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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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학생들: 교육권 문제해결을 위한 회대 학생공동대응 네트워크’ 출범토론회 톺아보기

‘분노한 학생들: 교육권 문제해결을 위한 회대 학생공동대응 네트워크’ 출범토론회 톺아보기

사진=강성진 기자

4월 11일 오후 6시 30분에 ‘분노한 학생들: 교육권 문제해결을 위한 회대 학생공동대응 네트워크’(이하 ‘분노한 학생들’) 출범토론회가 7207 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출범토론회는 ‘분노한 학생들; 성공회대 개강현타 직접행동팀’이 ‘분노한 학생들: 교육권 문제해결을 위한 회대 학생공동대응 네트워크’로 개편한 뒤 열린 첫 번째 행사다. 3월 첫 주 이슈파이팅을 위한 ‘개강현타한마당’ 이후 한 달 동안 이들은 조직 재정비와 내부 세미나를 진행했다. 재정비를 통해 공동집행위원장을 정하고, 조직팀, 사업계획팀, 교섭팀, 조사연구팀 네 팀으로 구성원들의 역할을 분배했다. 또한 내부세미나를 통해 교육권과 학습권의 본질을 파악하고,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과 학부제 등이 학생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했다.

 

사진=강누리 기자

정재환 공동집행위원장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수강신청 대란과 학교 문제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재환입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정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이었다. 출범토론회에는 80여명의 학우가 모였다.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끝났지만, 많은 학우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교육권 문제해결에 뜻을 모았다.

 

1부: 네트워크팀 임나경 조사연구팀 팀장과 홍영경 노조 분회장의 발제

사진=강누리 기자

임나경 ‘분노한 학생들: 교육권 문제해결을 위한 회대 학생공동대응 네트워크’ 조사연구팀 팀장

“알고 보니 수강신청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융합자율학부생의 수강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며, 2학년으로 복학한 학과생이 융합자율학부로 전환되는 문제, 경제학을 비롯한 비인기학과의 폐지 문제 등 학생들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교육권 문제들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개설강좌수를 재학생수로 나눠보았을 때, 1인당 개설강의수는 0.20와 0.25 사이에서 변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학년도 1학기에는 0.19개로 감소했습니다. 2015년 이후로 최저 수치입니다.

 

“학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강좌는 26개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검증해본 결과, 자료의 수치와 실제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2018년까지 있었던 ‘특강’ 수업들이 폐지되었습니다. 특강 수업은 학교가 비정규직교수노조와 협약으로 배당하는 시수였는데, 올해 학교가 일방적으로 폐지를 통보했습니다. 교양이 너무 적다고 학생들이 항의하자 ‘더불어숲 인문학-새로운 한반도’, ‘생활과 발레II’, ‘기업과 창업가 정신’이 추가되었지만 특강을 맡던 교수들에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강사법의 영향이 있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강사가 담당하는 강의 수는 교양 14개, 전공 21개로 총 35개가 감소했습니다. 반면 전임 및 기타비전임 교수가 담당하는 강의 수는 교양에서 6개 줄고 전공에서 15개로 증가했습니다. 전임교수의 강의 부담이 늘어난 것입니다.”

 

“평가에 따른 구조조정은 정부가 대학을 길들이기 위한 예리한 칼이었습니다. 각 등급마다 몇 퍼센트를 할당할지 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대학들에 유리했습니다. 단 몇 점만으로도 당락이 결정됐습니다. 학교들은 최대한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해야했습니다. 낮은 등급으로 인한 재정 불이익, 학내분규, 학교 평판 저하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었습니다. 물론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구조를 개편해 생긴 피해도 역시 학생들의 몫이었습니다.”

 

“전공 폐지 및 축소와 학부제 개편에 따른 수업 수의 감소는 그동안 성공회대가 내세워온 교육 철학과도 위배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르크스주의경제학’ 수업을 2년에 한 번씩만 개설하기로 하고 정치학과 경제학의 폐지, 축소에 관한 논의가 오가며 사회의 지배적 질서를 성찰하는 비판적 지성을 길러내고, 다방면의 지식을 고루 쌓게 하겠다는 교육철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사진=강누리 기자

홍영경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성공회대분회장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 일명 강사법이 올해 8월 1일자로 시행됩니다. 강사의 신분과 안정적 교육권을 보장하고 강사의 처우를 개선해서 양질의 고등교육 제공한다는 게 취지입니다. 새로운 시대변화에 맞춰나가려면 고등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지만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의 열악한 처우를 방치할 순 없어 강사대표, 대학대표, 정부, 국회, 이 4자가 모여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대학들이 강사법에 격한 저항을 보여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입니다.

