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타투. 살갗을 바늘로 찔러 먹물이나 물감으로 글씨, 그림, 무늬 따위를 새기는 행위. 또는 그렇게 새긴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타투는 아직 낯설고 꺼려지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몸에 타투를 새긴 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과거 조직폭력배들이 몸에 새기고, 문신이 있는 사람들을 경찰이 잡아갔던 것에 비하면, 타투라는 문화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달라졌다. 기자의 주변만 봐도 타투를 새겼거나, 새기고 싶다는 지인들이 다수이다. (TMI: 기자도 사실 타투를 하나 새겼다ㅎ) 타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을 당신을 위해, 기자가 직접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보았다.
타투에 대한 인식이 실제로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 중 문신(눈썹문신, 헤나 제외)을 새겼다고 응답한 비율은 11.6%이다. 이들이 문신을 한 주된 이유로는 ‘멋있고 이뻐서’이다. 타투가 이제는 패션 아이템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의 의미를 평생 간직하기 위해’라는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타투가 없다는 응답자중 58.9%는 나중에라도 타투를 새길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아직 타투를 새기지 못한 이유는 다양했다.
‘아플까봐’. 타투는 바늘로 신체에 잉크를 주입하는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인 고통이 뒤따른다.
‘너무 비싸서’. 타투는 타투이스트(신체에 문신을 새기는 사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가 직접 디자인을 제작하고 시술하는 하나의 창작물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요구한다.
‘아직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지 못해서’. 타투는 한 번 새기면 영구적으로 신체에 남는다. 새긴 타투를 제거하는 데에는 그것을 새길 때보다 더 많은 비용과 고통이 따르고, 타투를 지운 흔적이 생긴다. 영원히 몸에 남는다는 타투의 특징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많았던 응답은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사회적 시선 때문에’ 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타투를 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한 응답을 살펴보자.
역시나 ‘과하지만 않으면 괜찮다’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타투라는 문화는 인정하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에 ‘정도껏’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그 수가 많았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 ‘액세서리처럼 어울리면 이쁘고 그렇지 않으면 별로’, ‘옷을 입는 것처럼 취향차이’ 등의 응답은 다시 한번 타투의 패션적 기능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냥 타투가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응답은 그 뒤를 이었다. 우리 주변에 타투를 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문신이 있다는 그 자체로 위화감을 줬던 과거에 비해 타투는 훨씬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물론 ‘멋있다’, ‘부럽다’ 등의 긍정적인 응답도 간간이 있었고, 비슷한 수의 ‘보기 흉하다’, ‘무섭다’ 같은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그렇다면 타투라는 문화를 몸소 이끌어가는 타투이스트는 이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예비 타투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현직 타투이스트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Q. 타투이스트를 직업으로 삼으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저는 일년 정도 타투를 배우고 부스를 얻어서 작업한지는 이제 2년 정도 된 아직은 새내기 타투이스트입니다. :) 입시미술을 했지만 회사에 취업한 후 그림에서 손을 완전히 놓고 있다가, 타투를 알게 된 후에 학원을 알아봐서 타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림도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는 9년차 직장인, 2년차 타투이스트라고 볼 수 있겠네요. :)
Q.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보통의 타투어들은 타투를 몸에 새기다가 타투가 너무 좋아서 직업으로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런 분들과 조금 다른 케이스인데, 저는 회사 친구가 타투로 전업을 꿈꾸며 회사를 나간 게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타투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거든요. 평소에 타투라는 건 좀 무섭거나 위험한 이미지들이 가득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가득한 타투들을 보면서 인식이 완전 바뀌어버린 거죠. 너무 귀엽고, 이쁘고, 아름다운 타투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입시미술만 하고 미술 쪽이 아닌 경영학과를 나와서 회사에 취직한 이후 몇년간은 간단한 그림조차 그리지 않았었는데, “타투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내 그림이 다른 사람 몸에 새겨지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두근거렸어요. 지금도 작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매 순간 내가 이렇게 즐기면서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
Q. 업계 종사자로서 대중들이 타투라는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아직도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많은 분이 노력해주시는 덕에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과거에는 무서운 사람들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패션, 뷰티,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특히 “타투는 무서운 거 아냐?”, “타투는 한번 하면 안 없어지잖아”, “지금 했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겁난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현재까지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또한 바늘을 통해 잉크를 피부에 투입하는 형태이다 보니 의료행위로 취급되어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타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규정되어 흔히 타투를 예술과 불법의 중간이라고들 하죠. 국내에 있는 많은 타투어들이 좋은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많이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국내에선 아무리 잘해도 범법자 취급을 받기 때문이죠. 타투 합법화를 위해 많은 타투어들이 계속 노력 중인 만큼 불법 행위로만 취급하지 말고, 법과 규제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타투이스트로서 첫 타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충고, 당부 혹은 팁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A. 첫 타투는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오시는 손님들 중에 기존 타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덮는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중에 대부분이 “그냥 친구따라 갔다가 했어요.”, “많이들 하는 디자인이라 했는데, 지금 보니까 유치해서 덮고 싶어요.”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처음 타투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레이저 등으로 지우지 않으면 평생 내 몸에 남아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조건 가격 면에서 무조건 싸게, 저렴한 시술만 찾으시는 분들도 간혹 뵙는데, 가격만 보시지 마시고 시술하는 타투어의 포트폴리오를 찬찬히 살펴보시는 게 좋아요. 싸게만 했다가 작업물이 엉망으로 나오면 지워야 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니까요. T_T 부디 자기 스타일에 잘 맞는 작업자, 좋은 작업자를 잘 찾아서 평생 같이할 수 있는 그런 타투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타투라는 문화 자체를 부정하는 인식은 줄어들었고, 점점 타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 타투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더 좋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타투는 이제 엄연히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영원히 함께하는 나만의 패션 아이템, 매력적이지 않은가?
박원희 기자 (bagoooon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