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뭐? 학식 김밥 가격이 오른다고?!

뭐? 학식 김밥 가격이 오른다고?!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자랑거리를 이야기할 때 학식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우리 학교 학식이 가격도 저렴하지만 맛도 좋아 ‘가성비’(가격 대비 기능의 준말)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서울 캠퍼스의 교내 식당은 인문과학관(이하 인문관), 교수회관 그리고 본관 스카이라운지 이렇게 세 군데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문관 1층에 있는 식당은 제일 비싼 음식이 2500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과 학생들을 자식처럼 여겨주시고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후생과 어머님들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가 많은 메뉴는 바로 분식 메뉴의 김밥이다. 휴대가 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인문관 식당에서 김밥은 단돈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중에 파는 기본 김밥의 가격에 비하면 굉장히 싼 가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김밥 속의 재료가 몇 가지 생략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돌아오는 월요일(12월 3일)부터 김밥 가격이 500원 인상되어 15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갑자기 김밥의 가격이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밥 가격 상승에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높은 채소 값 때문이고 둘째는 인건비의 문제이다. 먼저 전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우리 학교의 김밥 안에는 시금치가 들어가는데, 올해 9월 시금치 한 단의 가격이 9000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시금치 금값, 말 그대로 시‘금’치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내 식당에서는 김밥의 가격은 변동 없이 1000원에 판매되었다. 재료의 값이 오르내리고에 따라 매번 음식의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는 법이지만, 재료의 가격이 오를 때에도 김밥 한 줄이 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은 후생과가 수익을 내기에 어려운 상황을 감수하고 운영해 왔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 낮은 가격이 후생과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했다. 후자, 인건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3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때는 1988년, 우리 학교에 후생 식당이 처음으로 뿌리를 내렸고 그때 당시 김밥이 판매된 가격은 900원이었다고 한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김밥의 가격이 딱 100원 오른 것이다. 전교생이 이용하는 식당의 김밥이 기존 판매 금액의 1.5배로 바뀌도록 결정된 바에 대해서 갑작스럽고 가격 인상이 과하다는 평가를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30년 전의 시세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변화한 돈의 가치를 따지면 여태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김인철 총장님은 처음에 김밥 가격의 인상을 반대하셨다고 한다. 물론 다른 메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하실 것이다. 외대 학식의 메리트인 ‘저렴함’을 놓치고 싶지 않으신 듯하다. 학생의 입장에서도 학식이 쌀수록 좋지만 사실 우리 학교 학생 식당은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계속해서 저렴하게 음식을 판매하며 식당을 운영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첨부한 사진을 살펴보자.

 

 

  위 사진은 후생처에서 외대알리에게 공개한 김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 금액 표이다. 그 동안 김밥을 만드는데 한 줄당 천 원에 팔았을 때 400원 이상(포장 시에는 450원 이상) 손해를 봤던 것이다. 그로 인해 후생 식당에서는 올해만 해도 여러 번 식당 메뉴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메뉴들 중에서도 고정적으로 수요가 많은 김밥이 선택되었고 다른 메뉴의 가격은 건드리지 않는 대신에 김밥 가격만을 올리기로 된 것이다. 원래 1800원 정도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정상화하기에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으나, 학생들이 식당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1500원이라는 가격이 책정하였다. 새로 책정된 가격 역시 크게 이득을 볼 수는 없지만, 재료값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후생처의 적자가 누적되다보니 식당 어머님들과 관련한 임금 체불 의혹도 있었다. 학내 시스템에 따르면 학생 식당 운영에 쓰이는 돈은 원래 학교 등록금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후생처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학교는 학식의 싼 가격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학식의 재료값이나 후생처 직원들의 임금의 적자 차액분은 지원해 주고 있다. 이로써 빠듯하기는 하지만 식당 어머님들의 임금은 문제없이 챙겨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밥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앞으로는 후생처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외대 학생 식당은 박리다매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렇다 보니 학식을 먹으러 우리 학교를 방문하는 주변 학교, 한국예술종합대학교와 경희대학교의 학생들은 우리 학생식당의 복덩이들이라고 한다. 예전에 후생 식당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경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아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김밥 가격 하나 올리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고, 후생처와 총학생회의 컨펌이 된 뒤 총장님의 승낙까지 떨어진 금년도 12월이 돼서야 김 밥(HUFS, 18학번)이 최종적으로 12월 3일, 1500원에 판매될 것이라고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왔다.

 

 

  추가적으로 지금 단체 급식소에서 김밥 판매가 ‘권고’ 단계에 있다. 되도록이면 판매를 하지 말라고 공고한 것인데 이것이 ‘규제’ 단계로 넘어가면 우리 학생식당에서도 김밥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불법적으로 계속 판매를 할 경우 영양사가 벌금을 물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바쁠 때, 배가 심심할 때 허기를 채우기 딱 좋은 우리 학교 김밥, 있을 때 많이 먹어 두자, 그리고 천 원일 때 더 많이 먹어 두자!

 

 

박율지 기자(piaolic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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