 

“해고와 실업을 오가는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자, 그 근원이 시간강사 제도입니다. 강사법이 나오기 전, 고등교육법의 시간강사 조항에는 강사는 어떤 자격으로 어디에 필요한지는 나와 있지 않고 단지 교과과정 운영 상 필요한 자를 고용한다고만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꼼수, 편법을 쓸 수 있습니다.”

 

“교육법이 강사를 배려하지 않으니 노동법도 강사를 배려하지 않습니다. 전임교원의 9시간책임시수에 비례해 강사의 노동시간 산정에 강의와 연구, 평가에 드는 시간도 합해야 하지만 노동법은 강의실에 머무르는 시간만 따지니까 강사를 단시간 노동자로 분류했습니다. (현재도) 퇴직금도 못 받고 직장 건강보험 가입도 안 됩니다.”

 

이 법(‘개정 강사법’)으로 인해 대학에서 떳떳한 시민권을 가진 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안 심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대학은 구조조정을 획책, 강사비용, 학사제도의 축소, 강사비중을 줄이는 것은 전임교원을 더 뽑아서 강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강사들에게 더 많은 강의 요구 또는 겸임교수에게 강의를 맡겼습니다. 강사법 시행되기 이전에 최대한 시간을 벌자고 강의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되면 강좌가 줄며 이번 학기처럼 수강신청 대란이 일어나고, 들을 과목이 없어지며, 졸업하기 위해 이수해야만 하는 과목에 자리가 없어 졸업을 못하게 됩니다. 전임교수들도 연구를 해야 하는데 강의가 많아져 연구도 못해 강의와 교육의 질이 떨어집니다. 학교는 비용 문제를 생각하고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강사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을 합니다. 강사법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이 현상의 원인은 강사법이 아닌 강사법을 구실로 구조조정을 확대하는 학교에 있습니다.

 

“학교가 줄인 과목을 복원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강의의 다양성,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하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교육부도 대학이 강사를 줄여서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사태를 중단시키려면 강사 고용안전 지표를 심사해서 대학 재정지원에 연계해야 합니다. 강사법이 연착륙되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입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연대합시다.”

 

2부: 패널 토론

사진=강누리 기자

실용정치학회 ‘업’ 조현웅 학우

“정치학과 진학을 생각하는 학우들이 주변에 있는데 정치학이 사라지면 신중하게 진로를 선택해 이 학교에 온 학생들의 기분이 나쁠 것이고요, 정치는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인데 소통도 없이 정치학과를 폐지한다는 건 좋지 않다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비주류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이 있는데, 이를 다루는 학교가 몇 없고, 사회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지식인에게 필요한 이 커리큘럼이 사라진다면 학교에 영향 갈 것입니다.”

 

사진=강누리 기자

비판경제학회 ‘경향’ 임소희 학우

“경향이 아닌 학생들 중엔 과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르기도 했으니 소식 전달과 결의를 목적으로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수강신청 전에 강의계획서가 떴을 때, 강의계획서가 많이 사라지고 강사 분들이 해고되는 걸 보고 전공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 해당 안건도 추가했습니다. 학생회를 통해 학교에 의사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교수 충원과 전공폐지 반대라는 안건으로 총회 열고 학생회에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앞으로는 학사제도협의회와 같은 자리에 학교와 학생대표기구가 어떻게 소통하는지 주시하고 학교 측이 비협조적으로 대응할 경우 총장실을 점거할 수도 있다는, 계획 아닌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총회에서도 다른 학우 분들도 동의를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수요에 따라 학과를 폐지한다는 게 윤리적 문제도 있는데 학교는 교육에 대한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사진=강누리 기자

김현우 학우, 복학 후 학과생에서 학부생으로 전환

“복학 이후 교무처로 찾아가 정확히 내가 어디 소속인지, 졸업은 언제 하는지, 전공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큰 소득은 없었습니다. 전공탐색 과목을 수강하기로 하고 졸업 관련 커리큘럼을 문의했는데, 졸업 커리큘럼이 5월에 나온다고 합니다. 현재 저의 졸업 커리큘럼은 없습니다. 학교는 학점은 충분하니 지켜봐달라고 합니다. 근데 세부적으로 주전공 중에서 전공필수 과목과 전공선택 과목을 얼마나 들어야 하는지는 논의된 것이 없어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3월부터 학적변동이 된다더니 아직 안 되었습니다. 소속은 사회과학부이지만 사회융합자율학부의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굳이 사회과학부를 벗어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질문했으나, 가능하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과학부의 강의 수는 줄어들 거고 사회융합자율학부의 강의 수는 늘어날 테니 학점을 채우지 않으면 졸업에 지장 있을 수 있다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선택이 아닌 반강요라고 느꼈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여러 가지 커리큘럼, 학적이 변경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상당히 졸속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자유 발언

