지난 2016년 교내 체전 농구 경기 중 발목 인대를 다쳤다. 덕분에 인문경상관과 도서관 등 교내 주요 건물들을 목발에 의지해 다니며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백년관을 제외한 글로벌 캠퍼스 대부분의 건물에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데다 교내 지형 특성상 완만한 길이 거의 없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자처럼 체전 중 부상을 당해 깁스를 하고 등하교를 하는 학우들도 매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캠퍼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본관과 사이버관, 교수학습개발원만이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사회과학관과 인문과학관, 도서관 등 대부분의 건물이 계단만을 이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잠깐 동안 깁스를 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겪은 불편함도 이렇게 큰데, 장애학우들은 물론 외대를 방문하는 장애우들의 활동은 더 어렵지 않을까.
2016년부터 도서관에 방치된 휠체어 (사진:외대알리)
외대, 장애학생교육지원 평가 ‘보통'... 학교 측 “장애인 입학전형 없어 비교 어려워“
이번에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지난 4월 10일 발표한 ‘2017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서울캠퍼스, 글로벌캠퍼스 모두 ‘보통’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선발 및 교수 학습, 시설 설비 등 3가지 평가 기준에서 중위권에 위치했는데, 바로 옆 학교인 경희대가 ‘우수’ 등급을, 그 밖에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학들인 고려, 연세, 서강, 성균관, 중앙, 한양, 이화여대 등이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미흡한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장애인 입학전형이 있는 대학과 외대의 상황을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캠퍼스 학부에 재학 중인 장애 학우는 총 4명인데,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은 이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의 장애 유형에 따라 외부 기관에서 학습보조기구를 대여하거나 센터 예산을 집행해 편의를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은 것과 관련, “구체적인 점수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며 “결과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들은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물론 장애인 입학전형이 마련된 학교들은 장애우의 재학생 비율이 높은 만큼 이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고자 해당 시설 및 기자재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입학전형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장애인 편의시설 확보에 소홀해도 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학점교류를 위해 방문하는 타 대학의 학생과 해외 교환학생은 물론이고, 학술제를 비롯해 교내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방문하는 이들 중에도 장애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타 대학에 없는 소수어 학문을 배울 수 있는 외대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재학중인 장애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 외의 장애우들도 편히 방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외대는 훨씬 열악하다.
장애학우는 물론 비장애학우도 불편한 외대
장애인 복지법 20조 제5항에는 “모든 교육기관은 교육대상인 장애인의 입학과 수학 등에 편리하도록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맞추어 시설을 정비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외대의 장애우 관련 편의시설은 지극히 기본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을 뿐, 장애 학우들이 수업을 듣고 학교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설들은 매우 부족하다.
서울캠퍼스 도서관 정문 (사진:외대알리)
학습 및 정보 접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설인 도서관이 대표적인 예이다. 도서관은 휠체어를 기본적으로 비치해야 하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의 휠체어는 1층 참고자료 칸 구석에 방치된 상황이며, 글로벌캠퍼스 도서관에는 그나마 휠체어조차도 없다. 또한 장애인을 위해 의무적으로 비치되어야 하는 독서화상기와 음성지원컴퓨터 역시 찾기 어려운 곳에 마련되어 있으며, 장애인 전용 열람석은 안내 표시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업무용으로 쓰이는 도서관 내 엘리베이터 역시 출입구와 공간이 협소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우는 이용하기 매우 어려워 보였다.
서울캠퍼스 장애인전용출입문 (사진:외대알리)
양 캠퍼스의 주요 단과대 건물도 장애 학우들이 오가는데 제약이 되는 요소가 많다. 경사로는 모두 갖춰져 있어 1층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가 없지만, 문제는 강의실의 위치이다. 모든 강의실이 2층 이상에 위치해 있어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휠체어 리프트는 고사하고 계단에 그 흔한 점자 안내문도 부착되어 있지 않다. 사이버관과 백년관 등 신축 건물은 개정된 법안에 맞게 승강기를 비롯해 점자블록과 안내문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각 학과 전공 수업이 대부분 단과대 건물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애 학우들의 기본적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는 기자처럼 부상을 당한 비장애 학우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이다.
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하는 타대학들
주변 대학들이 장애우들을 위해 제공하는 시설이나 시스템을 보면 아쉬움은 커진다. 고려대의 경우 ‘교내 길안내 음성 시스템’을 확보해 학교에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 목적지를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서강대는 장애인 화장실, 경사로, 주차장 등 교내 편의시설이 어느 건물에 위치해 있는지 상세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제공,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고 있다.
서강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홈페이지. 장애학우를 위한 시설 위치 지도를 제공한다(서강대 장애학생 페이지 갈무리).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 편의 시설도 섬세하게 마련되어 있다. 도서관과 강의실에 장애인 전용 좌석이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 전용 사물함과 장애인 휴게실까지 대부분 기본적으로 구비돼 있다. 장애 학생을 위해 갖춰 놓은 보조학습지원기구도 마찬가지다. 전동휠체어는 기본이고 지체장애학생들이 편리하게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용 마우스, 조이스틱과 키보드 등을 비치했으며,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해서 마련된 센스리더 소프트웨어도 마련되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장애인 전용 좌석조차 강의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외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소홀이 아닌 무관심,
건물마다 장애인 전용 휴게실을 만들고, 전동 휠체어를 비치하는 등 거창한 방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보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장애우를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외대는 장애우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 무관심이 누군가의 소중한 권리를 박탈한 것은 아닐까.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은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서울과 글로벌 캠퍼스를 돌아보면서 기자의 머릿속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외대를 보면 세계가 보인다’는 슬로건 속 ‘세계’에 과연 장애우를 배려하는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긴 한 걸까.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사회지만, 한국외대가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한달수 기자 (hufsall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