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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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대알리 오피니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전한 논의의 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전한 논의의 장

성공회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캡처.

 9월 8일 토요일, 에브리타임과 페이스북 페이지 성공회대학교 대나무숲은 사회융합자율학부 단체 채팅방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몇몇 학우가 ‘사회융합자율학부 18 수다방’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었다.

 

 찬성, 반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더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논의는 원점에서 멀어졌다. 단톡방에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어느 순간 의견이 다른 이들 사이의 조롱과 인신공격으로 끝났다.

 

 현재 진행 중인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인문학부 비상대책위원회 사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진영과 상관없이, 문제가 생겼을 때 타인에게 조롱과 혐오를 일삼는 여론은 항상 있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발언 자체가 문제여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려 하지 않아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면 곤란해질까봐, 화풀이의 대상이 필요해서 등. 어떤 이유든 힐난은 문제의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의 이해를 흐리게 하고, 학생사회의 결속력을 깨뜨리는 암적인 요소일 뿐이다.

 

 이 모든 과정은 온라인과 익명을 통해 이루어졌다. 온라인과 익명은 앞서 이야기한 논쟁을 가능케 한 요소이자,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든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며 물리적인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엄연한 장점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억측과 주장이 난무하고, 상대방을 공격해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단점이 강하게 발휘되고 있다. 대화의 결과는 서로를 향한 상처이며, 의견이 다르면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낳고 있다.

 

 

상처와 합의, 모두 말을 통해 건넬 수 있다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사고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순간 민주주의는 쓸모없는 체제가 되어버린다. 변화를 추구하는 자들의 방법론으로 투쟁 밖에 남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는 볼 수 없던 학우들의 낯선 모습을 보며 인류애를 상실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함께 마주보며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마음 한 켠에 두어야 한다. 그렇게 모여 더 좋은 논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대안으로 교양필수과목 중 학생 간 자율 토론 과목 개설을 제안한다. 학생사회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쌍방향으로 지속가능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자발적인 논의를 요구하기엔 개인이 투자해야하는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학우들이 학생사회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수업 개설이라는 방법으로 학교가 제공할 수 있다. 토론수업을 교양필수과목으로 개설해 학점을 부여하면 학생들이 개인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논의에 성실히 참여했을 때 돌아오는 보상이 있다. 교수의 관리 아래 학생회가 토론의 진행과 중재를 맡는다. 수업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학생들의 여론을 파악할 수 있다. 즉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 서로의 오해를 해소할 수도 있다.

 

 토론 수업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주체는 학생들이다. 현재 학생사회에 의견을 꺼내기 위해서는 대나무숲과 에브리타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sns를 하지 않는 학우들은 의견을 꺼낼 공간조차 없다. 커뮤니티에서 분출되는 여론이 실제 여론과 일치하는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논의의 공간을 오프라인으로 끌고 와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형성하면 정돈된 여론을 학교와 학생회 측에 전달할 수 있다. 학우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며 학점도 얻고 단결된 목소리도 낼 수 있다.

 

 이 과목을 4학기 이수해야 하는 졸업요건으로 만들어 장기간 학생사회에 참여하게 만들면 지금보다 좋은 논의체제를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토론은 민주시민을 기르는 중요한 요소다. 학교의 모토인 인권과 평화의 취지에 가장 적합한 과목일 것이다. 학교의 모든 주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필자가 제시한 시스템은 온라인 중심의 현 체제보다는 강제적인 요소를 띈다. 하지만 우리는 성공회대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고, 공생을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대화에 할애할 필요가 있다. 바쁘고 신경 쓸 것이 많은 학생들에게 학생사회 참여에 시간을 투자할 것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학교가 개입해 학생들에게 건전한 논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논의체제는 한계가 있고, 학생사회 발전을 위한 대안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학생사회 토론수업은 상상할 수 있는 많은 대안 중 하나다. 더 좋은 대안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의사소통의 질을 높일 수 있느냐다. 이 글을 비롯해 논의체제에 대한 많은 의견이 오고 갔으면 좋겠다.

이 글은 논평으로,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회대알리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박상혁 기자 (qkrtkdgur9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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