김현우 학우에게 질문: “복학생들에 대해서는 논의 후 졸업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싸우면 된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복학생 당사자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지 궁금했는데, 복학생으로서 어떤가요?”

A: "사전에 안내된 건 전혀 없었습니다. 복학을 해서 사회융합자율학부로 전환되었으나 사회과학부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안내는 전혀 받은 게 없습니다. 투쟁으로 이끌어도 된다는 말에 대해서는 뭉쳐서 연대해서 직접 결과를 쟁취하라는 말인 것 같은데, 복학생 중에서는 관련 연대가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이미 수강신청은 끝났고, 전공탐색 과목 등을 수강하고 있는데 어쩌면 긴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공탐색은 10학점을 들어야 하는데, 학점초과 시 어디로 넘어가는지 문의를 드렸으나 넘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전공탐색 과목이나 전공선택 과목도 해당하는 과목을 전공탐색으로 수강 시 전공선택으로 인정하는지 문의했으나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싸우는 것도 좋은데 포기하게 됩니다. 피해를 받은 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신입생, 강사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만약 연대한다면 우리끼리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연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군 휴학을 낸 학생: “학부제로 전환된다는 걸 몰랐습니다. 복학하면 학부제로 전환될 것입니다. 졸업장에 사회과학부가 찍혔으면 하는데, 학교는 이를 생각 안하고 학부제로 변경하는 게 불쾌했습니다. 이미 군휴학을 낸 상태에서 졸업 후에 군대를 갈지 고민하니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반디 사회연대국 국장 김기훈: “수강신청대란이 신입생들에게 일어났으나 신입생들은 학교의 문제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반디 사회연대국에서 많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학생: “교육권이 침해된다거나 하는 문제가 성공회대 뿐만 아니라 가톨릭대학교에서도 해당됩니다. 그래서 연대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움직이고 연대하는 성공회대가 부럽고, 가톨릭대학교도 연대하고 싶습니다.”

 

조현웅 학우: “고등학교에서 사회문제를 공부했을 때, 그리고 이번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접 겪으며 생각해봤는데 정치, 경제학 같은 비인기과목이 사라지게 되어 차선책으로 생각해둔 과목으로 가면 과목의 범위가 커지게 될 거고, 교수님들은 많은 노동량을 감당해야 합니다. 단순히 학부제, 강좌 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전체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사진=강누리 기자

‘분노한 학생들’ 공동집행위원장 이시원: “이 행사와 함께 대학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존중, 실현시켜주는 게 아니라 편한 관리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게 학교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대학이 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것에 분노했는지에 대한 발제 위주로 토론회를 열었으나 다음엔 대학과 배움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 주시고, 개인 연대도 가능하니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강성진 기자

신입생 수강신청 대란부터 개설 강좌 수 최저 기록, 비정규직 교수 해고와 비인기 전공 축소 및 폐지까지. 이 모든 일들이 개강한 지 단 한 달 만에 일어났다. 학교는 몇 년간 대학 구조조정을 이유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 도입을 이유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시행 의도는 좋았다라고 할 수도 있다. 성공회대가 ‘좋은’ 대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좋은’ 대학교의 모습은 학생들이 원하는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올해도 학교는 故 신영복 교수의 삽화와 글귀를 집어넣었다고 한다. 올해의 글귀는 ‘함께 가자 우리’다. 정작 학교는 학우들과, 비정규직 교수들, 더 나아가 일부 학과 교수들과도 함께 가지 않는 걸 선택하려 한다. 마케팅과 실제가 다르다. 우롱이고 기만이다. 우리가 ‘분노한 학생들’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취재=강누리 기자, 강성진 기자, 양희윤 기자, 이지원 기자

글=강성진 기자, 양희윤 기자

속기록 정리=강성진 기자, 이지원 기자

사진=강성진 기자, 강누리 기자, 분노한 학생들: 교육권 문제해결을 위한 회대 학생공동대응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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